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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55

쿨재팬의 프로듀스101 재팬, 후쿠시마50과 체르노빌

일본은 올림픽을 앞두고 대중문화를 통한 해외 홍보를 준비하고 있다. 으로 케이팝 보이그룹을 대체할 자국 그룹을 만들어내고, 영화 (이하, 후쿠시마50)로 후쿠시마를 극복하는 일본인을 그려낸다. 은 CJ의 역대급 헛발질이라서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은 잘 모르겠다. 이 전세계적 히트를 기록한 이후라서. 후쿠시마 최후의 50인을 기록하는 휴먼 드라마라고 하는데 체르노빌이 워낙 현실고발을 명확히 한 터라 어지간한 퀄리티론 자국민 외의 사람에겐 씨알도 안 먹힐 거다. 일본에 살아 방사능의 위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을 꼭 보시라. 다행히 후쿠시마는 에 비하면 훨씬 낫지만 그래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니까. 일본 정부가 헛짓거리 못 하게 일본 국민이 철저히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데 일본 국민들에게 그럴 ..

영웅 감독판 블루레이, 짝퉁도 이런 스타일이라면야

극장판과 뭐가 다른가 살펴봤지만, 딱히 크게 다른 걸 찾을 수 없었던 감독판. 내가 보기에 감독판이라기보다 미국판이란 표현이 더 정확한 것 같다. 한자로 나와야 하는 오프닝과 엔딩의 시대 소개 문구가 전부 영어로 나오는 걸 보아 미국에 맞춰서 재편집한 판본인 듯. 은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외국어 영화기도 하다. 다소 얼빵한 만듦새에 '나 와호장룡 따라했어요'를 대놓고 떠벌이는 영화지만, 화제가 될 만한 것들이 참 많았다. 색깔 덕후 장예모 감독이 듬직한 물량을 뒤에 업고 그림을 그려놓은 덕에 나름 영상 좀 볼 줄 안다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저 색깔은 그 색깔이 아니라고'와 같은 논쟁을 벌였고, 언젠가부터 영화 자체의 이야기는 뒷전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극장 환경에 따라 색상..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로그컷 퀵뷰

정말 오랜만에 을 봤다. 이미 그 후속편이 둘이나 개봉한 상황이라 그간 뭐했나 싶긴 한데, 영화가 워낙 잘 만들어졌고 머릿속에 콕콕 박혀있는 터라 다시 볼 필요를 못 느꼈던 게 가장 큰 이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감동이 예전 같지 않다거나 재미가 없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로그 구출 장면부터 시작되는 로그컷의 교차, 평행 편집은 거의 신들린 수준이다. 클래시컬하면서 교과서적이며, 이와 같은 편집으로 연출할 때 어떻게하면 극에 긴장을 불어넣을 수 있는가에 대해 수업을 해주는 듯하다. 이 엄청난 퍼포먼스는 로그컷 고유의 것이다. 로그컷은 단순히 로그의 탈출씬을 넣은 서비스 판본이 아니다. 영화 속에서 아주 명백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내러티브를 강화해 쾌감을 극대화한다. 클라이막스 전투씬의 구멍을 틀어..

영화/리뷰 2019.09.08

영화 독전, 차라리 무리수를 남발했더라면

꽤나 근사한 영상과 멋진 분위기를 만드는데 성공한 영화 . 그러나 그 근사하고 멋진 것을 먼저 정해두고 다른 요소를 끌어모아 짜맞춘 경향이 짙다. 그렇게 짜맞추다가 혹여나 무리수가 나올까 두려웠는지 과잉을 배제했는데, 덕분에 이런 유형의 영화가 반드시 지녀야 하는 치열함이 부족하다. 차라리 처럼 무리수가 잔뜩 나오더라도 제 정신 아닌 아비규환을 만들어내는 게 낫지 않았나 싶다. 은 영어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바와 마찬가지로 '믿음'을 테마로 삼은 영화다. '믿음'을 서로 동등하게 여겨야 손쉽게 성립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은 그게 성립하기 어려운 경우다. 영화에서 믿음과 의심 사이를 오가야 하는 류준열과 조진웅의 연기력 격차가 극심하며, 그 탓에 와 사이의 어느 지점이 떠오르는 엔딩 장면은 우아한 분..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컷이 존재한다

