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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14

넷플릭스 정이 (2023) 앞과 뒤가 다른 연상호 감독의 스탠스

제작비의 한계 때문일까. 는 조금 게으른 편이다. 연상호 감독 프로필, 필모그래피를 통틀어서 펼쳐진 각본 스타일이나 연출 스타일을 고려할 때 는 분명히 더 멀리 나갔어야 하는 작품임에도 그렇지 않았다. 는 초반부 연상호 감독의 작품이 대체로 그런 것처럼 배배 꼬인 인간상을 한껏 뿌려놓는다. 애초에 딸이 어머니를 실험한다는 '일반적인 설정'과 까마득히 먼 설정을 밑바탕에 깔아 뒀다는 점에서 이미 연상호답다. 게다가 연상호는 그간 많은 SF 영화에서 언급했어야 마땅함에도 언급되지 않은 걸 건드린다. 인간의 뇌를 복제할 수 있게 되는 것과 영생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것. 그저 자신의 복제품일 뿐이지, 자신이 영생을 누리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복제를 통한 '영생'마저도 A타입부터 ..

영화/리뷰 2023.01.24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2022) 재벌이 참 싫은 라이언 존슨

을 애거사 크리스티에 대한 덕심 가득한 예찬론이라 말한 이유가 따로 있진 않다. 고독하고 절묘한 추리의 영역보다도 사건 안에서 생성된 사람과 사람의 정치적 공생 관계에 대해서 묘사하는데 더 공을 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애거사 크리스티에 대한 예찬론과 별개로 블랑 탐정이 지나치게 뛰어나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지만, 적어도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들보다도 훨씬 그녀의 소설과 흡사한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을 부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영화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럼 에서 애거사 크리스티에 대한 예찬 말고 뭐가 남느냐고? 글쎄. 솔직히 에는 허점이 꽤 많이 있다. 그리고 적어도 영화의 주제만큼은 진중하고 디테일하게 서술하던 애거사 크리스티와 달리, 라이언 존슨은 그런 것조차 꽤나 익..

영화/리뷰 2023.01.10

스타워즈 오리지널 트릴로지, 디즈니 플러스의 4K HDR 리뷰

2000년 즈음에 아직 꼬꼬마였던 내가 가지고 있던 디비디 중에 이 있었다. 그 디비디를 디비디와 함께 수백 번을 본 것 같은데, 영화가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가지고 있는 디비디가 몇 개 되지 않아서다. 당시만 하더라도 난 이전에 나왔던 4~6편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 내가 시리즈에 열광하기 시작했던 건 를 보고 나서였다. 극장에서 보고 감탄사를 얼마나 내뱉었는지 모른다. 거기에 때마침 스타워즈 오리지널 트릴로지의 리마스터링 디비디가 나왔었고, 한참 디비디 구매와 감상에 푹 빠져 있었던 나는 냅다 구매해 끝도 없이 봤다. 놀라운 화질과 음질로 재탄생한 (그리고 일부 고해상도 애니메이팅 특수효과를 굳이 저해상도 CG로 바꿔서 나온) 오리지널 트릴로지 디비디는 순식간에 내 보물이 되었고, 난 이 시..

영화/리뷰 2022.11.19

블랙 위도우 (2021) 디즈니 플러스 4K HDR 아이맥스 리뷰

는 킬링타임으론 손색이 없는 영화다. 액션의 분량도 많고 그 퀄리티도 상당히 좋은 편. 비록 메인 빌런인 것처럼 알려진 태스크마스터와의 액션이 매우 적었다는 점, 블랙 위도우와 태스크마스터의 듀얼 분량마저도 매우 적었다는 점이 아쉽고, 클라이맥스 액션씬의 완급조절이 엉망이라 공허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될 수 있겠지만, 이런 요소들이 를 킬링타임조차 안 되는 영화로 만들진 않는다. 사실, 가 비판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블랙 위도우에겐 가족이 있었다. 주인공인 나타샤 로마노프의 입을 빌려 '두 개의 가족'이라고 말하지만, 어쨌든 가족이 있었다. 이는 에서 스티브 로저스가 말한 "가족이 있지. 우리."라는 감동적 대사를 코미디의 일환으로 만들어버린다. 심지어 그 대사를 하는 와중에 곁에 있었..

