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미스테리 스릴러로 본다면 충분히 즐길 구석이 많은 영화 <어스>. 조던 필 감독이 전작 <겟아웃>에서도 뽐냈던, 인물 간의 치열한 대립 연출이나 장면 하나에도 여러 반전 요소를 마련하는 각본의 특징은 <어스>에서 더욱 업그레이드되었다. 또한, 근래 헐리우드 공포영화의 트렌드인 '일반의 범주에서 어긋난 빌런의 언행'이 그대로 이식되어 섬뜩함을 더해준다.
영화 전체에 걸쳐서 준비하는 후반부 역시 볼거리. 복선을 엄청나게 깔아주는 바람에 전개 자체는 놀랄 게 별로 없지만, 중요한 건 놀라움이 아니라 과정의 그로테스크함이다. <어스>의 볼거리란, 흥미진진한 장면 설정을 개성있게 연기하는 등장인물들의 부딪힘인데, 클라이막스의 순간에도 그런 성향을 잃지 않았다. 감독 역시 '어떻게 결론이 나느냐'엔 관심이 없는 듯 느긋하게 컷을 가져가며 '과정의 즐거움'에 집중해서 연출했다.
이렇게 개성 가득한 <어스>지만, 그걸 온전히 즐기기 위해선 꽤 많은 걸 알아야 하는 듯하다. 특히 미국의 역사, 사회를 현지인 수준으로 체험을 한 뒤에야 <어스>를 보면서 '아하!'를 외칠 수 있다고 한다. 당연히 그런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사람에겐 꽤나 피곤한 일이다. 이 영화는 그런 것들을 파악하지 않은 채 완전히 즐길 수 없도록 구성되어있고, 따라서 미국인이 아니면 맥락 전체를 이해했다기보다 파편을 주워담은 듯한 감각이 생길 수 있다. <겟아웃>과 달리 <어스>에 대한 우리나라 대중의 반응이 시큰둥했던 건 다 그런 이유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