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니콜 감독이 대중과 척을 지기 시작한 건 그의 지향점이 본인의 상상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가 생각하기에 미래 사회란, 유토피아를 가장한 디스토피아며 역동성이라곤 조금도 없는 통제 사회라 여기는 모양이다. 그래서 <인 타임>과 <아논>을 절대로 통제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정적인 세상으로 설정한 것 같고, 이게 대중에게 먹히질 않는 것이다. <아논>은 이런 통제뿐 아니라 편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마땅히 드러내는 세상을 만들어놨다. 모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스스로 통제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아논>은 <공각기동대>로 시작해서 <에반게리온>으로 귀납되는 독특한 혼종이다. 다만, 앤드류 니콜 감독이 추구했던 건 예시와 꽤 다르다. <인 타임>이 그랬던 것처럼 완벽해야 하는 시스템에 생긴 '틈'을 이용해 세상에 반기를 드는 인물을 주입했다. 덕분에 그저 범죄자를 체포하려던 의도가 점차 '반드시 무결해야 하는 사회 시스템'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변해가고 완벽한 통제가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읊는다. 그래서 영화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는 장면은 경찰청장과 주인공의 두 차례에 걸친 대화 장면이다. 반면, 이미 <이노센스> 등을 통해 닳고 닳아버린 전뇌 해킹에 의한 클라이막스 액션은 그 '방법'을 디테일하게 설명할 수 없는 만큼이나 평범하다.
<아논>은 쓸데없는 대사 따위 없이 철학을 깔끔하게 터치한다. 어나니머스 즉, '아논'은 마치 통제로부터 벗어나고자하는 아나키스트 취급을 받지만, 정작 본인은 그저 누군가로부터 숨겨질 권리를 말한다. 또한,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완벽성과 사생활이 마치 하나라도 된 것마냥 같다고 주장한다. TMI가 넘쳐나는 세상에 대한 독특한 일갈이다.
참고로,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이 영화에서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노출했다. 아마 그녀의 영화 중 제일 많이 벗은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