영화/리뷰 2022.11.14

토르 4: 러브 앤 썬더 (2022) 디즈니 플러스 아이맥스 4K HDR 리뷰

특정 의미에서 보자면 는 와 비슷하다. 전편인 가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스타일을 상당히 죽인 결과물, 그러니까 특정 프로젝트 안에 타이카 와이티티를 맞춘 스타일이었다면, 는 명백하게 타이카 와이티티가 주도한 영화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과 에서 보여준 장르 비틀기, 풍자를 넘어선 조롱, 즉흥적 개그 등이 가득 들어가 있다는 얘기다. 완벽한 제임스 건 스타일이었던 와 흡사하지 않은가. 이 사실을 고려하면 개봉 당시 엄청난 혹평에 시달린 것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히어로 영화라기보다 은근히 드라마에 강점이 있는 풍자극에 가깝다. 토르의 시원시원한 액션을 보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다양한 장르로 제작되는 디즈니 플러스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들로 인해 '히어로의 화끈한 액션' 자체에 상당히 목이 메말라..

영화/리뷰 2022.11.07

어벤져스 4: 엔드게임 (2019) 아이맥스 4K HDR 리뷰

은 그런 영화다. 어린 시절 왜인지 모르지만 아빠가 집에 돌아오실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서 발라당 뒤집어질 때 같은 영화. 이뤄지지 않은 첫사랑 상대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던 당시의 감각을 맛보게 하는 영화. 분명히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되지만 볼 때마다 설레게 되는 영화. 은 팬서비스로 가득 찬 영화다. 놀라웠던 초반을 딛고 일어선 어벤져스가 '타임 하이스트'로 해냈던 건 시작부터 끝까지 팬서비스뿐이었으며, 이는 이 영화를 비판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된다. 이런 반쪽짜리 영화를 두고 보통 '썩었다'라고 평하며 다시 거들떠도 안 보는 게 나란 인간이지만, 은 차마 그럴 수가 없다. 클라이맥스 액션씬부터 에필로그에 걸쳐서 이어지는 액션과 드라마의 훌륭함 때문이다. 에필로그까지 전부 보고 나면 장대한 TV 시..

영화/리뷰 2022.11.01

앤트맨과 와스프 (2018) 디즈니 플러스 4K HDR 아이맥스 리뷰

법칙 따위는 있는 그대로 무시해버리는 주제에 세계관은 양자 영역까지 뻗어가는 영화 . 이 황당무계한 역설이야말로 영화의 정체성을 말해주며,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하는 요소다. 물리 법칙을 무시하면 액션을 마음대로 재정의할 수 있고, 양자 물리학은 언제나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영화의 액션은 전반적으로 예측을 불허하며, 여기에 미니멀한 군상극 형태를 띠게 함으로써 전개 역시 예측할 수 없도록 했다. 아마 를 처음 감상하는 사람은 도저히 다음을 예측할 수가 없어서 빨려 드는 것처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는 영리하기도 하다. 이런 유형의 작품은 자칫 늘어지는 구간을 길게 잡았다가 그저 지루한 영화가 될 수도 있다. 심지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작품들 중에선 드물게 작은 공간에서 가족적인 이..

