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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14

극한직업, 역대급 핑퐁에 뜻밖의 액션

코믹 액션이든 로맨틱 코미디든 간에 코미디가 들어간 이상 핵심은 핑퐁이다. 등장인물들이 툭툭 내뱉는 대사들이 찰지게 연결되고 부자연스러움이 없으면 그게 최고인 것. 은 그걸 완벽에 가깝게, 비슷한 유형의 다른 영화들보다 훨씬 뛰어나게 잘 해낸다. 이는 본래 이병헌 감독 영화의 공통분모이기도 한데, 다른 사람의 각본을 받아서도 해내는 걸 보니까 '고유 스킬'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의 핑퐁은 클라이막스의 액션씬에서도 제 역할을 해내며, 모든 억지스러움과 유치함을 순화한다. 능청스럽게 억지스런 상황을 정당화하는 이병헌 감독의 화법이 현란하고, 이를 더욱 능청스럽게 소화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기가 막힌다. 게다가 이 영화, 의외로 액션마저 괜찮다. 담담하게 유효타 많은 개그와 찰진 핑퐁을 기대하는 사..

영화/리뷰 2019.03.19

영화 헤드샷, 실랏이라도 좀 멋지게 꾸며주면

제작진이 다시 뭉쳐서 만든 에 대한 기대는 솜사탕에 가까웠다. 인도네시아 영화계는 전성기 시절 홍콩의 그것과 비슷한 양상을 띠는 모양이고, 이는 곧 이 의 열풍을 타고 만들어진 실랏 영화일 가능성을 의미한다. 입 안에 넣는 순간 한줌이 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은 역시 그런 가능성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80~90년대 홍콩영화와 그 홍콩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헐리우드 영화의 여러 요소를 짜깁기해놓았다. 게다가 연결에 공을 들이지 않아서 생략, 작위의 향연이 펼쳐진다. 보여주고 싶은 장면의 이미지와 설정을 먼저 만들어두고 이에 맞춰서 억지로 전개하는 듯한 설거움. 이런 작위적이고 비현실적인 요소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느냐가 에 대한 감상을 결정할 것이다. 한편..

영화/리뷰 2019.03.17

영화 갈증, Kanako in Crazyworld 미친 세상의 카나코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 , , 등 자신만의 세계를 확고하게 보여온 감독이다. 그는, ‘미친 세상’을 충실히 표현하는 것에 몰두해있다. 정신착란을 일으킬 만큼 산만하거나(불량공주 모모코) 섬뜩할 만큼 완벽하게 정제된(고백) 연출로 등장인물을 끔찍한 상황에 몰아넣은 뒤 “당신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세상은 미쳤고 당신 역시 미쳤다. 아닌 척 위선 떨지 말아라.” 라며 윽박지른다. 영화 은 그런 그의 시선이 매혹적으로 담겨있다. 을 감상한 사람은 나카시마 테츠야가 얼마나 모호함을 사랑하는지 알 것이다. 의 엔딩은 모든 게 ‘완성’될 수 있었던 순간에 감상자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후려갈기는 형식이었고, 그가 모호함으로 캐릭터를 완성시킨다는 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그런 성향은 에서 더 확..

영화/리뷰 2019.03.15

밤이 온다, 홍콩 느와르를 활로로 선택하다

로 시작된 인도네시아의 실랏 영화 열풍은 에 이르러 홍콩 느와르, 갱스터 무비 성향을 띠기 시작하더니 에선 아예 대놓고 홍콩 느와르를 카피한다. 그것도 어설프게. 그런데 이게 또 나름 나쁘지 않은 맛이 있다. 는 80년대와 90년대에 나왔으면 이나 분위기의 마이너 아류작 소리를 듣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당시의 홍콩 느와르를 쫓았다. 총 외에 주무기로 칼, 주먹 등이 추가된 것에 불과하고, 실랏으로 살짝 양념을 쳤을 뿐, 설정부터 전개 구조까지 아주 많이 닮았다. 그런데 이게 조만간 2020년대를 맞이하는 지금 통하느냐다. 는 지나친 옛감성이 독으로 작용한 경우다. 많은 걸 생략해도 알아서(?) 보정해주던 30년 전과 달리, 공들이지 않은 플래시백으로 내러티브를 보강하는 방식은 지금 관객의 허용 범위 안..

