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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14

마찬가지로 달라보이는 [배트맨 대 슈퍼맨]

무릎을 탁.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초반부에 나오는 로이스 레인의 대사가 귀에 박혔기 때문이다. 자신으로 비롯된 사고에 죄책감을 느끼던 그녀는 클라크에게 대충 이러한 말을 한다. "날 사랑한다는 사실이 너(클라크)로 하여금 너로 있을 수 없게 할까 봐 두렵다." 개봉 당시는 그냥 로이스 레인의 죄책감이 클라크에 대한 걱정으로 드러난 대사라고 생각했는데,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를 보고 나니 무릎을 탁! 로이스 레인이 슈퍼맨의 타락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단서가 아닌가. 맨 오브 스틸부터 배트맨 대 슈퍼맨까지. 영화는 정서적으로 굉장히 불안하고 어린 슈퍼맨을 그린다. 애초에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던 아버지 조나단 켄트가 어린 클라크 켄트에게 해준 조언들이 썩 쓸 만한 게 없었고, 결과..

영화/리뷰 2021.04.22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컷은 마스터피스다

벌써 17년이나 이어온 잭 스나이더의 필모그래피를 쭈욱 훑어온 사람이라면, 그의 영화가 어떤 성향을 지니는지 알 리라 본다. 그는 테렌스 멜릭과 스탠리 큐브릭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은 감독으로, 비록 영상의 스타일링은 다르지만, 스토리텔링 기법은 작품을 거듭할수록 두 거장의 영향력이 짙어졌다. 즉, 잭 스나이더는 내러티브를 영상으로 풀어낸다. 일반적으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영상 내러티브로 만드는데 심취하면 어떤 영화가 나오느냐. 잭 스나이더의 친구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로 예를 들자면, 덩케르크와 테넷이 나온다. 자칫 잘못하면 내러티브가 사라진 영화처럼 여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잭 스나이더는 왓치맨부터 배트맨 대 슈퍼맨까지 모두 영상으로 내러티브를 서술하는 바람에 '스토리가 없는 영화감독'이라는..

영화/리뷰 2021.03.20

[흑협] 이 졸작에 담긴 독특한 추억

이연걸의 열혈한 팬이었던 꼬맹이 시절. 하굣길의 비디오 가게에 붙은 흑협 포스터를 보고 '드디어 이연걸 신작이 나왔구나'라며 달려서 흑협 비디오를 빌렸다. 그런데 하필 그날 집의 비디오 플레이어가 고장이 났지 뭔가. 방법을 골똘히 생각하다가 달려간 곳이 사촌 동생의 집이었다. TV 앞에 사촌 동생, 친동생과 함께 앉아 흑협을 보고 있는데, 조금 많이 당황했다. 생각보다 잔인하고 생각보다 야하다. 모여 앉아 비디오를 보고 있던 우리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외삼촌은 영화의 정체(?)를 깨닫고 깜짝 놀라 비디오를 끄더니 용돈을 주며 나가서 다른 거 하며 놀라고 말했다. 당시엔 외삼촌이 왜 저렇게 호들갑을 떠시는지 이해를 하지 못 했다. 아주 긴시간이 흘러 2020년대에 접어든 지금, 나는 당시 외삼촌이 왜 그렇게..

영화/리뷰 2021.03.11

넷플릭스 [승리호]가 대박을 터트린 이유

한국 최초의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한국 최초의 SF라는 말은 틀렸다. 한국도 SF는 꽤 있어.) 타이틀을 들고 화려하게 공개된 승리호는 엄밀히 말해 '최초'니 하는 수식어와 별개로 가볍게 즐기기 적합한 영화임에 틀림이 없다. 스케일이 대단히 크다고 할 순 없지만, 나름대로 구색은 갖췄고, 우주 시퀀스의 널뛰기 편집으로 스릴이 감소하는 문제는 'K스타일' 카메라 구도와 핸드헬드로 적당히 덮었다. 전 세계에서 스페이스 오페라를 멀쩡하게 제작해내는 나라가 거의 없는 상황이니 이 정도면 나름 말끔하게 내놓은 셈이다. 솔직히 200억으로 이걸 어떻게 만들었나 싶을 지경. 한국도 이젠 200억으론 승리호 정도 규모의 영화를 만들 수 없다. 아마 VFX나 캐스팅 관련해서 여러 비용 절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승리..