영화/리뷰 2022.10.29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2015) 오랜만에 보고 끄적끄적

오랜만에 를 감상. 1. 사소한 헛점 같은 건 보이지도 않게 하는 필사적 질주. 볼 때마다 놀라곤 하는데, 필요한 것들만 몰아넣고 쉬어가는 타임조차 주지 않는 기가 막힌 편집 덕이다. 아날로그 기법을 많이 사용해 찍은 영화라, 다양한 종류의 카메라를 사방에 배치해두고 찍어야 했을 터. 이야기가 이어지도록 완성시키는 편집 과정은 미칠듯한 노가다의 향연이었을 것이다. 정말 놀라운 영화다. 2. 영화의 평가라는 건 잠깐 쉬어가는 타임이 꾸준히 있어야 조금이나마 정리가 되는 법이다. 그러나 엔 쉬어가는 타임이 아예 없고, 눈을 떼서는 안 되는 장면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평론가들은 꽤나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보통 평론가들은 메모장과 팬을 앞에 두고 영화를 보는 중간 중간 글을 적기 때문에 영화가 끝나는 시점이 되..

영화/리뷰 2021.11.14

영화 케이트 (2021) 넷플릭스가 가장 잘하는 것

넷플릭스가 이제 자사의 구독자들이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깨달은 느낌이다. 과 가 그 예시일 것이다. 돈을 잔뜩 썼다는 느낌의 영화를 만들기보단 적절한 배우들과 괜찮은 시나리오를 가져다 1) 현장감 있는 총격씬, 2) 타격감과 잔혹함을 두루 갖춘 액션씬, 3) 고통에 힘겨워하는 주인공 4) 어렵지 않은 반전 등을 섞는 게 더 효과적이라 본 모양이다. 영화 는 앞서 말한 과 가 공유하는 세 가지 요소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영화다. 특히 주인공이 겪는 고통은 앞선 두 영화보다 훨씬 강렬해서 '과연 주인공이 결말에 어떻게 될까?'하는 마음을 불러일으켜 끝까지 보게 한다. 이전 넷플릭스표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만의 개성이라고 한다면, 오로지 주인공인 케이트의 시선으로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덕에 따라가기 쉽다는 점이다..

영화/리뷰 2021.10.19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2019) 가장 화려한 스파이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블루레이가 2019년 말에 나왔으니까 아마 마지막 감상도 그 즈음. 엄청 오래 전인 것처럼 느껴졌는데, 2년도 안 됐다니 신기하다. 하기사 그 사이에 코로나니 뭐니 난리도 아니었으니. 잘 만든 영화다. 1편인 스파이더맨: 홈커밍이 액션이고 뭐고 전부 엉망진창으로 연출해놓곤 특별출연에 가까운 아이언맨의 보조와 마이클 키튼의 카리스마로 대충 떼운 것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주변 인물 구조가 이미 앞서서 나왔던 다른 세계관의 스파이더맨과 딱히 다르지 않았다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학생들, 선생님들이 독특한 구조로 얽히고 설켜 만담에 가깝도록 티키타카가 연결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아가리 파이트에 크고 작은 액션을 섞어서 영화 내내 유쾌..

영화/리뷰 2021.08.16

영화 블랙 위도우 (2021) 액션에 대한 성의가 없다

블랙 위도우는 딱히 할 말이 많지 않은 영화다.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는 이야기인 데다 뛰어난 배우를 잔뜩 데려와선 최악의 방식으로 소모하는 주제에 액션은 기가 찰 정도로 형편없다. 액션의 질이 낮은 대신 액션의 양이 많기에 캡틴 마블처럼 엉망진창인 영화가 되진 않았지만, 어쨌든 가볍게 즐길 거리 이상을 해주지 못한다. 블랙 위도우엔 스탠드 얼론 시리즈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을 무언가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본 시리즈,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007 시리즈를 짜깁기한 전개 방식에 고민 따윈 어디에도 없는 코미디가 집중력을 저해시킨다. 영화의 결정적 반전은 사전 작업이 극단적일 만큼 빈약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게다가 영화 속 가족 놀음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스티브 로저스가 호숫가에서 던진 슬픈 ..