를 재감상.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노라고 이걸 또 봤나 모르겠다. 극장에서 감상하고 블루레이, 4K 블루레이까지 봤으니 3번 정도 본 셈인데, 영화 자체를 집중해서 본 건 극장에서 본 게 유일한 것 같다. 재감상할 때마다 내가 한 일은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어색한 점들을 찾아헤매는 거였으니까. 그도 그럴 게 같은 장면인데 배우의 헤어 스타일이 바뀌고 흰머리 비중이 바뀌며, 몸집도 바뀐다. 배트맨은 팀 버튼의 배트맨 시리즈라도 된 것마냥 수트가 맞질 않아 틀어져있고, 슈퍼맨은 턱과 근육 상태가 수시로 바뀐다. VFX의 상태도 마찬가지. 헨리 카빌의 수염 문제야 워낙 유명하니까 이제 말할 필요도 없겠고, 이젠 사이보그의 CG 문제도 눈에 들어온다. 사이보그 몸의 광택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세부 묘사가 ..

존 윅 3: 파라벨룸, 나는 무협영화다

완벽하게 본인이 무협영화임을 커밍아웃하는 . 썩어버린 무림맹과 거기에 무릎을 꿇거나 반발하는 각 문파들, 아웃사이더로 청부업을 하다가 은퇴한 천하제일의 고수 존 윅까지, 완벽한 무협이다. 아마 최근 본 무협영화 중 60~70년대의 중국 무협소설을 가장 충실하게 옮긴 영화 같다. 이것저것 따지기보단 무협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면 시나리오의 구멍이나 괴상한(?)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과 가 나태하고 게으른 스턴트 때문에 보기 괴로웠다면, 는 많은 측면에서 나아졌다. 둔한 키아누 리브스의 몸 놀림을 덮기 위해 대역을 쓴 장면이 전작보다 훨씬 늘어났고, 초반부터 몸집이 작은 중국계 스턴트들을 쓰면서 존 윅에게 '묵직함'을 부여했다. 총격씬은 신선한 아이디어가 부족했던 건지 동작의 변화보단 총기의 사운..

영화/리뷰 2019.09.02

넷플릭스 퍼펙션, 앨리슨 윌리암스의 신경질적 스릴러

선과 악이 공존하는 비주얼의 앨리슨 윌리암스를 내세워 신경질적인 복수 스릴러로 탄생한 넷플릭스 . 구성은 닮지 않았지만, 신경을 긁는 듯한 음악과 편집 호흡, 극에 몰입하게 하는 배우들의 연기에서 이 떠오른다. 은 이런 유형의 스릴러가 취할 수 있는 정석을 차근차근 밟으며, 그 과정의 몇 차례의 반전에선 판타지에 가까운 무리수도 여럿 나온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가볍게 덮어버리는 자극적인 소재들과 사소한 것 하나까지 그로테스크하게 변질시키는 감독의 연출 방식이 영화를 살려냈다. 피가 줄줄 흐르는 장면은 거의 없지만, 말한 바와 같이 모든 걸 그로테스크하게 탈바꿈한 데다 신경질적인 음악, 편집 성향 때문에 자극적인 영화를 싫어하는 분껜 추천하기 어렵다. 뒤집어보자면 그런 것들을 좋아하고 익숙하게 느끼는 분..

