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존 윅 3: 파라벨룸, 나는 무협영화다

즈라더 2019. 9. 2. 12:00


 완벽하게 본인이 무협영화임을 커밍아웃하는 <존 윅3>. 썩어버린 무림맹과 거기에 무릎을 꿇거나 반발하는 각 문파들, 아웃사이더로 청부업을 하다가 은퇴한 천하제일의 고수 존 윅까지, 완벽한 무협이다. 아마 최근 본 무협영화 중 60~70년대의 중국 무협소설을 가장 충실하게 옮긴 영화 같다. 이것저것 따지기보단 무협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면 시나리오의 구멍이나 괴상한(?)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존 윅>과 <존 윅2>가 나태하고 게으른 스턴트 때문에 보기 괴로웠다면, <존 윅3>는 많은 측면에서 나아졌다. 둔한 키아누 리브스의 몸 놀림을 덮기 위해 대역을 쓴 장면이 전작보다 훨씬 늘어났고, 초반부터 몸집이 작은 중국계 스턴트들을 쓰면서 존 윅에게 '묵직함'을 부여했다. 총격씬은 신선한 아이디어가 부족했던 건지 동작의 변화보단 총기의 사운드에 더 신경을 쓴 모양새인데, 아주 오랜만에 격발음에서 파열음을 거쳐 탄착음까지 들리는 영화를 본 것 같다. 블루레이의 HD 사운드로 들으면 정말 기가 막힐 거란 생각이다. (넌 이미 질러져있다)


 클라이막스에 도달하면 중국 스턴트들 대신 <레이드> 시리즈의 실랏 고수들이 등장한다. 이코 우웨이스를 제외한 <레이드> 시리즈의 주요 빌런들이 죄다 출동했는데, 정작 마지막에 가선 <레이드>와 <레이드2>의 최강 빌런 두 사람만 남아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