영화/리뷰 2021.08.05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비기닝 (2021) 기대를 초월하는 수작

총 다섯 편. 그중의 네 편을 감상. 4편이었던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파이널에 절망감을 감출 수 없었던 터라 다섯 번째 작품인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비기닝에 대한 기대치는 이보다 더 아래로 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떨어져 있었다. 그냥 보지 말까 하는 생각마저 했을 정도. 고민 끝에 결국 마지막 편까지 쭉 보기는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넷플릭스를 켜고 감상했는데, 재생하고 30분 만에 머릿속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떠올랐다. "잠깐만, 이건 예상 밖인데?" 일본이 가장 잘하는 걸 가장 좋은 소재를 가져다가 만든 결과가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비기닝이다. 전국시대나 막부말을 배경으로 만든 시대극은 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일본의 대표적인 콘텐츠였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약 50년에 걸쳐서 거..

영화/리뷰 2021.08.02

영화 어카운턴트 (2016) 시원하게 울려 퍼지는 격발음

투모로우 워를 보고 답답한 마음에 미칠 지경이었다. 예고편과 클립들만 보고 시원한 총격 음향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영화의 총격 음향은 비비탄 총을 쏘는 것 같은 수준이었고, 폭발 장면의 음향은 폭죽놀이보다 못하게 느껴졌다. 대부분이 군대를 다녀오는 한국 남자에게 이런 식의 총격 음향은 거의 고문이다. 실제 총소리가 어떤지 알기 때문이다. 이 답답함을 이겨낼 영화를 찾다가, 마침 다시 보려고 꺼내뒀던 어카운턴트 블루레이가 눈에 띄었다. 시원하게 쭉쭉 뻗는 액션 영화는 아니다. 액션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드라마 쪽에 치중된 (사람을 거리낌 없이 살벌하게 죽여대도 가족 영화라구욧) 성향이라 사람에 따라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장면에 기승전결 없이 '결'만 남겨두는 최근 액..

영화/리뷰 2021.07.29

투모로우 워 (2021) 마이클 베이에 대한 헌사

스타 로드 형님이 나온다고 하는데 의리가 있지 안 볼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봤다. 투모로우 워. 생각보다는 신선한 영화다. 현재에서 미래로 이동해 미래에 일어난 전쟁을 막는다는 설정이 신선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 과정을 서술하는 방식이 신선했다. 단순무식(?)하게 질주한 덕이다. 타임 패러독스니 에일리언들의 생명학적 접근이니 하는 디테일을 아주 적당하게 대충 둘러대고 넘어간다. 결과는 나와있으나 그걸 굳이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애초에 이 영화를 어마어마한 무언가로 만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인 듯하고, 이는 나름대로 먹혀든다. 이것저것 현실감을 생각하지 말고 대충 보라는 메시지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런 제작 의도(?) 그대로 투모로우 워는 가볍게 즐길 거리다. 다만 그 이상, 그 이..

영화/리뷰 2021.07.22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파이널 (2021) 그저 한심할 따름

퓨리 블루레이를 볼까 고민하다가 문득 바람의 검심이 떠올랐다. 4편과 5편을 한꺼번에 몰아서 보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차피 연결되는 내용도 아니라고 해서 그냥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파이널은 기대 이하다. 영화는 여러 드라마 요소를 산발적으로 풀어놓을 뿐이며, 감상자가 몰입할 여지를 깔끔하게 차단한다. 영화의 호흡이 매우 느린 데도 몰입이 쉽지 않은 이유는 스토리텔링에 심각한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파이널은 장면마다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시작'과 '끝'이 제대로 서술되지 않은 채 엉성하게 끝나는 것들이 대다수인 영화다. 예를 들어보자면 사가라 사노스케가 메구미에게 히무라 켄신의 흉터에 대해 물어보는 장면이 있겠다. 배경은 심각한 자상과 화상 ..

