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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14

곽철영 드립이 흥해서 다시 본 타짜

요새 하도 곽철영 드립이 흥하길래 필 받아서 블루레이를 꺼내봤다. 을 본 직후에 연달아 본 거라 피로감이 장난 아님에도 끝까지 몰입해서 봤다. 역시 대단한 작품이다. 이것저것 할 이야기가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딱히 할 말이 없는 걸 보아 이미 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곳에서 충분히 내뱉었던 모양이다. 35mm 필름 그레인과 조명 관용도가 매혹적이란 것 정도만 떠오른다. 필름 영화의 즐거움은 블루레이 유저의 특권이다. VOD는 비트레이트가 낮은 탓에 필름 그레인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 하고 영상이 지저분하게 깨진다. 물론, 블루레이라해도 대충 만든 녀석은 비트레이트가 낮아서 VOD와 다를 바 없지만. 블루레이는 열심히 뒤적이면 중고, 어쩌면 신품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한 번 시도해보시길.

영화/리뷰 2019.10.12

영화 <안나> 노빠꾸는 좋은데 너무 대충 찍었어

지옥에서 탈출하고 싶어하는 어느 영리한 여성을 스파이 버전으로 꾸며낸 . 이미 자신 만의 세계로 필모그래피를 가득 채우고 있는 뤽 베송의 신작이다. 를 재미있게 본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법한, 무언가에 심취한 작가주의 감독의 노빠꾸 질주가 에도 담겨있다. 이번에 뤽 베송이 심취한 건 사샤 루스라는 배우다. 의 예고편은 마치 처럼 꾸며졌는데, 영화 자체도 다소 닮아있다. 냉전에 벌어진 스파이 사이의 밀고 당기기와 삼중으로 장치한 트랩까지 어쩌면 의 영향을 받은 영화일지도 모른다. 차이점이 있다면, 살벌했던 냉전이 이제와선 찬란한 대중문화의 여명과 겹쳐, 낭만의 시대로 여겨진다는 점에 착안했던 게 고, 고통스럽던 소련 사회주의 체제의 하류 인생 끝자락에서 불구덩이에 빠져야 했던 인민의 지옥 탈..

영화/리뷰 2019.10.10

영화 <엑시트> 드립 가득한 단평

엔스토어에서 받은 걸 보다가 이걸 블루레이로 구매하지 않으면 내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명부의 화질은 꽤 괜찮지만, 암부는 누군가가 똥칠이라도 했는지 엉망진창인 게 꼭 내 인생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 블루레이 시장은 변화무쌍해서 흥행에 성공해도 블루레이로 나올지 어떨지 모른다는 게 문제다. 블루레이 나올 수 있게 우리 소녀시대 덕후들이 일코를 해제하고 촛불시위를 해야 할 때다. 블루레이 안 내놓으면 일본애들이 촛불시위 비하하고 날조한 내용 그대로 폭력 시위를 해볼까 한다. 윤아의 입에서 나온 ''개새끼"를 HD 사운드로 들을 생각에 벌써 설렌다. 윤아가 개새끼라고 하면 토끼새끼도 개새끼 만들어야지 아무렴. 900만 명 동원한 한국영화에서 제일 심한 욕이 개새끼라니 이거 너무 신선한 거 아니냐고..

영화/리뷰 2019.10.04

<사이드 이펙트> 루니 마라의 신들린 핸들링

경쾌하게 달려가는 스릴러를 만드는 감독 중엔 스티븐 소더버그가 최고고, 그는 밀고 당기기에 능숙하다 . 가끔 그 템포를 위해서 많은 걸 포기하기도 하는데, 그걸 단점으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듯하다. 역시 그런 전형적인 소더버그의 영화다. , 으로 확립된 소더버그의 심플한 연출 철학은 지루하거나 밋밋해질 위험성이 있다. 이를 커버하는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는데, 의 경우는 루니 마나의 연기를 써먹었다. 정말 우울증에 시달려 죽어가는 사람처럼 연기하는 그녀의 핸들링에 따라 영화는 훌륭하게 춤춘다. 영화의 중간부터 루니 마라라는 이름을 잊어버렸다. 그녀는 분명히 에밀리였으니까. 루니 마라가 쥐고 있던 바톤이 주드 로에게 넘겨지면서 는 젠틀한 정신과 의사가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필요한 만큼 전개한다. 이..