영화/리뷰 2019.08.30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기도라가 만들어낸 지옥도

는 멍청한 신념을 지닌 박사가 저지른 만행 같은 걸 무시해도 될 정도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 매력이란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몬스터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 가 줬던 불안감을 불식시키고도 남는 결과물이다. 의 볼거리 중 가장 놀라운 건 기도라가 만들어낸 지옥도다. 화염 폭풍 속에서 번개를 내뿜는 기도라의 살벌한 자태는 4K 블루레이의 HDR을 타고 화면에 공포를 뿌려놓는다. 기도라가 횡포 부리고 다니는 장면을 본 것만으로도 흥분해서 잠이 안 오는 사람도 있을 터. 따라서 이 영화는 반드시 해야 했던 최소한의 역할 만큼은 확실하게 수행해냈다고 말할 수 있다. 단, 개인적으로 화면비로 시네마스코프를 선택한 건 실수라 생각한다. 전작인 가 '무토'란 가로 지향적인 몬스터를 등장시켜 시네마스코프를 아름답..

영화/리뷰 2019.08.28

오랜만에 <암살>을 감상하고 끄적임

오랜만에 블루레이 감상. 본래 광복절에 감상하려고 했는데, 위대장내시경 전날이라 그럴 여력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보다 1년 뒤에 개봉한 이 더 취향에 맞았지만, 의 뒤도 안 돌아보는 질주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어설프게 짜맞춘 것들을 잊어줘도 될 법한 만의 아비규환은 적어도 당시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처절함을 담고 있었다. 액션 연출에 약점이 있었던 최동훈 감독의 발전이 드러나는 영화기도 하다. 그나저나 로 방점을 찍다시피했던 최동훈 감독과 전지현 두 사람 모두 공백기가 길어지고 있어서 다소 안타깝다. 빨리 컴백하시길.

영화/리뷰 2019.08.27

<세 번째 살인> 실망스런 후쿠야마 마사하루

은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언제나 하던 걸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것에 불과하다. 그 언제나 하던 것들이 그의 영화의 매력이니 만큼 은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언제나와 같은 즐거움을 줄 것이다. 특히, 세 번째 살인이 벌어질 때 투영된 죽음의 이미지는 섬뜩하게 고레에다 히로카즈답다. 걸림돌이 하나 있다면,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연기력 정도. 판을 뒤엎는 것조차 허튼 수작을 부리기보단 모호함으로 줄다리기를 선택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연출과 달리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혼자서 과장 연기를 거듭한다. 에서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맡은 역할은 그간 해왔던 역할과 달리 변주의 강도가 꽤 쎈 편인데, 그걸 깔끔하게 소화해내지 못 한 인상이다. 개봉한지 2년이 넘게 흐른 이지만, 블루레이가 한국에 정식으로 출시된 건..

<거미줄에 걸린 소녀> 스틸북 블루레이의 이모저모

요샌 그냥 생각없이 타이틀을 구매하는 것 같다. 블루레이도 스틸북이란 걸 알고 구매한 게 아니다. 디자인이 참 예뻐서 동영상으로 찍어볼까 했는데, 애초에 느긋하게 타이틀을 선택하는 내가 구매할 수 있었을 만큼 인기없었던 를 누가 귀찮게 동영상으로 보려 할까 싶어 관뒀다. 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은 블루레이 오픈 케이스 영상을 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 블루레이란 매체가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는 걸 고려해도 심각하게 없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자 한다면, 다른 컨텐츠를 찾아봐야 할 듯하다.

<거미줄에 걸린 소녀> 데이비드 핀처의 전작엔 못 미치지만

역시 는 괜찮은 영화다. 데이비드 핀처의 전작이 워낙 살벌하고 강렬한 데다 주인공인 루니 마라가 한 해를 쌈싸먹을 연기를 보여준 덕에 비교되어 빛이 바랬을 뿐. 가볍게 여성 첩보물을 즐기고자 한다면 수준의 작품을 찾기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다만, 엔 등급 탓에 몰입하기 어려운 면모가 존재한다. 영화는 근친상간, 강간, 음란 클럽 등 19금 즉, R등급이 아니면 소화할 수 없는 것들을 담고 있는데, 소니의 강요인지 감독의 자체 검열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불편한 감정을 닫아버렸다. 오래 전 강간씬에 대한 논쟁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불편한 장면은 불편하게 확실히 묘사를 해야 이후 전개에 몰입이 되는 법이다. 는 그 묘사에서 도망치는 바람에 망가진 셈이다. 어쨌든 세련되게 잘 빠진 영화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잭 스나이더 넷플릭스 <아미 오브 데드>에서 필름을 포기