영화/리뷰 2019.03.13

파라독스 '살파랑: 탐랑' 끝내 도달하지 못 한 클라스

라는 이름으로 국내 개봉(?)한 . 을 연출했던 엽위신 감독의 영화로, 이후 그가 연출한 영화 중에서 가장 괜찮게 빠졌다. 이야기의 얼개가 상당히 좋은데, 사건의 흐름이 다소 널뛰기하는 경향은 있어도 등장인물들의 행동 경위엔 의문이 없다. 결말 역시 이런 유형의 '딸 찾아 삼만리' 스타일 복수극이 보여줄 수 있는 베스트에 도달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두 주인공 중 한 사람은 일상 연기를 못 하고 한 사람은 액션 연기를 못 한다는 치명적 단점에, 관계성 연출을 아주 못 하는 엽위신 감독의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일상 연기를 못 하는 쪽은 오월. 행동 하나하나가 다 어색하고 후시 녹음마저 입을 못 맞춰서 입과 대사가 따로 논다. 는 시리즈가 언..

영화/리뷰 2019.03.11

더 크리미널 마인드: 공공의 적, 대체 언제적 영화냐

일단, 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이것 만큼은 확실히 해두고 간다. 이제부터는 좋은 이야기를 할 여유가 없을 것 같아서. 이 영화는 마치 이야기에 적당히 플롯만 배치하고 성의 없이 살을 붙여서 '연결'한 것 같은 스크립트를 자랑한다. 6시간 짜리 영화를 2시간으로 축약했다고 말해도 믿을 것 같은 파편화. 이런 식의 연결은 같은 방송에서나 할 법하며, 배우들의 열연마저 어색한 코미디처럼 보일 정도로 피곤하다. 멜로디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스타카토 마냥 밀고 당기기가 부족한 편집이 영화를 무색무취하게 만드는 동안 연출은 아무 의미없이 류시시가 맡은 여형사의 이야기를 비추는데, 놀라우리 만큼 본편과 따로 노는 바람에 어색하기 그지 없다. 류시시의 역할은 중간에 맥거핀으로 써먹은 것 외엔 극에 영향을 전혀 ..

영화/리뷰 2019.03.05

영화 블리치, 고민 따윈 다 던져버렸다

영화판 는 편해도 너무 편하다. 급해도 너무 급하다. 내내 지겨울 정도로 설명하더니 감정과잉으로 일관, 여기에 지저분한 OST까지 더해져 피곤함이 상상을 초월한다. 심지어 타격감이라곤 1도 없는 액션에 기겁을 했다. 입이 하나도 안 맞는 후시 녹음을 보아 하니 얼마나 졸속으로 만들어진 영화인지 알 법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감상하고 나서 이것저것 쓸 거리를 떠올리게 마련인데, 는 떠올랐던 그 적은 쓸 거리들조차 엔딩을 보고 다 잊어버렸다. 흥행에 실패하긴 했어도 나름 괜찮은 영화화란 얘기를 믿고 감상했는데, 개인적으로 영화화라는 표현이 과분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말 그대로의 '실사화'다. 유명 배우, 대자본을 들여서 초대형 코스프레를 한 것에 불과하다. 난 졸작이 되더라도 '창작'을 보고 싶다. 필사적으..

영화/리뷰 2019.03.02

영화 업그레이드, 선배 SF영화들 사이의 어느 지점

자칫 '아내를 잃은 기계 혐오자가 기계의 도움을 빌려 복수하는 아이러니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는 . 전개 자체는 그런 이야기의 영화와 흡사한데, 집중하는 주제가 다르다. 과 , 의 어느 중간 즈음에 위치한 채 'AI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씨름하는 영화다. 오프닝부터 꾸준히 던져진 떡밥은 반전으로 완벽하게 회수하고, 흩어져있던 퍼즐은 짜릿하게 하나로 맞춰져 정체성을 상실한다. 약 100분 동안 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모든 측면에서 필요한 만큼 해낸다는 기적의 모먼트를 연달아 만들어냈다. 또한, 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음에도 의 연출과 각본의 무능함 탓에 쓸모없이 소비된 로건 마샬 그린의 연기력은 에서 물 만난 물고기처럼 영화 속을 마음껏 헤엄쳐다닌다. 이 영화는 그의 연기에 아주 많이..

