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툼스톤, 이름값에 묻혀버린 클래시컬 스릴러

즈라더 2019. 5. 11. 12:00


 첫 번째 감상했을 때보다 반복해서 감상했을 때 더 재미있는 작품이 종종 있는데, <툼스톤, A Walk Among the Tombstones 2014>은 그런 작품 중 하나다. 첫 번째 감상했을 때도 충분히 훌륭한 작품이라 여겼지만, 이후 감상 때 내가 느낀 농도 짙은 감각은 꽤나 인상 깊다. 이는 <툼스톤>을 1년에 한 번씩 감상하게 하는 원동력 중 하나다.


 더할나위 없이 악마인 사이코패스 빌런과 이를 뒤쫓는 형사 출신의 무허가 탐정. 그리고 그런 탐정에게 의뢰한 피해자는 모두가 마약 딜러. 이 무엇하나 정상인 게 없는 세계관에 담담하고 서글픈 치정을 약간 흩뿌려 독한 영화를 창조해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액션 스릴러완 거리가 한참 멀고, 차라리 <살인의 추억>이나 <조디악> 쪽에 가깝다.


 댄디하게 추리해가는 맷 스커더(리암 니슨 분)의 행적이 흥미로운데, 치정이 불러온 어느 캐릭터의 서글픈 결말이 총격씬과 겹치는 순간 펼쳐지는 스커더의 참회가 평행/교차 편집될 때 에너지가 특히 흥미롭다. 눈물 한 방울조차 없이 영상에 서글픈 분위기를 불어넣은 리암 니슨의 실루엣이 결정적 역할을 하지만, 총격씬의 동선을 생략하는 과감한 선택으로 액션의 흐름 대신 감정의 흐름을 만들어낸 감독의 능력도 분명히 한 몫을 했다.


 근래 헐리우드엔 <툼스톤>과 같은 클래시컬 스릴러가 별로 없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뱀다리) 어쩌면 리암 니슨을 캐스팅한 게 역효과를 불러온 건지도 모른다. <툼스톤>의 액션씬 분량은 아주 적다. 그것도 가벼운 총격씬 두 차례에, 짧고 굵은 몸싸움 끝에 질질 끌 것도 없는 마무리의 격투씬이 하나 정도. 즉, 액션을 기대하고 감상하면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