영화/리뷰 2019.09.24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이후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갑자기 머릿속에 의 장면들이 떠올라서 고민하다가 그냥 감상했다. 다른 영화는 몰라도 이 영화는 블루레이 구매하고 제대로 뽕을 빼는 듯. VOD로 봤으면 수십만 원은 깨졌을 거다. 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마지막 걸작이라 생각한다. 대체해주길 기대했던 는 너무 많은 걸 공란으로 비워뒀고, 그 공란을 채우고 유종의 미를 거둘 거라 여겼던 은 3시간 짜리 팬서비스 영화로 전락했다. 는 정치적이고 처절한 히어로 영화의 마지막 주자기도 하다. 정치적인 건 의 바톤을 이어받았고, 처절함은 의 바톤을 이어받았다. 이후에 이 영화보다 훨씬 좋은 히어로 영화가 나올 수는 있겠지만, 이처럼 정치적인 소재와 처절한 사투를 그린 히어로 영화가 나올 것 같진 않다. 본래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를 제외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리뷰 2019.09.22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로그컷 퀵뷰

정말 오랜만에 을 봤다. 이미 그 후속편이 둘이나 개봉한 상황이라 그간 뭐했나 싶긴 한데, 영화가 워낙 잘 만들어졌고 머릿속에 콕콕 박혀있는 터라 다시 볼 필요를 못 느꼈던 게 가장 큰 이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감동이 예전 같지 않다거나 재미가 없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로그 구출 장면부터 시작되는 로그컷의 교차, 평행 편집은 거의 신들린 수준이다. 클래시컬하면서 교과서적이며, 이와 같은 편집으로 연출할 때 어떻게하면 극에 긴장을 불어넣을 수 있는가에 대해 수업을 해주는 듯하다. 이 엄청난 퍼포먼스는 로그컷 고유의 것이다. 로그컷은 단순히 로그의 탈출씬을 넣은 서비스 판본이 아니다. 영화 속에서 아주 명백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내러티브를 강화해 쾌감을 극대화한다. 클라이막스 전투씬의 구멍을 틀어..

영화/리뷰 2019.09.08

존 윅 3: 파라벨룸, 나는 무협영화다

완벽하게 본인이 무협영화임을 커밍아웃하는 . 썩어버린 무림맹과 거기에 무릎을 꿇거나 반발하는 각 문파들, 아웃사이더로 청부업을 하다가 은퇴한 천하제일의 고수 존 윅까지, 완벽한 무협이다. 아마 최근 본 무협영화 중 60~70년대의 중국 무협소설을 가장 충실하게 옮긴 영화 같다. 이것저것 따지기보단 무협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면 시나리오의 구멍이나 괴상한(?)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과 가 나태하고 게으른 스턴트 때문에 보기 괴로웠다면, 는 많은 측면에서 나아졌다. 둔한 키아누 리브스의 몸 놀림을 덮기 위해 대역을 쓴 장면이 전작보다 훨씬 늘어났고, 초반부터 몸집이 작은 중국계 스턴트들을 쓰면서 존 윅에게 '묵직함'을 부여했다. 총격씬은 신선한 아이디어가 부족했던 건지 동작의 변화보단 총기의 사운..

영화/리뷰 2019.09.02

넷플릭스 퍼펙션, 앨리슨 윌리암스의 신경질적 스릴러

선과 악이 공존하는 비주얼의 앨리슨 윌리암스를 내세워 신경질적인 복수 스릴러로 탄생한 넷플릭스 . 구성은 닮지 않았지만, 신경을 긁는 듯한 음악과 편집 호흡, 극에 몰입하게 하는 배우들의 연기에서 이 떠오른다. 은 이런 유형의 스릴러가 취할 수 있는 정석을 차근차근 밟으며, 그 과정의 몇 차례의 반전에선 판타지에 가까운 무리수도 여럿 나온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가볍게 덮어버리는 자극적인 소재들과 사소한 것 하나까지 그로테스크하게 변질시키는 감독의 연출 방식이 영화를 살려냈다. 피가 줄줄 흐르는 장면은 거의 없지만, 말한 바와 같이 모든 걸 그로테스크하게 탈바꿈한 데다 신경질적인 음악, 편집 성향 때문에 자극적인 영화를 싫어하는 분껜 추천하기 어렵다. 뒤집어보자면 그런 것들을 좋아하고 익숙하게 느끼는 분..