영화/리뷰 2021.07.18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2009) 주객 전도, 아가리 파이트

뭘 볼까 고민하다가 대충 아무거나 집어들었더니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블루레이가 잡혔다. 그러고 보니 거의 7년을 안 본 영화다. 혹은 봤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렸거나. 쿠엔틴 타란티노도 가만 보면 주객이 전도되는 경향이 있다. 이게 작업 기간이 길고 각본 수정을 끝없이 하는 감독들의 공통점인데, 처음 기획할 때의 방향성과 몇 년에 걸쳐 각본을 수정하면서 생긴 방향성이 일치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경우 제목만 보면 '바스터즈'의 이야기여야 하지만, 실제론 멜라니 로랑이 맡은 쇼샨나의 이야기나 다름이 없다. 주인공인 브래드 피트는 역할의 중요성과 별개로 분량만 보면 한스 대령을 맡은 크리스토프 왈츠와 비슷한 정도다. 참고로 이러한 주객 전도는 왕가위의 영화에서도 매..

영화/리뷰 2021.07.04

캐시트럭 (2021) 가이 리치는 언제나 익숙한 방식으로

회색을 검은색으로 바꿔놓고 배트윙이라 칭한 것처럼, 영화 캐시트럭은 가이 리치가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한 채 겉옷만 바꾼 영화다. 시간대를 오가는 연출 방식이나 하이스트에 범죄 느와르를 결합한 장르적 구성 등 이야기 자체는 가이 리치가 항상 해오던 것 그대로. 그의 팬이라면 익숙한 감각이다. 다만 바꿔놓은 색깔이 아주 짙어서 깜짝 놀랐다. 캐시트럭은 가이 리치 특유의 익살스러운 개그, 현실을 초월한 것 같은 캐릭터 등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흔적조차 보이질 않는다. 영화는 시종일관 무겁게 흘러가고, 영화의 액션은 현실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맨몸 액션으로 일약 스타가 된 제이슨 스타뎀을 썼음에도 이 영화에 격투씬은 거의 없다. 대신 들어간 것은 FBI 상부 요원과 비밀리에 협력 관계를 맺고 있..

영화/리뷰 2021.07.02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2021) 윈드 리버는 운이 아니었다

카르텔, 사막, 설산. 테일러 쉐리던이 몰입해있는 것들은 인간의 손을 벗어난 어떤 존재고, 이들은 단순히 인간의 손을 벗어나는 걸 넘어 극의 중심에서 전개를 좌지우지한다.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산불이다. 어떻게 해도 막을 수 없는 압도적인 공포. (카르텔이 이 안에 들어가 있다는 게 더 무섭지만서도) 시카리오 시리즈로 인상적인 각본을 써내려간 테일러 쉐리던은 직접 감독을 맡은 윈드 리버의 설산에 이어서 산불을 이용해 능수능란하게 극을 조작한다. 이미 빌런인 프로페셔널 킬러가 있음에도 강렬한 기세로 몰아치는 불길은 자신이 최후의 빌런임을 자신했다. 테일러 쉐리던이 자연, 그러니까 이 영화의 경우 불을 품어낸 산을 대하는 태도는 다음 대사에서도 알 수 있다. "난 정말 여기가 싫어." "여기도..

영화/리뷰 2021.06.24

아쿠아맨 (2018) 어쩌면 스나이더버스의 최대 걸림돌

아쿠아맨을 다시 재감상하고 드디어 DC 대장정(!)을 완료. 새삼 느끼는 건데, 만약 스나이더버스가 기적적으로 시작된다면(아미 오브 더 데드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불호 쪽에 쏠리면서 워너 브라더스가 의기양양해진 데다 잭 스나이더 역시 이미 차기작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걸 보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제일 문제가 되는 건 원더우먼이 아니라 아쿠아맨이다. 캐릭터의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 잭 스나이더는 아틀란티스를 고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으되 지상 세계와 교류가 부족해서 고상한 분위기를 띠는 문명을 구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갑옷을 고전적으로 묘사했고, 벌코는 머리를 풀어헤쳤으며, 메라는 영국식 악센트를 쓴다. 그러나 스나이더버스가 캔슬된 뒤 재설정한 아쿠아맨의 아틀란티스는 지..

