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보고 잘까 고민만 거듭하다가 이러다 아무것도 못 보고 자게 생겼구나 싶어서 냅다 아무거나 집은 영화가 킬러의 보디가드. 최근 킬러의 와이프의 보디가드, 그러니까 킬러의 보디가드2 아니 킬러들의 보디가드.... 뭐가 됐던 그 예고편이 공개되고 나서부터 다시 감상하려고 각 잡던 타이틀이다. 마침 잘 됐다 싶었다.
영화는 유럽의 아리따운 자태를 마냥 예쁘게 펼쳐낸다. 암스테르담 액션을 비롯 일부 장면에 사용된 레드 에픽 드래곤은 꽤나 노골적으로 '유럽에 관광오세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아리 알렉사 XT 촬영분의 아나몰픽 렌즈 왜곡에 의한 화질 저하가 레드 에픽 드래곤의 놀라운 색농도, 선예도와 극단적으로 비교되기 때문에 금방 눈에 띄는 편이다. 레드 에픽 드래곤이 사용된 장면은 대부분 유럽의 관광지를 비추는 액션씬 혹은 전경씬이라 어떻게해도 유럽의 관광지들을 예쁘게 촬영해서 관광 욕구를 자극하려는 의도로 밖에 안 보인다.
킬러의 보디가드가 보여주는 액션은 다채로움만 따지면 웬만한 블록버스터 저리가라 수준이다. 시가전으로 시작해서 격투, 체이싱, 폭발 등 3천만 달러로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을 까마득하게 넘어섰다. 내러티브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지만, 아름다운 유럽의 정경, 두 주인공의 아가리 파이트가 눈과 귀를 빼앗아가고, 액션은 기가 막히게 훌륭하고. 이러니 성공 안 하고 배길까. 속편이 나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전 작품까지 기복이 심했던 스턴트 코디네이터 그레그 포웰이 킬러의 보디가드에선 기적을 일으켰다.
목적을 깔끔하게 달성하는 영화다. 속편에서도 같은 재미를 기대해본다.
그나저나 아무리 카메라 트릭이 있다고 해도 사무엘 잭슨의 액션 소화 능력은 정말 놀랍다. 올해 74세이므로 당장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인데 액션씬을 소화한다니. 미국 남성의 평균 수명이 80세라는 걸 생각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