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더 울버린, 확장판의 한이 '로건'으로

즈라더 2019. 2. 28. 06:00

 가끔 '오리지널'에서 주요 장면을 삭제한 뒤 개봉하는 부득이한 경우가 존재하고, 그런 영화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감독판이나 확장판이란 이름으로 그 오리지널을 볼 수 있게 된다. 반면, '오리지널'을 개봉해놓고 상술 때문에 감독판이나 확장판을 억지로 만들어서 개봉하는 경우도 있다. <더 울버린>은 전자에 해당한다.


 <더 울버린>의 확장판을 보면 모든 요소가 R등급이라고 외치고 있다. <로건>으로 보여줬던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핏빛 찬란한 액션은 이미 <더 울버린> 확장판에서 펼쳐졌고, 극장에서 개봉한 <더 울버린>은 잔혹한 액션의 상당한 분량을 삭제하거나 CG로 피를 지운 괴상한 작품이 되어야 했다. 이 영화는 총격 사운드까지도 R등급임을 외친다. 사운드의 성향에도 등급을 매기는 헐리우드의 경향을 보아할 때 이런 총격 사운드 디자인은 절대 PG 등급에서 만날 수 없다. 즉, <더 울버린>은 확장판이 바로 '오리지널'이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간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성인용 영화를 만들어놓고 PG 등급으로 재편집해서 개봉할 때의 씁쓸함이 보통은 아니었을 것이다. <데드풀>의 성공이 아니었다면 <로건>도 <더 울버린> 꼴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라 약간 섬뜩하다.



 <더 울버린>은 (심하지 않은 수준의) 널뛰기 전개가 눈에 띄는 데다 여러 세력이 얽히고 섥히는 과정에서, 주인공인 울버린을 옆으로 치워버리는 클라이막스에 도달한 영화다. 이 때문에 여러 장점을 무시하고 혹평을 내리는 사람이 많이 있지만, 전쟁을 일으켜놓고 평화를 나불대는 일본의 뒤통수를 거하게 치기 위해 희생한 것들이라 꽤 흥미롭다. 와패니즈라고 해서 그런 것(!)까지 좋아라해줄 것 같냐면서 양손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올린 제임스 맨골드의 모습이 상상될 지경.


 핏빛 찬란한 액션, 이중으로 얽힌 극의 구조, 국뽕 들이킨 일본 뒤통수 치기, 오카모토 타오, 오카모토 타오를 비롯해 오카모토 타오와 오카모토 타오 등 흥미로운 게 많은 영화다. 물론, <더 울버린>의 진정한 매력은 오카모토 타오에게 있다. <더 울버린> 확장판 블루레이를 다섯 번이나 감상한 것도 다 오카모토 타오 때문...이 아니라 그 만큼 흥미진진한 영화기 때문이다. 


 아, 정신 차려야 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