영화/리뷰 2021.06.19

영화 노바디 (2021) 누구도 아닌 사람들에게 바치는 액션

올해 개봉한 헐리우드 액션 영화 중에서 그나마 좀 괜찮다는 평을 얻은 영화를 고르라면 노바디가 먼저 떠오른다. 액션이 조금 아쉬웠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래도 노익장을 과시하는 밥 오덴커크의 연기나 다른 참신한 요소로 덮어둘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유형(?)의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엄밀히 말해 노바디에 참신함은 아예 없다. 완벽한 잡탕찌개기 때문이다. 레드로 시작해서 더 이퀄라이저를 거치더니 존 윅이 되었다가 잭 리처를 거쳐 더 이퀄라이저로 마무리되는 영화다. 너무 익숙하고 또 익숙해서 헛웃음이 나오는 재미의 영화라고 해야 맞다. 이 영화의 설정이나 액션이 참신하다고 말하는 평론가는 정말 아주 많이 반성해야 한다. 클라이막스에 사용된 무기(?) 중 하나는 유튜브에 유압 프레스로 검색..

영화/리뷰 2021.06.14

영화 리스타트 (2021) 왜 보스 레벨이 아닐까

영화 리스타트는 의문 부호가 잔뜩 떠오르는 작품이다. 일단, 먼저 떠오르는 의문은 '왜 제목이 리스타트인가'다. 영화는 노골적으로 구세대 게임의 공략을 스토리에 차용한 작품이고, 따라서 원제인 '보스 레벨'이 더 작품에 어울린다. 꼭 제목을 바꿔야 했다면 '최종 보스'나 '마지막 스테이지'와 같은 게임에 써볼 만한 용어를 쓰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나라면 '투 비 컨티뉴'라고 지었을 것이다. 영화 자체는 즐길 만하다. 게임이 컨셉인 만큼 여러 아이템이 사방에 배치되어, 죽었다 살아나기를 반복하다가 아이템의 존재를 깨달아 새로운 공략법을 찾아낸다. 미스테리가 풀리는 과정이 짜릿하진 않지만, 부성애를 섞어서 나름 감동적으로 엮어냈다. 다소 벙찌는 엔딩이 아쉽긴한데, 이 정도면 킬링타임으로 나쁘진 않다. 자..

영화/리뷰 2021.06.08

모범시민 (2009) 바닷물 같은 영화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범시민 감독판 블루레이를 다시 꺼내봤다. 아, 답답하다. 패기 넘치고 스릴 넘치게 구성된 전반부와 엉성하고 힘이 빠지는 후반부. 모범시민의 영화적 완성도는 극과 극을 달린다. 스파이들조차 존경하는 컨설턴트가 짜 놓았다는 트랩의 수준이 참담한 수준이라는 게 제일 문제. 10년 동안 법률 공부도 상당히 했다는 설정도 전개에 그다지 써먹질 않은 탓에 머리를 굴려볼 구석조차 별로 없다. 심지어는 메인 빌런이 정의롭기라도 한 것처럼 엔딩의 한 축을 장식하고 있으니 기가 찰 따름. 사실, 이건 이미 모범시민을 여러 차례 감상한 뒤라 명백하게 기억하고 있는 바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계속 보게 되는 이유는 압도적인 전반부 때문. 자비 따윈 어디에도 없는 다크 히어로 그 자체의 주인공이 특정 조건..

