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고스트 워, 넷플릭스의 존중이 만든 대중적 결과

즈라더 2019. 2. 27. 00:00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이 하나 같이 작가주의를 표방하는 바람에 가벼운 즐길 거리를 기대하는 많은 이를 배반했고, 그 탓에 작품의 완성도와 별개로 대중성 확보에 실패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믿고 거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걸 보면서 세상 사람들의 편협함에 다소 실망감을 금치 못 했지만, 개인적 취향까지 뭐라 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주변에 추천조차 하지 않은 채, 나홀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들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대다수의 사람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하는 작품을 하나 발견했다. <고스트 워>가 바로 그 작품이다.


 근미래의 동유럽 전장에 투입된 과학자이자 엔지니어인 주인공이 이성과 거리가 먼 귀신 문제를 해결한다는, 다소 기묘한 시놉시스가 마음에 걸릴 수 있다. 보통 헐리우드에서 이런 스타일의 영화가 나오는 경우 결국 현란한 무기를 꼬나쥐고 귀신들을 때려잡는 엔지니어가 되기 일쑤니까. (하프라이프?) 그러나 다행히도 <고스트 워>는 넷플릭스 영화의 특징이 대중적으로 작용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무기 들고 쌈질하는 과학자, 엔지니어 같은 거 안 나온다는 얘기다. 스튜디오의 간섭이 있었다면 무조건 그런 거 나올 텐데, 넷플릭스의 작가주의 존중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총질, 쌈질 안 하는 과학자, 엔지니어인 주인공이 어떻게 오락적 자극을 느끼게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한다면, 주인공이 적극적이고 영리하며 순발력이 있는 사람이라 가능하다고 답변해본다. 어떤 현상이 일어날 때 그것의 원인을 파악하고 분석해서 해결책을 내놓는 과학자 특유의 습성을 아주 빠르게 해내는 천재가 주인공이다. 덕분에 <고스트 워>는 전투력이 0에 수렴하는 이가 전장을 주도하는, 헐리우드 영화에선 아주 보기 드문 진귀한 광경을 담고 있다. 군인들이 속수무책으로 아무것도 못 하고 있을 때 현상을 파악해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주인공의 퍼포먼스가 꽤나 자극적이고 놀랍다.


 <고스트 워>는 베이스가 밀리터리 영화인 것치곤 손발을 묶는 듯한 감정적인 장면이 드물다. 어느 밀리터리 영화건 100% 나온다고 할 법한 전장으로 떠나는 병사들을 향한 사령관의 연설은 심플하게 압축되었고, 다시 전장으로 돌아가는 병사들의 열정(?)은 <허트 로커>를 참고했다. 이런 요소가 뜻밖에 뒷맛을 만들어내서 영화에 대한 소감을 좋게 한다.


 사실, 이 영화는 주인공을 맡은 제임스 뱃지 데일의 맛깔 나는 대사 소화와 서늘함을 내포하고 있는 표정의 덕을 많이 보는 편이다. 특별하게 연기를 잘하는 편이 아님에도 어떤 역할이든 확실하게 소화해내는 '얼굴'의 믿음직함(음, 이거 그냥 연기를 잘하는 거라고 봐야 하려나). 제임스 뱃지 데일의 이 믿음직함이 지나치게 뚝딱하고 만들어내는 신무기들에 대한 반발심을 억제했다. <아이언맨3> 때부터 <고스트 워>까지 제임스 뱃지 데일은 만날 때마다 깊은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