영화/리뷰 2019.02.28

더 울버린, 확장판의 한이 '로건'으로

가끔 '오리지널'에서 주요 장면을 삭제한 뒤 개봉하는 부득이한 경우가 존재하고, 그런 영화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감독판이나 확장판이란 이름으로 그 오리지널을 볼 수 있게 된다. 반면, '오리지널'을 개봉해놓고 상술 때문에 감독판이나 확장판을 억지로 만들어서 개봉하는 경우도 있다. 은 전자에 해당한다. 의 확장판을 보면 모든 요소가 R등급이라고 외치고 있다. 으로 보여줬던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핏빛 찬란한 액션은 이미 확장판에서 펼쳐졌고, 극장에서 개봉한 은 잔혹한 액션의 상당한 분량을 삭제하거나 CG로 피를 지운 괴상한 작품이 되어야 했다. 이 영화는 총격 사운드까지도 R등급임을 외친다. 사운드의 성향에도 등급을 매기는 헐리우드의 경향을 보아할 때 이런 총격 사운드 디자인은 절대 PG 등급에서 만날 수..

영화/리뷰 2019.02.28

넷플릭스 아논, 앤드류 니콜의 지향점이란

앤드류 니콜 감독이 대중과 척을 지기 시작한 건 그의 지향점이 본인의 상상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가 생각하기에 미래 사회란, 유토피아를 가장한 디스토피아며 역동성이라곤 조금도 없는 통제 사회라 여기는 모양이다. 그래서 과 을 절대로 통제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정적인 세상으로 설정한 것 같고, 이게 대중에게 먹히질 않는 것이다. 은 이런 통제뿐 아니라 편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마땅히 드러내는 세상을 만들어놨다. 모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스스로 통제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은 로 시작해서 으로 귀납되는 독특한 혼종이다. 다만, 앤드류 니콜 감독이 추구했던 건 예시와 꽤 다르다. 이 그랬던 것처럼 완벽해야 하는 시스템에 생긴 '틈'을 이용해 세상에 반기를 드는 인물을 주입했다. ..

영화/리뷰 2019.02.27

고스트 워, 넷플릭스의 존중이 만든 대중적 결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이 하나 같이 작가주의를 표방하는 바람에 가벼운 즐길 거리를 기대하는 많은 이를 배반했고, 그 탓에 작품의 완성도와 별개로 대중성 확보에 실패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믿고 거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걸 보면서 세상 사람들의 편협함에 다소 실망감을 금치 못 했지만, 개인적 취향까지 뭐라 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주변에 추천조차 하지 않은 채, 나홀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들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대다수의 사람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하는 작품을 하나 발견했다. 가 바로 그 작품이다. 근미래의 동유럽 전장에 투입된 과학자이자 엔지니어인 주인공이 이성과 거리가 먼 귀신 문제를 해결한다는, 다소 기묘한 시놉시스가 마..

영화/리뷰 2019.02.27

스파이더맨: 홈커밍, 액션이랄 게 별로 없다

기존 스파이더맨과의 차별화가 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건 대체로 동의할 것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듀올로지가 기존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의 '매우 닮은' 평행 세계관에 가까웠던 탓에 식상했기 때문. 그러나 이 영화가 '스파이더맨은 중2병 가득한 꼬마'란 설정으로 차별화하는 바람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은 아이가 어른으로 '아주 조금' 성장하는 과정을 평면적으로 서술한다. 피터 파커 주변 관계가 평범과 한참 동떨어진 덕에 그 관계를 읽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한 데다 액션 배치도 효율적이라 '믿고 보는 마블'의 공식에 걸맞은 결과물이 되었다. 영화에 상주하는 (좋은 의미의) 키치함엔 중2병 설정이 나름 도움을 준 건지도 모르겠다. 위태위태한 중2병의 무개념 정권 지르기에 한숨과 불안이 가득하지만, 그..