영화/리뷰 2021.06.05

오랜만에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보고 잡소리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분명히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들 중에서 가장 이질적인 영화다. 스토리의 구조든 감정선이든 상징이든 간에 잘 캐치해서 잘 펼쳐놓긴 했는데, 디테일이 참 아쉽다. 마치 마감을 대충 해놓은 명품백 같은 느낌. 게다가 여러가지 신선한 것들이 잔뜩 있어왔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들 중에 유일하게 신선함이 배제된 작품이기도 하다. 개봉 당시엔 우물과 같은 상징들에 전율하곤 했는데, 반복해서 감상하다 보니 이것도 뻔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꾸준히 보는 이유는 아이맥스로 만들어낸 시원한 영상과 캣우먼 되시겠다. 내게 있어서 역대 최고의 캣우먼은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앤 해서웨이다. 볼 때마다 도발적이고 우아한 자태에 놀라곤 한다.

영화/리뷰 2021.06.02

아미 오브 더 데드, 또 다시 저평가되는 잭 스나이더

아미 오브 더 데드를 드디어 봤다. 그간 온갖 반응이 쏟아져나왔는데, 워낙 호불호가 갈리는 바람에 어느 한 쪽의 분위기에 쏠리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천천히 봤다.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솔직히 그간 잭 스나이더의 영화들과 달리 리뷰의 내용이 길어질 것 같지도 않고. 아래로는 아미 오브 더 데드의 강력한 스포일러가 담겨 있으므로 주의. 잭 스나이더의 영화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가 뭘까? 스토리텔링 기법이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잭 스나이더는 스토리텔링을 영상으로 한다. 영상을 텍스트 삼아서 내러티브를 써내려간다는 의미다. 잭 스나이더 스타일 스토리텔링의 아주 쉬운 사례, 혹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례를 보자면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두 히어로가 대결할 때 배트맨이 슈퍼맨의 공격을 너무 손쉽게 막아..

영화/리뷰 2021.05.28

킬러의 보디가드 (2017) 예쁘고 화려하고 가볍다

뭘 보고 잘까 고민만 거듭하다가 이러다 아무것도 못 보고 자게 생겼구나 싶어서 냅다 아무거나 집은 영화가 킬러의 보디가드. 최근 킬러의 와이프의 보디가드, 그러니까 킬러의 보디가드2 아니 킬러들의 보디가드.... 뭐가 됐던 그 예고편이 공개되고 나서부터 다시 감상하려고 각 잡던 타이틀이다. 마침 잘 됐다 싶었다. 영화는 유럽의 아리따운 자태를 마냥 예쁘게 펼쳐낸다. 암스테르담 액션을 비롯 일부 장면에 사용된 레드 에픽 드래곤은 꽤나 노골적으로 '유럽에 관광오세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아리 알렉사 XT 촬영분의 아나몰픽 렌즈 왜곡에 의한 화질 저하가 레드 에픽 드래곤의 놀라운 색농도, 선예도와 극단적으로 비교되기 때문에 금방 눈에 띄는 편이다. 레드 에픽 드래곤이 사용된 장면은 대부분 유럽의 관광지를 비추..

영화/리뷰 2021.05.14

영화 브이아이피 (2017) 그릇된 집단지성의 희생양

박훈정은 악마를 보았다와 부당거래의 각본가로 시네필 사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비록 두 영화 모두 각본이 상당히 각색되긴 했지만, 싸이코패스 살인마에 얽힌 어느 개인 혹은 집단의 다툼을 그린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악마를 보았다의 '울면서 웃는' 서글픈 엔딩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런 박훈정이 각본가로서가 아닌, 감독으로서 싸이코패스 살인마와 그에 얽혀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이들을 그려냈으니 바로 브이아이피다. 브이아이피는 저평가된 영화다. 개봉 당시엔 래디컬 페미니즘 열풍이 불어닥치고 있었는데, 살인의 대상이 된 여성을 지나치게 희롱한다는 이유로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 (수입사가 윈드리버의 겁탈 장면을 편집해서 개봉한 걸 칭찬하던 시기다. 끔찍한 검열의 기억.) 싸이코패스가 악랄한 짓을 하는 걸 보여줘서 불..