영화/리뷰 2019.08.30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기도라가 만들어낸 지옥도

는 멍청한 신념을 지닌 박사가 저지른 만행 같은 걸 무시해도 될 정도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 매력이란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몬스터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 가 줬던 불안감을 불식시키고도 남는 결과물이다. 의 볼거리 중 가장 놀라운 건 기도라가 만들어낸 지옥도다. 화염 폭풍 속에서 번개를 내뿜는 기도라의 살벌한 자태는 4K 블루레이의 HDR을 타고 화면에 공포를 뿌려놓는다. 기도라가 횡포 부리고 다니는 장면을 본 것만으로도 흥분해서 잠이 안 오는 사람도 있을 터. 따라서 이 영화는 반드시 해야 했던 최소한의 역할 만큼은 확실하게 수행해냈다고 말할 수 있다. 단, 개인적으로 화면비로 시네마스코프를 선택한 건 실수라 생각한다. 전작인 가 '무토'란 가로 지향적인 몬스터를 등장시켜 시네마스코프를 아름답..

영화/리뷰 2019.08.28

오랜만에 <암살>을 감상하고 끄적임

오랜만에 블루레이 감상. 본래 광복절에 감상하려고 했는데, 위대장내시경 전날이라 그럴 여력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보다 1년 뒤에 개봉한 이 더 취향에 맞았지만, 의 뒤도 안 돌아보는 질주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어설프게 짜맞춘 것들을 잊어줘도 될 법한 만의 아비규환은 적어도 당시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처절함을 담고 있었다. 액션 연출에 약점이 있었던 최동훈 감독의 발전이 드러나는 영화기도 하다. 그나저나 로 방점을 찍다시피했던 최동훈 감독과 전지현 두 사람 모두 공백기가 길어지고 있어서 다소 안타깝다. 빨리 컴백하시길.

영화/리뷰 2019.08.27

영화 <한나> 나름 매혹적인 혼종

공백의 미학이라 통칭할 수 있을 독립영화의 작가주의성이 한참 유행하던 '첩보물'과 교배하면 가 탄생한다. 일종의 잔혹한 동화를 만드려 한 듯한 조 라이트 감독의 공백을 잘 살려낸 연출이 인상 깊지만, 모호함으로 도배된 이 성격이 가벼운 오락영화를 찾던 대중의 취향에 맞을 리 없다. 당연하다는 듯 혹평 세례. 를 보기 전에 영화의 제작 지원과 배급을 담당한 게 포커스 피처스라는 사실을 확인했어야 한다. 포커스 피처스는 예술/독립 영화 전용 스튜디오다. 감독은 가 여전사를 다룬 이야기로 받아들여지는 걸 꺼려한 모양인데, 의외로 는 그럴싸한 '여전사 비기닝' 정도는 해내고 있다. 즉, 오락성이 마냥 부족한 영화는 아니라는 것. 다만, 조 라이트 감독이 추구한 '잔혹 동화' 컨셉이든 그럴싸한 여전사건 간에 전부..