영화/리뷰 2019.02.26

간츠: 오,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영화

는 원작 만화의 오사카 에피소드만 가져다 약간의 변형을 준 영화다. 이야기의 중반부만 딸랑 가져와서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이해시키려 하나 싶겠지만, 의외로 충실하게 설명 다 해주니까 그런 걱정은 안 해도 좋다. 3D 애니메이션 시리즈처럼 도 실사 영화는 꿈도 못 꿀 액션과 고어씬을 자랑한다. 또한, 어쩔 수 없이 가해진 변주를 제외하면 아주 많은 부분에서 의미 그대로의 ‘영상화'를 실천했다. 극단적으로 짧은 이야기 정도야 그냥 원작의 에피소드 하나를 영화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식의 자기합리화도 가능하니까, 딱히 이야기에 딴지 걸 건덕지도 없다. 그냥 영화의 7할 정도 차지하는 액션을 마음껏 즐기면 된다.

영화/리뷰 2019.02.25

아이 로봇, 확고한 개성 만큼 편협하다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은 영화에 특정한 개성을 부여하는 데 실패한 적이 없다. 심지어 평가가 안 좋은 영화들도 놀라운 임팩트를 남겨왔는데, 의 재난씬들이 그 예다. 에선 에서 다뤘던 '자유 의지'를 로봇 버전으로 소모했고, 당시엔 이런 변종(?)이 드물었기 때문에 꽤나 획기적인 개성이었다. 게다가 최신 영화를 기준으로 봐도 칭찬할 수 있는 프로덕션 디자인과 촬영 기술로 무장했으니 볼거리 하난 기가 막힌다. 그러나 극을 이끌어가는 방식이 지나칠 정도로 편협하고 단순하다는 점은 지금이 아니라 당시를 기준으로 해도 단점이다. 통찰력 대신 생존력을 부여받은 주인공은 그저 영화의 주제와 수미상관의 쾌감을 위해 희생된 데다 남을 설득하는 능력을 완벽하게 상실한 반쪽 짜리로 설정되어 억지 갈등을 만들어낸다. 또한, 주..

영화/리뷰 2019.02.23

13층, 어쩌면 그저 아류작일지도

이 영화사에 미묘한 위치에 있었던 이유는 비슷하다고 해도 접근법에서 와 거리가 있었던 와 달리 의 접근법이 와 꽤나 닮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리 프로덕션 기간과 개봉마저 와 겹치면서 '후배 영화'가 되어버렸다. 아류작 소리나 안 들으면 다행. 애초에 역시 제작 표류 기간과 별개로 단순히 개봉 시기만 따지면 겨우 1년 차이라서 모호하기 짝이 없는데, 아예 보다 늦게 개봉한 이야 말할 것도 없다. 은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도 썩 좋은 편은 못 된다.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임에 틀림이 없지만, 오로지 설정만으로 승부를 거는 영화라서 문제다. 초반부터 지나치게 반전 떡밥을 남발하는 바람에 세계관을 쉽게 눈치채게 되는 게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단점인데, 따지고 보자면 영화 제목을 이라 지은 것부터가 치명적..

영화/리뷰 2019.02.23

론 서바이버, 총격씬은 분명히 이래야 옳다

심플한 이야기다. 의 성격은 심플함을 감추려는 노력에서 온다. 네이비씰의 훈련 장면을 구성한 뒤 플래쉬백으로 영화를 시작한 것도 심플한 이야기에 개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이라 봐야 한다. 벤 포스터가 캐스팅된 걸 보고 가 ‘투쟁’의 영화가 아닐까 하고 예측하는 분도 있을 텐데, 놀랍게도 그 예측 그대로다. 첫 전투부터 네이비씰 대원들은 ‘좀비’로 변신한다. 보통 비슷한 상황을 다룬 다른 영화들은 탈레반의 처참한 사격 능력으로 밸런스를 맞추지만, 의 탈레반은 사격 능력이 좋은 편은 아니어도 다른 영화들처럼 기본 훈련조차 받지 못한 수준은 아니다. 덕분에 첫 번째 전투에서 네이비씰 대원 전원이 죽어버리는 파격적 영화가 등장하지 않을까하는 황당한 생각도 해봤는데, 피터 버그 감독은 네이비씰의 강력한 정신력과 상황..