필름 촬영을 고수해오던 감독들이 넷플릭스를 계기로 디지털 촬영으로 넘어가는 일이 빈번한데, 까지 필름을 쓰던 봉준호 감독이 넷플릭스 를 찍고 까지 디지털로 촬영한 게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이번엔 잭 스나이더가 를 디지털로 촬영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전에도 일부 컷에서 구도를 위해 DSLR 카메라를 쓰긴 했지만, 99% 필름으로 찍어온 잭 스나이더다. 이나 과 같이 사이즈가 큰 영화도 필름으로 찍던 잭 스나이더가 넷플릭스와 만나 디지털로 넘어온 것. 잭 스나이더는 이 사진과 함께 RED사에 이 놀라운 카메라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립서비스긴 하지만, 저렇게 좁은 공간에 8K급 카메라와 함께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긴 할 거다. 잭 스나이더가 170cm에 패션 근육으로 단..

어벤져스: 엔드게임 부가영상을 보고 끄적임

뭐할까 고민하다가 의 VOD에 딸려 있는 스페셜피쳐(부가영상)를 보고 있다. 아마 블루레이에도 (더 고화질이겠지만) 그대로 실릴 것이다. 마냥 즐거운 영상들은 아니다. 세상을 떠난 스탠 리와 작품 안에서 이제 더는 볼 수 없게 된 히어로들에 대한 헌정 영상이 연달아 나온다. 원래부터 영화의 스페셜피처에 담긴 다큐멘터리들이 다 마냥 즐거운 영상은 아니지만, 이 경우는 진짜로 스탠 리와 히어로들에 대한 헌정 영상이라 아예 훌쩍거리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암만 유쾌하게 둘러대도 이제 볼 수 없는 히어로들을 맘 편히 보내주기 쉬울 리 없다. 물론, 디즈니답게 영상이 짧다. 이 빌어먹을 회사는 마블 영화의 화질과 음질을 쓰레기로 만들어버리더니 스페셜피처 분량까지 날려버리는 미친짓을 자행했다. , 블루레이에 방대한..

영화 <한나> 나름 매혹적인 혼종

공백의 미학이라 통칭할 수 있을 독립영화의 작가주의성이 한참 유행하던 '첩보물'과 교배하면 가 탄생한다. 일종의 잔혹한 동화를 만드려 한 듯한 조 라이트 감독의 공백을 잘 살려낸 연출이 인상 깊지만, 모호함으로 도배된 이 성격이 가벼운 오락영화를 찾던 대중의 취향에 맞을 리 없다. 당연하다는 듯 혹평 세례. 를 보기 전에 영화의 제작 지원과 배급을 담당한 게 포커스 피처스라는 사실을 확인했어야 한다. 포커스 피처스는 예술/독립 영화 전용 스튜디오다. 감독은 가 여전사를 다룬 이야기로 받아들여지는 걸 꺼려한 모양인데, 의외로 는 그럴싸한 '여전사 비기닝' 정도는 해내고 있다. 즉, 오락성이 마냥 부족한 영화는 아니라는 것. 다만, 조 라이트 감독이 추구한 '잔혹 동화' 컨셉이든 그럴싸한 여전사건 간에 전부..