영화/리뷰 2019.08.07

영화 <어스> 타겟층이 확고한 미스테리

단순하게 미스테리 스릴러로 본다면 충분히 즐길 구석이 많은 영화 . 조던 필 감독이 전작 에서도 뽐냈던, 인물 간의 치열한 대립 연출이나 장면 하나에도 여러 반전 요소를 마련하는 각본의 특징은 에서 더욱 업그레이드되었다. 또한, 근래 헐리우드 공포영화의 트렌드인 '일반의 범주에서 어긋난 빌런의 언행'이 그대로 이식되어 섬뜩함을 더해준다. 영화 전체에 걸쳐서 준비하는 후반부 역시 볼거리. 복선을 엄청나게 깔아주는 바람에 전개 자체는 놀랄 게 별로 없지만, 중요한 건 놀라움이 아니라 과정의 그로테스크함이다. 의 볼거리란, 흥미진진한 장면 설정을 개성있게 연기하는 등장인물들의 부딪힘인데, 클라이막스의 순간에도 그런 성향을 잃지 않았다. 감독 역시 '어떻게 결론이 나느냐'엔 관심이 없는 듯 느긋하게 컷을 가져가..

영화/리뷰 2019.07.24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숨이 안 쉬어져

를 보기 전에 블루레이를 꺼내들었다. 딱히 연관된 작품도 아니고, 배우들이 깡그리 하차하는 바람에 김이 팍 새지만, 어쨌든 전편이니 봐줘야겠단 생각에. 은 특이한 영화다. 종종 까칠하게 귀를 후벼파는 테마곡을 제외하면 건실한(?) 추리극에 가까운 전반부과 달리 리스베트가 수사에 참여하는 중반부터 장르가 탈색된다. 리스베트가 의뢰(?)를 수락하고 오토바이 시동을 거는 순간, 마치 크게 벌린 악마의 아가리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감각을 주기 시작한다. 우아하던 연출은 거칠어지고, 테마곡은 시종일관 귀를 때리며, 수사를 가속화할 수록 밝혀져가는 험악한 진실들에 질식사할 것 같은 서스펜스가 극을 장악한다. 그렇게 험악하게 극을 매만지던 데이빗 핀처는 클라이막스 체이싱 장면에 이르러서야 꽉 쥐고 안 놔주던 감상자의 ..

영화/리뷰 2019.07.13

나이트 샤말란의 히어로 철학과 영화 글래스

결국 , , 로 이어지는 나이트 샤말란의 히어로 트릴로지는 '히어로의 증명'이란 단순한 주제로 이어진다. 나이트 샤말란 개인의 히어로에 대한 집착(?)이 스며들어서, 히어로를 믿지 않는 자들에게 정신학인 척하는 종교적 접근법까지 곁들여 '믿으라!'라고 외친다. 무려 19년이란 기간을 버티고 버틴 끝에 완결낼 수 있었던 '오리진' 가 기대했던 방향과 다른 결과로 이어진 건 혹평의 이유로 충분하지만, 애초에 일반적인 히어로물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던 과 를 고려할 때 궤적이 확고한 작품이라 볼 수도 있다. 에 액션만 기대 안 하면 된다. 여러 차례 실패를 거두고 영화 한 편 만드는 게 본인을 학대하는 꼴이 된 나이트 샤말란이라, 제작비가 2000만 달러에 불과한 영화다. 스턴트 코디네이터로 고용한 Manny ..

영화/리뷰 2019.06.26

넷플릭스 마리아, 필리핀의 인도네시아 카피

만류를 뿌리치고 넷플릭스 를 본 이유는 '필리핀' 영화기 때문이다. , 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던 인도네시아의 사례를 따라 '우리도 해보자'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인 듯하니, 적어도 칼리 아르니스를 활용한 액션은 건지지 않겠나하는 기대. 또한, 가 최근 헬게이트에 근접하고 있는 필리핀의 현실을 반영한 영화라면 그것도 꽤 기대해볼 법했다. 그러나 는 그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모자란 구석이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는 영화다. 조직의 킬러가 조직을 배반하는 계기를 너무 고민없이 연출해놓은 것에서 이미 기초 공사 실패다. 이후 이어지는 전개는 모든 측면에서 '목적'과 '전략'이 없이 보여주기에 급급하고, 와 등을 쫓은 주요 액션 장면은 매끄러운 인과를 거쳐 도달한 게 아닌 터라 감흥을 불..