영화/리뷰 2019.02.16

메가로돈, 남에게 추천할 자신이 없다

엔 마음에 드는 구석이 거의 없다. 심연의 신비함을 건드리는 해양 판타지가 되어주길 바랐는데, (당연히) 영화의 컨셉이 그걸 허용하지 않았고, 심연에 묻혀 있던 괴수의 코스믹 호러가 되어줄 수 있나 싶었는데, 그냥 쬐끔 더 큰 상어가 튀어나와서 분탕질하는 수준에 그친다. 이렇게 된 바에야 차라리 의 카피가 되어주길 바라던 순간엔 중국의 눈치라도 봤는지 해수욕장 홍보만 실컷하다가 개운하게 선회. 인간의 신체 능력을 뛰어넘은 제이슨 스타뎀 형님의 현란한 묘기만 '살짝' 보여주는 클라이막스에선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역할 분담이 황당할 정도로 작위적인데, 그 억지로 가져다 붙인 역할마저도 클라이막스에 가선 소멸한다. 히어로 주사를 맞았는지 마약을 들이키셨는지 모르겠지만, 여자 아이까지 배에 태워서 멋지게 달려..

영화/리뷰 2019.02.13

마일 22, 적어도 영화는 끝내야 하지 않을까

피터 버그의 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보만 담고, 마무리 없이 중간에 끊어버리는 괴상한 첩보물이다. 앙상한 정도가 아니라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전달해야 했던 감정마저 단 4초 정도의 클로즈업으로 끝내버렸다. 과도하게 컷한 편집은 그저 산만할 뿐이고, 실바의 정신병적 편력을 드러내기 위한 대사는 그저 사족처럼 느껴질 만큼 기능성이 떨어진다. 앙상한 시나리오도 연출에 따라서 머리에 쑤셔넣기 어려울 수 있다는 증거물이다. 따라서 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꽤 멋진 총격씬이 있긴 하지만, 뭐가 그렇게 급한지 중요한 동선을 모조리 생략하는 바람에 긴장감이 느껴지질 않는다. 이나 로 보여줬던 총격씬의 리얼리즘 역시 대폭 너프되었다. 이코 우웨이스를 데려다가 만든 격투씬마저도 쓸데없는 핸드..

영화/리뷰 2019.02.12

산책하는 침략자, 쿠로사와 키요시가 사랑을 외치다

쿠로사와 키요시는 자극적인 워킹과 빠른 편집으로 대변되는 21세기 공포영화와 달리, 점진하며 스멀스멀 뒷골에 기어오르는 듯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 특유의 느긋한 감성 덕분에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감독인데, 여기에 영화 전체를 모호함으로 도배하는 작가주의 속성까지 가지고 있다. 그의 영화를 질색하며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 쿠로사와 키요시가 놀랍게도 SF 재난영화를 만들었다. 이미 로 어떤 장르에서건 자신의 작가주의를 관철한다는 걸 알린 쿠로사와 키요시니 만큼 도 똑같이 갈 거라 확신했고, 그 확신에 보답(?)이라도 하듯 이 영화엔 쿠로사와 키요시만의 색채가 가득하다. 영화 전체에 만연한 모호함은 '모호'에 살고 '모호'에..

영화/리뷰 2019.02.03

영화 악녀, 과잉은 종종 문제가 된다

는 과잉이 문제다. 가열차게 불타오르느라 그럴싸하게 엮여야 할 인과에 신경쓸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엔 액션이 장기인 감독이라는 걸 어필하려고 무리를 했다고 할 법한 롱테이크 액션이 가득 담겨 있다. 그냥 연출했어도 충분했을 액션을 핸드헬드 롱테이크로 찍으니 그게 멋진 건지 정신없는 건지 모르게 된다. 곡예가 가득한 액션을 롱테이크로 연결한 게 신기해서 액션이 잘 만들어졌다고 현혹될 수 있는데, 의 액션은 기본적 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만큼, 치고 꺾는 과정에서 느껴져야 마땅한 쾌감이 없고,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다. 배우와 스턴트맨만 잔뜩 고생하는 '나쁜 액션'의 표본이다. 와 의 액션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를 보고 새삼 깨달았다. 액션에 역량을 집중하느라 다른 부분을 소홀히한 건지, 꽤 매력 있게..