영화/리뷰 2019.08.07

마블민국 비하하다 인지부조화 걸린 일본 칼럼니스트

예전에 일본의 대중문화 칼럼니스트가 IT 경제지에 작성한 "한국이 일본과 달리 마블에 열광하는 이유"에 굉장히 황당한 이야기가 적혀있던 기억이 있다. 한국은 이전에 외국의 인기 프랜차이즈에 열광한 적이 없으며, 일본이 시리즈에 열광했던 시기처럼 한국은 시작 단계를 밟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시작 단계'를 躁状態(아마 급성장세를 말하려고 한 모양)라는 괴상한 단어로 설명하려 한 것에서 다소 간의 악의를 느꼈지만, 정신심리학 단어로 문화 현상을 설명하려다가 헛발을 딛었구나 하고 폭소하면서 넘어갔었다. 그런데 시일이 흐르고 일본웹 눈팅 모드로 들어갔다가 SNS에서 한국의 마블 열풍을 비웃는 걸 보고 조금 당황했다. 정말로 저 칼럼니스트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어버리는구나 싶더라. 이래서 언론과 미디어가 무섭다..

<아쿠아맨>은 제임스 완 사단의 작품이었다

에 대한 정보를 뒤적이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 전까진 잭 스나이더 후임으로 들어온 제프 존스가 마블의 케빈 파이기처럼 전반적인 분야를 관리한 줄 알았는데, 제임스 완 사단이 완전히 장악한 상태였다. 핵심 프로듀서, 총괄 프로듀서, 스토리, 각본 등 모든 부분에서 제임스 완 본인이 직접 참여했거나 제임스 완과 오랜 기간 함께 일한 인물이 참여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이런 소문도 있었던 것 같다. 제작 당시 크리스 테리오와 잭 스나이더가 만들었던 2부작 각본이 캔슬된 뒤 그 각본을 잭 스나이더와 제프 존스가 하나로 통합하는 방식으로 각본을 다시 썼다고 한다. 그러나 잭 스나이더와 제프 존스의 합작조차 마음에 안 들었던 워너 브라더스는 결국, 한참 후반 작업 중이던 잭 스나이더를 물러나게 종용하고 조스..

어벤져스: 엔드게임 네이버 시리즈 VOD로 감상

을 봤다. 역시 영화에서 가장 멍한 순간은 "이제 세상에 XX가 없다"라는 대사가 튀어나왔을 때다. 그의 모든 것들은 이제 오로지 과거에 머물 예정이고, 미래의 MCU엔 그가 없다는 허망함. 다른 사망 히어로들과 함께 '완료'되어버렸다. 후배 히어로들이 그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글쎄'라는 말 밖에 안 나오는 게 현실이라 문제다. 3시간 짜리 영화는 언제나 환영하는 바지만, 의 3시간은 경우가 다르다. 내가 긴 러닝타임을 환영하는 건 더 디테일해진 드라마와 확장된 액션을 기대하기 때문인데, 은 오히려 드라마와 액션을 깔끔하게 날려버리고 팬서비스 시퀀스를 한가득 넣었다. 3시간이란 메리트를 살려서 중반부를 더 치열하고 더 살벌하고 더 매섭게 그려냈다면 클라이막스의 '그 순간'이 훨씬 감동적..

<원더우먼>을 <스티브 트레버>로 만든 이유

을 볼 때마다 왜 인물 구조를 이렇게 만들어놨나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스티브 트레버가 영화 전체를 완전하게 틀어쥐고 안 놔주기 때문이다. 스티브 트레버는 꼬마 다이애나 프린스에게 세상을 가르쳐주고, 달래고 설득한다. 인간의 삶이란 게 뭔지 짧은 시간 안에 다채롭게 직접 전달하며, 그 과정엔 과장조차도 없다. 당당하게 살아가는 시민이자,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며 히어로를 자처하는 바보 같은 의인. 선과 악이 구분되지 않던 1차 세계대전에 대해 자신을 비판하는 식으로 전달하는 - 자기 객관화까지 되어 있는 - 20세기 초의 시대상 그 자체다. 이런 입체적이고 우아한 캐릭터를 크리스 파인이 아주 훌륭하게 연기해냈다. 즉, 은 원더우먼의 이야기가 아니라 스티브 트레버의 이야기다. 이건 정말 무모한 모..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대해 웃자고 하는 변명