영화/리뷰 2019.06.15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소니의 멀티버스 테스트

은 소니의 '멀티버스' 테스트가 아닐까하는 의심을 하게 한다. 이 작품의 대성공 덕분에 소니는 MCU에 있는 스파이더맨을 멀티버스 방식을 통해 소니 마블 유니버스로 끌고 와도 거부감이 크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이는 이 작품이 대단히 재미있음에도 마냥 반갑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는 이후 처음 구매한 3D 애니메이션이다. 영화가 재미있어서기도 하지만, 피터 파커와 피터 B. 파커를 가장 멋지게 그린 영화라 생각한 게 더 크다. 트릴로지, 듀올로지, MCU의 스파이더맨 모두를 통틀어도 이 영화보단 못 하다. 핸섬한 아가리 파이팅의 진수를 보여준달까. 그러나 역시 난 3D 애니메이션보다 실사가 좋다. 도 실사로 만들어졌다면 소리 벗고 팬티 질러를 외쳤을 텐데.

영화/리뷰 2019.06.11

백만 년 만에 다시 본 언브레이커블

대체 얼마 만에 보는 건지 모를 . 속편인 가 개봉하기 전에 봤어야 맞는데, 가 의 속편인지 알지 못 한 탓에 안 봤다. 덕분에 의 엔딩을 보고 머리에 총 맞은 기분이었던 기억이 난다. 새삼 놀라운 영화다. 이렇게 히어로의 시작을 멋지게 만들어냈으면서 이렇게 무모한 타이밍에 영화를 끝내다니. 아주 오래 전 첫 감상 당시에 마냥 좋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를 다시금 확인했다. 사무엘 잭슨이 나이트 샤말란에게 왜 속편 안 만드냐고 따진 게 이해가 간다. 속편이 나오기까지 십수 년이 흐르는 사이 사무엘 잭슨은 히어로가 되어버렸다. 여기선 빌런, 저기선 히어로. 고생이 많은 아저씨다. 이건 사소한 잡담. 제작비가 7500만 달러나 된다. 나이트 샤말란을 스타덤에 올린 는 4000만 달러. 지금 기준으로도 대단히 많..

영화/리뷰 2019.06.09

소드 마스터: 절대 강호의 죽음, 무협 소설을 읽듯이

극의 유기적 흐름을 거의 포기한 이 매우 즐거운 영화일 수 있는 이유는 무협 소설을 읽을 때 머릿속에 그렸던 이미지와 분위기를 그대로 화면에 뿌렸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의 무협 소설에 열광했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을 보며 '생략된 것들을 감상자인 내가 알아서 보강한다'는 기괴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널뛰기 전개와 일부 배우의 발연기가 발목을 잡는 데도 이 영화는 즐겁다. 모자란 부분은 내 상상력이 알아서 보정해주니까. 혹시나 해서 미리 말해두건데 강일연의 눈 부신 자태에 홀린 게 아니다. 절대 절대 아니다. 진짜 아니다. 강일연 때문에 이 영화를 네 번째 감상한 게 아니다. 그니까 아니다. 참고로 이 영화의 원제는 . '삼소야의 검'이라는 심플한 제목이다. 고룡의 소설로, 과거 한국에 (해적판이든 ..

영화/리뷰 2019.05.30

안시성, 전투씬의 규모 말고는 남은 게 없다

블루레이를 기다리다가 아무래도 안 나올 기세길래 넷플릭스로 봤다. 새삼 말할 것도 없지만, 참 오지게 못 만들었다. 이 영화에 완벽한 고증을 바라진 않았다. 일종의 합리화를 거쳤다. 예를 들어 주요 인물들 갑옷은 엽기적인 수준이었어도 보통 개마기병이라 부르는 중갑기병들의 갑옷이나 병사들 갑옷은 그럭저럭 갖췄으니까 봐준다는 식이다. 그렇게 하나씩 양보해줄 테니 그럴싸한 극을 만들어달라는 바람이었다. 그런데 큰일 났다. 이 영화, 와 아주 많이 닮았다. 쉽게 말해 가 그랬던 것처럼 전투씬을 위해 극을 내팽개쳤다는 의미다. 고증의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이 시기 안시성 전투에 대해선 학자들 간에 소소하게 갑론을박이 있었을 만큼 명확하지 않으니 극에 맞춰서 적당하게 잘 꾸며주면 그만이고, 처럼 아예 뒤엎어 창작..