영화/리뷰 2021.05.12

콩: 스컬 아일랜드 (2017) 메타포에 희생된 것들의 집합

오랜만에 몬스터 유니버스에 불이 붙어서 콩: 스컬 아일랜드를 봤다. 정확히 말하자면 고질라 VS. 콩을 보고 전작들이 기억이 안 나서 재탕한 거다. 재탕 안 하면 쓸 거리가 기시감 말곤 떠오르지 않는 작품이었던지라. 엄밀하게 말해서 콩: 스컬 아일랜드는 성공적이라 하기 어렵다. 아마 괴수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간들의 역할을 약하게 한 것을 굉장히 반갑게 여길 수 있겠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인간이 아예 안 나온다면 모를까, 나온 이상 어느 정도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고질라 2014가 이 부분은 잘했다. 주인공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냈고, 마지막엔 고질라와의 교감에도 성공했다. 콩: 스컬 아일랜드는 인간들의 비중이 막대함에도 극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 않고, 그저 메타포를 위해서만 작용..

영화/리뷰 2021.05.08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컷 3회차 감상하고 끄적임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3회차. 1. 1회차보다 2회차가 더 짧게 느껴졌고, 2회차보다 3회차보다 더 짧게 느껴졌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다. 2. 볼수록 제작비가 아쉽다. 워너 브라더스가 온전하게 처음부터 잭 스나이더의 플랜을 밀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컷을 합친 제작비를 따져보니 3억 7천만 달러다. 게다가 스나이더컷의 VFX 퀄리티는 이미 완성되어 있던 것들과 스테판울프 갑옷을 제외하면 엄밀히 말해 수준 미달이다. 3. 개인적으로 사이보그 파트가 정말 마음에 든다. 다소 서글픈 사이보그의 테마가 흘러나오며 교차편집에 내레이션이 곁들여지는데, 마법처럼 집중력이 확 오른다. 참 아름답게 꾸며진 시퀀스다. 4. 스나이더버스가 기적처럼 이뤄진다면 문제가 되는 건 원더우먼이 아니..

영화/리뷰 2021.05.04

원더우먼 (2017) 이제 매우 의심스러운 결과물

원더우먼 1984를 보고 난 뒤 원더우먼을 보면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을 것이다. 패티 젠킨스가 두 편 모두 촬영 감독으로 매튜 젠슨을 데리고 찍었음에도 영상에 차이가 막심하다. 원더우먼의 촬영이 대단했다기보다 원더우먼 1984의 촬영이 형편없다는 쪽에 더 가깝겠다. 대체 '머선129'란 말이 튀어나오는 막대한 변화에 기가 찰 나름이다. 액션이야 말할 것도 없이 원더우먼이 훨씬 뛰어나다. 원더우먼과 원더우먼 1984의 스턴트 코디네이터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겠지만, 원더우먼 1984의 스턴트 코디네이터가 딱히 모자란 이들도 아니다. 스타워즈 시리즈, 트랜스포머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에서 이미 검증을 받은 베테랑들이다. 액션의 분량이 적을 뿐이라고 말하기엔 원더우먼 역시 액션 분량이 많은 편..

영화/리뷰 2021.05.01

넷플릭스 [모술] 이라크에 던져진 듯한 현장감

영화 속 세계로 보는 이를 휙 던져버리는 연출 방식은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데, 이는 영상으로 나열된 내러티브를 읽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한 번 감상으로 모든 걸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단연컨데 없다고 장담할 수 있고, 이런 유형의 연출을 주로 하고 있는 마이클 만은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부당한 악평과 함께 대중으로부터 멀어졌다. 다만, 이러한 연출 기법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면 어떨까? 그것도 세상에 널리 알려진 지옥의 중동이 배경인 실화라면. 모술이 바로 그런 영화다. 사실, 모술의 연출 방식이 마이클 만의 그것처럼 무작정 던져놓는 식은 아니다. 그저 최후의 반전을 위해서 말을 아낀다 쪽에 가깝고, 주인공의 위치 자체가 감상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한 측면도 있다. ..

영화/리뷰 202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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