편집의 파편화, 오글거리는 대사, 고민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트리트먼트 등 단점이 산재해있는 지만, 이 영화의 진짜 문제는 액션이 엉망이란 점이다. 잭 스나이더가 액션에 대한 눈높이를 높여놓아서 엉망으로 느껴지는 게 아니라, 처럼 액션에 감이 1도 없는 작품조차 에 비하면 T.O.P다. 물론, 데이빗 에이어 감독에게도 할 말이 분명히 있을 거다. 워너 브라더스는 그에게 각본을 쓰는데 6주 밖에 주지 않았다고 한다. 캐릭터 설정이야 잭 스나이더와 데보라 스나이더가 만들어뒀을 테니 거기에 시간을 뺏기진 않았겠지만, 그렇다해도 6주는 너무 심하다. 각본을 대충 만들고 촬영 현장에서 마구 뜯어고치기로 유명한 마이클 베이조차 각본가들에게 2~3개월은 준다. 그렇게 각본을 날로 먹었으면 감독이 재량껏 연출이라도 ..

영화 <어스> 타겟층이 확고한 미스테리

단순하게 미스테리 스릴러로 본다면 충분히 즐길 구석이 많은 영화 . 조던 필 감독이 전작 에서도 뽐냈던, 인물 간의 치열한 대립 연출이나 장면 하나에도 여러 반전 요소를 마련하는 각본의 특징은 에서 더욱 업그레이드되었다. 또한, 근래 헐리우드 공포영화의 트렌드인 '일반의 범주에서 어긋난 빌런의 언행'이 그대로 이식되어 섬뜩함을 더해준다. 영화 전체에 걸쳐서 준비하는 후반부 역시 볼거리. 복선을 엄청나게 깔아주는 바람에 전개 자체는 놀랄 게 별로 없지만, 중요한 건 놀라움이 아니라 과정의 그로테스크함이다. 의 볼거리란, 흥미진진한 장면 설정을 개성있게 연기하는 등장인물들의 부딪힘인데, 클라이막스의 순간에도 그런 성향을 잃지 않았다. 감독 역시 '어떻게 결론이 나느냐'엔 관심이 없는 듯 느긋하게 컷을 가져가..

영화/리뷰 2019.07.24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사랑하는 이유

을 사랑하는 이유를 설명하란 강요에 종종 당황한다. 설명할 수 없기도 하고, 설명할 게 너무 많아서기도 하다. 직접적인 대사보다 메타포와 영상으로 전개하는 특유의 스토리텔링 기법은 이 영화의 포지션을 모호하게 한다. 따라서 나 같은 사람까지 납득시킬 수 있는 접근법은 '스토리텔링에 실패했다'보다 '쓸데없이 허세 부린다'가 조금이나마 낫다고 본다. 내가 이 영화에 꽂힌 순간들을 돌이켜봤는데, 정말 끝이 없이 나온다. 그 중의 극히 일부만 적어봤다. 어린 브루스 웨인이 꿈에서 박쥐떼와 함께 떠오르며 "이 얼마나 멋진 거짓말인가"라고 말할 때 난 내가 에 환장할 거라 확신했다. 클락 켄트는 누군가가 슈퍼맨의 동상을 훼손하고 "난 브루스 웨인의 직원이야!"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브루스 웨인의 존재를 처음 인식한다..

맨 오브 스틸, 이걸 또 감상하고 끄적끄적

블루레이를 또 감상하고 끄적끄적. 1.테렌스 멜릭이 자주 써먹는 연출 기법을 끌어다 영화 전반에 뿌려놓은 잭 스나이더. 그 덕인지 은 그의 영화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란 얘길 듣는 영화다. (테렌스 멜릭의 스타일은 이미 리들리 스콧, 크리스토퍼 놀란 등이 블록버스터에 이식한 바 있어서 익숙한 맛이다.) 그러니 이제와선 틀린 선택이라 주장해봤자 씨알도 안 먹힌다. 그리고 테렌스 멜릭의 영화를 참 좋아라하는 내가 테렌스 멜릭 따라했다며 계속 딴지거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그냥 즐기면 될 것을. 2.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사이즈의 영화다. 2억 달러를 훌쩍 넘는 무지막지한 제작비를 쏟아부었고, 잭 스나이더는 그 제작비를 뛰어넘을 법한 사이즈를 한껏 영화에 담았다. 요새는 이런 사이즈의 영화를 보기 어렵다. ..