영화/리뷰 2019.05.23

창궐, 그다지 먹힐 구석이 보이질 않는다

은 딱 수준의 영화다. 그러나 를 하드캐리했던 개그씬이 거의 없고, 윤아 같은 씬 스틸러도 없어서 먹힐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김성훈 감독에 , 의 황조윤 각본가를 더해 의 성공을 다시 맛보려했던 모양인데, 황조윤 각본가는 에서 했던 메시지를 다시 가져와 맞지 않는 틀에 우겨넣느라고 각본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놨고, 김성훈 감독은 가 모든 면에서 성공한 작품이라 착각을 했다. 의 클라이막스 직전에 벌어졌던 '날로 먹기'와 의 구구절절 연설 장면이 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고증 상태를 보아 그저 판타지를 만들 생각이었던 모양인데, 그마저도 제 역할을 못 하니 은 이제 시작인 한국의 좀비물에 똥을 투척한 망작이라 주장해본다.

영화/리뷰 2019.05.19

툼스톤, 이름값에 묻혀버린 클래시컬 스릴러

첫 번째 감상했을 때보다 반복해서 감상했을 때 더 재미있는 작품이 종종 있는데, 은 그런 작품 중 하나다. 첫 번째 감상했을 때도 충분히 훌륭한 작품이라 여겼지만, 이후 감상 때 내가 느낀 농도 짙은 감각은 꽤나 인상 깊다. 이는 을 1년에 한 번씩 감상하게 하는 원동력 중 하나다. 더할나위 없이 악마인 사이코패스 빌런과 이를 뒤쫓는 형사 출신의 무허가 탐정. 그리고 그런 탐정에게 의뢰한 피해자는 모두가 마약 딜러. 이 무엇하나 정상인 게 없는 세계관에 담담하고 서글픈 치정을 약간 흩뿌려 독한 영화를 창조해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액션 스릴러완 거리가 한참 멀고, 차라리 이나 쪽에 가깝다. 댄디하게 추리해가는 맷 스커더(리암 니슨 분)의 행적이 흥미로운데, 치정이 불러온 어느 캐릭터의 서글픈 결말이 총격..

영화/리뷰 2019.05.11

신비한 동물사전을 복습하며 확인한 것

블루레이를 보기 전에 을 복습. 이번 감상에서 확실하게 확인한 것 두 가지. 1.주인공인 뉴트 스캐맨더는 해리포터 세계관의 압도적 강자다. 싸울 의지가 별로 없어서 그렇지, 강해도 너무 강하다. 마법부 사형집행실에서 집행자들을 아주 손쉽게 제압하질 않나, 크레덴스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세계관 최강자 중 하나인 그린델왈드의 공격을 맞아주는 대인배적 사고관까지. 결국, 그린델왈드가 선을 넘으니까 냅다 소환수(!!!!)를 뽑아서 단숨에 제압해버린다. 덤블도어가 스캐맨더를 애지중지했던 건 이런 그의 실력을 알았기 때문 아닐까. 평범한 마법사들관 궤를 달리한다. 2.미국의 마법부는 사이코패스 단체다. 이런저런 법적인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것도 기가 막히는데, 사형을 집행하는 마법사들은 하얀니를 한껏 내보이며 웃는..

영화/리뷰 2019.04.28

캡틴 마블, 이건 무슨 괴작이냐

요새 돈이 너무 없다보니까 극장 나가는 게 갈수록 두려워진다. 그래도 가볍게 즐길 거리는 되겠다 싶었던 을 보고 디즈니에 테러를 해야 하나 싶은 감정에 사로잡힌 뒤 무슨 영화든 의심부터 하고 보는 중이다. 극이 그렇게 잘 짜이지도 않았는데, 액션마저 90년대 헐리우드 수준이라니. 열심히 단련한 브리 라슨의 근육이 아까웠다. 나 는 영화가 엉망진창이었어도 이따금씩 가볍게 꺼내볼 법한 만화책 역할을 하는덴 성공했었다. 그러나 은 도무지 두 번 볼 생각이 안 들더라. 어쩌면 마블 시리즈 중 처음으로 블루레이로 구매하지 않는 영화가 될 지도. 의외로 브리 라슨은 잘 어울렸다. 전사의 강렬함을 조금도 보여주지 못 하는, 예상 그대로의 이미지였지만, 인물의 성격 만큼은 확실하게 소화해내고 있더라. 이게 나름 연기파..