영화/리뷰 2019.01.31

인시던트, 멕시코의 사회가 담고 있는 것

설정 좋고, 저예산의 한계를 타파하려는 연출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한결 같이 좋은데, 너무 완벽해서 허망한 반전과 세계관의 음습함이 약간 불쾌한 . 이 불쾌감은 반전의 아귀가 안 맞아서 그런다기보다 탈출구가 지나치게 없는 클라이막스가 끌어내는 당연한 반발 의식이다. 죄의식을 전면에 내세워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들어가게 하는 의 합리성도, 반전 하나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게 되는 와도 다르다. 반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의 세계관은 희생과 그 희생을 강요하는 듯한 누군가(어쩌면 신?)의 음습한 손길이 한가득해서 몰아치는 교차편집으로도 불쾌감을 막지 못 한다. 그 음습함을 보다 보면, 상당히 고통스러운 시대를 보내왔고 지금도 보내고 있는 멕시코와 남미의 사회에 관심을 두게 된다. 간접, 은유로 등장하는 ..

영화/리뷰 2019.01.30

살인자의 기억법, 극장판이 조금 더 익숙하다

극장판(감독판도 극장에서 상영했으니 틀린 명칭이지만,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놔둔다.)과 감독판은 아주 다른 경향을 지니고 있다. 단순히 결론이 다른 정도가 아니라 화자의 시선 차이가 도드라진다. 와 란 현란한 스릴러를 만들었던 원신연 감독의 스타일을 극장판에선 볼 수 없었지만, 감독판에선 결말에 이르러 나타나는 걸 보니 확실히 '감독'판이 맞긴 한 모양. 10분을 추가하고 편집을 다시 하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영화가 크게 달라진다. 그렇다고 감독판이 극장판보다 꼭 낫다는 얘긴 아니다. 비록 감독의 온전한 의도대로 만든 버전은 아니어도 극장판엔 감정에 호소하는 장면이 과장되지 않은 형태로 적재적소에 들어가 있어서 감독판보다 몰입하기 쉽다. 마케팅 과정에서 중시한 김남길과 설경구의 대립 구도도 극장판 ..

영화/리뷰 2019.01.29

20세기 소년 트릴로지에 대한 끄적임들

트릴로지를 봤다. 괴작으로 유명한 이 시리즈를 또 본 걸 보면 나도 보통 변태는 아니다. _ 트릴로지는 일본 연예계, 심지어 일본 대중까지도 전력을 다해 도운 영화다. 원작 이 그 정도로 압도적인 판매 부수를 기록한 명작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우라사와 나오키가 만화에 각종 추억을 혼신을 다해서 버무려낸 덕에 이를 공유하는 많은 사람을 자극했고, (강렬했던 버블의 기억마저 공유하는) 그 세대는 의 영화화에 엄청나게 열광했다. 그들의 기세가 워낙 거세서 다른 세대에까지 전염되었는데, 덕분에 트릴로지는 엄청난 숫자의 인기 배우, 개그맨, 가수 등 유력 연예인들이 카메오로 참여한 프로젝트가 될 수 있었다. _ 기왕 추억팔이하는 거라면 자기 나름의 추억팔이를 해보겠다는 생각. 제작진이나 영화사의 간부와 같이 제..

영화/리뷰 2019.01.26

트리플 엑스 리턴즈, 분노의 질주랑 뭐가 다른데?

는 딱 예상한 대로 'THE 빈 디젤 영화'다. 특유의 익스트림 스포츠 액션으로 영화를 힘껏 장식했다. 여기에서 날아다니느라 (몹시도 닮은 꼴인) 에서 몸 사린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신났다. 그리고 이 영화의 문제가 여기에 있다. 이제 이런 스타일에 지쳤다. 시리즈 내내 익스트림 스포츠 액션을 보여왔고, 트리플 엑스 시리즈 역시 동일하다. 빈 디젤은 양쪽에서 모두 그르렁대는 짐승으로 변신하고, 캐릭터마저도 카피 수준이다. 이쯤되면 역할명을 전부 빈 디젤로 통일하고 평행우주 컨셉으로 엮어도 되지 않나 싶을 지경. 심지어 는 가 성공한 이유이자 망가져가는 이유인 '가족 드립(우린 모두 트리플 엑스!) '마저 이어 받았다. 액션 컨셉이나 주인공의 성격이 더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없게 된 순간, 빈약한 서사와 ..

영화/리뷰 2019.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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