거미줄에 걸린 소녀, 갈아엎은 소니의 의도

데이비드 핀처 감독, 다니엘 크레이그, 루니 마라 등 주요 인력이 전원 하차하고 와 의 페데 알바레즈 감독, 의 클레이 포이를 데려와서 찍은 . 감독은 그렇다치더라도 배우까지 전원 바뀐 것에 대해 페데 알바레즈 감독이 트위터로 입을 털었다가 꽤나 비웃음거리가 됐었는데, 그 내용이 기억이 안 난다. 뭐라고 했었더라. 어쨌든 그래서 는 개봉 전부터 그다지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니었다. 되새겨보면 (페데 알바레즈의 - 기억도 안 나는 - 이상한 소리는 무시하고) 배우진 교체의 이유는 꽤 간단하지 않나 싶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이 기대한 만큼 흥행하진 못 했기 때문이다. 완벽주의자라 촬영 일정 초과를 밥 먹듯이 하는 데이비드 핀처에 다니엘 크레이그라는 거물까지 쓰면서 제작비가 껑충 뛴 데다 R등급. 이들을 다..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숨이 안 쉬어져

를 보기 전에 블루레이를 꺼내들었다. 딱히 연관된 작품도 아니고, 배우들이 깡그리 하차하는 바람에 김이 팍 새지만, 어쨌든 전편이니 봐줘야겠단 생각에. 은 특이한 영화다. 종종 까칠하게 귀를 후벼파는 테마곡을 제외하면 건실한(?) 추리극에 가까운 전반부과 달리 리스베트가 수사에 참여하는 중반부터 장르가 탈색된다. 리스베트가 의뢰(?)를 수락하고 오토바이 시동을 거는 순간, 마치 크게 벌린 악마의 아가리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감각을 주기 시작한다. 우아하던 연출은 거칠어지고, 테마곡은 시종일관 귀를 때리며, 수사를 가속화할 수록 밝혀져가는 험악한 진실들에 질식사할 것 같은 서스펜스가 극을 장악한다. 그렇게 험악하게 극을 매만지던 데이빗 핀처는 클라이막스 체이싱 장면에 이르러서야 꽉 쥐고 안 놔주던 감상자의 ..

영화/리뷰 2019.07.13

너무 많은 걸 공란으로 남겨둔 어벤져스 엔드게임

본문엔 와 의 스포일러가 다소 담겨 있다. 를 또 봤는데, 이 얼마나 많은 걸 공란으로 남겨뒀는지 다시 깨달았다. 마치 에서 뿌려둔 것들을 으로 회수하지 않았던 워쇼스키 자매처럼 루소 형제는 그저 이야기만 나열했을 뿐이다. 게다가 사이버펑크 전쟁씬의 '레퍼런스'를 제시했고 지금까지도 후계자를 찾지 못 한 과 달리 은 인피니티 사가의 마무리라는 가치를 제외하면 신선한 구간이 별로 없었다. 지구에서 벌어지는 클라이막스야 과 이란 선배의 예시를 따른 안전로에 불과했고, 어마어마하게 짧았으니까. 루소 형제는 결국, 본인들이 영화의 중요한 순간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 했음을 간접적으로 고백하고 다니는 중이다. 그들은 토르와 타노스의 두 번째 맞대결에서 토르가 우위를 점한 걸 두고 '타노스가 방심했을 뿐이다'라고 ..