영화/리뷰 2019.04.28

어벤져스: 엔드게임, 저스티스 리그와 맞먹는 실망감

이 개봉한 직후부터 사방에서 달려드는 스포에 지쳤다. 어느 캐릭터의 죽음과 예상치 못 한 캐릭터의 등장을 알게 되고, 전개 방식까지 알게 되고 나자 '이건 천천히 느긋하게 볼 만한 영화가 못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급하게 보고 왔는데...... 슬프게도 은 내게 를 봤을 때와 비슷한 기분을 안겨줬다. 작품의 수준이 아니라 실망감 측면에서. 지금부터 쓰는 글에는 미세한 스포일러가 담겨 있으므로 정보를 아예 차단하고자 하는 분들은 읽지 않길 권한다. 엔 팬들이 예상한 여러 답안 중 그럴싸하다 싶었던 것들이 그대로 담겨 있다. 촬영 현장 파파라치로 드러난 바와 같이 시간 여행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데, 그 방법도 뻔한 터라 많은 사람이 '어라? 이거 내가 예상한 그대로잖아?'라고 생각했을 거라 장..

영화/리뷰 2019.04.26

에이리언4, 우리가 아는 그 에일리언들

시리즈에서 가장 안 좋은 소릴 듣고 있어도 는 시리즈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일 거다. 90년대 후반은 CG 기술의 진보가 가속 패달을 밟던 시기로, 덕분에 시리즈에서 크리쳐를 가장 많이, 제대로 보여줄 수 있었던 게 다. 당시 유행의 막바지였던 우주 재난, 모험 영화의 일종이기도 했는데, 그나마 그 가운데선 최상급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에이리언의 탈출(?) 과정이 지나치게 날림이라는 치명적 단점을 베이스에 깔고 간 데다 깊이에선 보다 못 하고 액션에선 보다 못 하다는 미묘한 구석에 틀어박힌 바람에 '잘 만든 영화'라 말하긴 어렵지만, 뜻밖에도 는 시리즈에서 가장 많이 오마쥬되는 영화기도 하다. 영화 속 유전자 실험의 그로테스크한 결과물이 (물론, 의 그것들 역시 70~90년대 코스믹 호러 영화의 영향..

영화/리뷰 2019.04.20

에이리언3 극장판과 확장판

엄청 오랜만에 를 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이야기는 없다. 극장판과 확장판의 차이를 말하려고 해봐야 30분이나 추가된 만큼 전개가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는, 당연한 소리나 나열하게 될 뿐이다. 전작인 과 보다도 훨씬 클래시컬한 영화인 데다 촬영, 조명, 구도 등이 매혹적이라서 좋아하긴 하지만, 확장판 역시도 남에게 추천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나단 생각은 안 든다. 는 디비디 시절, 극장판 분량과 확장판 분량의 음향 차이가 도드라져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재녹음을 거쳐 다시 믹싱했다는 블루레이 역시 차이는 확연하다. 민감하지 않은 사람도 이상하다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차이로, 서라운드 배치가 이상하고 대사음도 따로 논다. 사실, 화질과 음향 문제뿐 아니라, 확장된 장면들 중에 들어가지 않았어야 하는 ..