일개인적무림, 끝무렵의 무협에 대한 견자단의 헌사

오랜만에 블루레이를 꺼내봤다. 이래저래 시사하는 바가 많은 영화라 되새겨볼 가치가 있다. 견자단 개인의 인생과 한 때 아시아를 풍미한 무협 장르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하는 '최후의 불꽃' 같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의 액션은 견자단이 무술 안무의 상당부분을 자신의 팀원에게 맡긴 결과물이다. 무려 30년 동안 갈고 닦은 스턴트 팀에게 기회를 주고자 함일 수도 있지만, 이미 60이 다 되어가는 그가 이전처럼 몸을 던져가며 안무를 짤 수 없다는 점이 더 커보인다. 다치면 안 되는 주연 배우가 이전보다 쉽게 다치고 잘 낫지 않는 몸이 되었는데 모든 걸 담당하는 건 무모한 일이다. 2014년, 이 나온 이후 견자단은 본인이 무술 감독을 맡지 않거나 맡더라도 스턴트 전체를 관리하..

블레이드 러너 2049, 넓어지지 않고 깊어지는

거대한 시간의 강을 넘어온 에 대해 많은 사람이 기대했던 건 이전보다 넓게 펼쳐지는 사유의 스펙트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기대의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는 개념에 적절히 들어맞으며, 나 역시 어쩌면 불호에 약간 치우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를 다섯 번째 보고 나서 집요하게 파고드는 메시지에 상당히 깊은 맛이 있음을 깨닫는 중이다. 의 사유는 로부터 한 발자국도 걸어나가지 않았다. 대신 아주 깊게 땅을 파고 있었다. 는 집요하다. 고민을 유도하는 데다 그렇게 고민한 끝에 내놓은 결론마저도 다시 재고하게 하는 지독함까지 갖췄다. 'AI에게 영혼이 없는가'로 시작해서 '그렇다면 인간은 영혼을 가졌는가'로 순순히 연결하더니 '영혼이 없는 누군가는 진짜가 아닌 건가'로 되묻고 그렇다..

존윅3를 보지 않기로 한 이유

를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다가 과 블루레이를 재탕하고 난 뒤 보지 않기로 결정했다. 물론, 어차피 이제 극장을 웬만해선 가지 않는 상황이라서 딱히 특별할 건 없다. 을 좋아했던 건 신선한 스턴트와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작품에서 만큼은 스턴트의 반복이나 킬카운트에 대한 집착이 없었고, 영화 전반에 걸친 독특한 (사람에 따라 괴상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이용철 평론가의 '이걸 보고 키득거렸으니 나도 정상은 아니야'가 딱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비평이다. 그러나 는 그 분위기가 싹 사라지고 그저 스턴트쇼가 되어버렸다. 옛날 블루레이 리뷰에 '속편에서도 이러면 그냥 게으른 거다'라고 쓴 적이 있는데, 그 정도로 스턴트 번복이 심각했다. 이야기를 통째로 스턴트를 위한 '..

너는 여기에 없었다, 특성을 외면한 변칙적 영상 내러티브

어디선가 봤을 법한 소재, 어디선가 봤을 법한 골격의 이야기도 가지고 노는 작업자의 그릇에 따라 격이 달라진다. 가 그런 경우로, 원작 소설을 대단히 괴상한 방식으로 다듬어 담아놓았다. 는 영화로 만들기엔 원작의 볼륨이 지나치게 작다. 장편영화에 걸맞은 볼륨으로 이야기를 키우는 과정에 감독의 각색이 상당히 들어갔는데, 그렇게 커진 이야기를 영상적 내러티브로 전달하는 그야말로 제 정신이 아닌 선택을 했다. 그렇게 이 영화는 마이클 만 감독의 작품마냥 감상자를 들쳐업고 영화 속 세상에 던져넣는다. 흥미로운 건 의 스토리텔링에 불친절한 방식의 친절함을 끼워넣었다는 사실이다. 대사가 아닌 영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마당에 주인공의 과거와 심리 상태를 플래쉬백과 컷백으로 구성된 환각(혹은 상상)으로 묘사하는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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