영화/리뷰 2019.04.17

사부: 영춘권 마스터, 예상 밖의 블랙코미디

엽문의 사부인 진화순을 가공한 영화인 듯한 . 그간 쏟아져나왔던 영춘권 영화와 달리 몹시 정적이고 코믹하다. 단순한 액션영화라 보긴 어렵고, 오히려 액션을 보조제로 삼은 일종의 블랙코미디 쪽 스탠스를 취한다. 무협 영화를 이렇게 연출하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토록 끝까지 일관된 자세로 밀고 나가는 경우는 드물다. 덕분에 는 시작부터 끝까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 몹시 흥미롭다. 개인적으론 로 엄청나게 뇌쇄적인 마력을 뽐냈던 송가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에선 소교와 닮은 꼴이란 이유로 조조의 부름을 받은 여성 역할을 맡았었는데, 그 당시 얼굴과 의 얼굴과 똑같아서 깜짝. 이 누님은 늙는다는 게 뭔지 까먹은 게 분명하다. 외모는 늙질 않는데 연기력은 일취월장해서 영화제가 주목하는 걸 보고 ..

영화/리뷰 2019.04.16

늑대의 어둠 Hold the Dark, 모호함의 부적합 사례

우리나라에 '모호'를 지극히 아끼는 감독이 있긴 하지만, 그 감독도 최소한의 단서는 배치해둔다. 직접 일러주지 않을 뿐, 영화를 잘 살펴보면 대체로 완벽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모호'라는 건 설명할 수 있는 현상에 한해서 적용해야 한다는 건데, 은 이야기의 흐름을 지배한 주제를 아예 설명하지 않았을 만큼 극단적으로 모호한 스탠스를 취했다. 살인, 분노, 복수 등 그럴싸한 단계를 밟아가던 영화는 마무리에 이르러 갑자기 고개를 홱 돌리고 말한다. '이제부터 이 인물들의 행동 동기를 모호한 방식으로 이야기할 거야. 그런데 네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당연히 이해 못 하겠다. 그저 늑대의 습성이나 알래스카 원주민의 전설 같은 것에서 비롯된 무언가가 있구나하고 추정을 해볼 ..

영화/리뷰 2019.04.13

<우는 남자> 이젠 단점들도 희미해지고

오랜만에 감상. 일본판 블루레이라 일본어 자막 띄워놓고 감상하는데, 자막 읽다가 화면을 다 놓쳐서 그냥 포기했다. 일본어 더빙 트랙은 성우의 연기가 김민희의 연기를 따라잡질 못 해서 꺼려진다. 딱히 성우의 연기가 나빴던 건 아니다. 부터 까지의 김민희가 거의 연기의 신이었을 뿐. 그건 그렇고. 이젠 이 영화의 단점이 희미해지고, 좋은 점만 잔뜩 보인다. 만큼 좋아하는 영화가 몇 없지 않나 싶을 지경. 엔 다양한 입장의 인물이 서로 뒤섞여서 아비규환이 되는 광경이 담겼는데, 사건의 단초가 된 '계집아이'를 제외하면 마냥 착한 역할이 하나도 없다. 피해자로 설정된 여자 주인공 최모경 역시 서민들 피를 쫙쫙 빨아드시는 투자 업체의 선봉장(정작 본인은 그렇게 인식하지 않는 모양이지만)이니 말 다했다. 애초에 해..

영화/리뷰 2019.04.09

폴라, 매즈 미켈슨의 자학 개그

는 를 + 스타일로 그려낸 주제에 매즈 미켈슨의 애잔함을 표현하는데 주력하는, 스타일과 아귀가 전혀 안 맞아서 웃긴 액션 영화다. 는 매즈 미켈슨이 나오는 장면과 그렇지 않은 장면을 색상부터 다르게 칠해놨다. 매즈 미켈슨이 나오는 장면을 칙칙하고 너저분하게 색칠해서, 화사하고 섹시하게 그려진 다른 킬러의 장면과 극단적으로 대비되게 했는데, 그런 탓에 무뚝뚝하고 흰머리 가득한 매즈 미켈슨의 비주얼에서 찾을 수 있는 건 애잔함뿐. 매즈 미켈슨이 진지하게 연기할 수록 이 대비가 주는 코믹함이 더해지며, 이거야말로 의 진정한 재미다. 그렇게 칙칙하게 지쳐 은퇴를 생각하는 킬러에게 자꾸 사소한 미션들이 주어지고, 급기야는 노구를 끌고서 승질나게 한 놈들을 살육하기까지 한다. 그 과정에서 입은 중상들을 보고 있노라..

영화/리뷰 201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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