영화/리뷰 2021.03.05

[양과 늑대의 사랑과 살인] 재해석의 영역마저 유치하게

살인마를 사랑해버린 히키코모리 남성의 이야기를 다뤘다길래 흥미를 뒀었던 양과 늑대의 사랑과 살인. 예고편의 톤만 봐도 절대 내가 기대했던 그런 그림은 나오지 않을 거란 걸 알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착하고 저렴하다. 'SP 드라마로 만들기엔 수위가 높아서 어쩔 수 없이 영화로 만들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전형적인 만화 원작의 일본 영화라 보면 되겠다. 애초에 첫 살인 장면부터가 한 편의 무용을 하듯 현란한 몸동작을 뽐내니 이건 대놓고 '나 만화에요'라고 말하는 꼴이라 혹시나하는 마음까지 접어뒀다. 너무 착하고 심심해서 (솟구치는 핏물마저 CG다) 잠이 스르륵 온다. 그런데 어차피 후쿠하라 하루카가 그 귀여운 비주얼과 성우 목소리로 살인마를 연기한다길래 궁금해서 본 거라 부담 없어서 되려 좋은 점도 있..

영화/리뷰 2021.02.16

나이트메어 2010, 영혼 없는 악플 같은 영화

루니 마라가 데이빗 핀처와 만나기 전에 찍은 호러 영화 은 정말 속이 편안한 리메이크다. 꿈을 소재로 기괴한 상상력을 펼쳐냈던 원작과 달리 개성이 함몰된 채, 빈약한 등장인물 구성과 대놓고 설명을 해대는 스토리텔링까지 더해져 특별할 게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일취월장한 21세기의 기술로 신비롭고 괴랄한 꿈의 공포를 그려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먹힐 텐데, 감독의 연출엔 그럴 여력이 없어보인다. 긴 상영시간을 요구하는 내용을 (크레딧 제외하고) 1시간 25분 가량에 우겨넣는데 역량을 너무 소모했다. 극과 아무런 관계 없는 오마쥬가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 역시 바쁘게 달려야 할 영화에 악영향을 끼쳤다. 접고 접어 짓이겨서 1시간 25분에 우겨넣은 이야기는 딱히 '흠'이라고 할 부분은 없지만, 극으로서 작용..

영화/리뷰 2020.12.24

영화 고지전, 거부할 수 없는 한국 전쟁의 모순

신인 감독의 패기와 한계가 고스란히 노출된 전쟁영화 . 건너뛰는 요소가 지나치게 많고 편집이 난잡하다는 점 등 다양한 단점이 보이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건 연극적인 연출과 대사다. 조금 더 정확하게, 작위적이라는 표현이 조금 더 어울릴 법한 의 스토리텔링은 상당히 큰 장애물이다. 그러나 의 '모순'엔 그런 신인 감독의 한계를 깨버릴 힘이 있다. 년단위로 교착되어 양군의 시체로 단층을 만들어 쌓은 고지전은 기껏 해봐야 몇 킬로미터 정도 되는 거리를 위해 수십만 명의 인력을 갈아 넣은 전대미문의 전투였다. 단순히 비슷한 자리에서 참호전만 몇 개월해도 적아 구분이 안 된다고 하는 마당에 년 단위로 그만큼 사람을 갈아 넣었으면 적아가 아닌 '(서로를 죽여야 하는)동료'로 인식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은..

영화/리뷰 2020.11.23

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 개헌하면 일본은 이렇게 쎄다고

소년 망가 원작의 액션 영화가 모조리 엉망은 아니다. '코스프레'에 주력할 필요가 없는 유형의 영화는 뜻밖의 퀄리티를 보일 때가 있는데, 비주얼 측면에서 원작이 얽매이지 않는 만큼 연출 전반에 걸쳐서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제작자의 심리가 작용한 듯도 하다. 가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과거 블루레이를 보고 적었던 리뷰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문구가 들어있었다. 일본도 하면 되잖아. 이번에 또 감상하고 나서도 같은 생각이다. 재능이나 기술이 없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걸 할 수 없도록 하는 어떠한 제한이 지금의 일본 영화 업계를 만들어냈다. 는 좀비 영화가 가져야 할 모든 것을 가지고 있고, 인상 깊은 순간을 여럿 만들어낸다. 영화의 괴이한 좀비 VFX는 유럽조차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할 만큼 ..

영화/리뷰 2020.11.03

넷플릭스 프로젝트 파워, 갈팡질팡 배우 낭비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들도 제작비에 따른 '체급'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나 과 같이 정말 스트리밍 서비스의 그것이 맞나 싶을 정도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가 있고, , 처럼 1억 불 이하의 제작비로 만든 오락 영화가 있다. 최근 넷플릭스가 주력으로 하는 쪽은 5천만 불 이상, 1억 불 이하의 액션 영화인 모양이고, 가 이 체급의 영화다. 약을 먹을 경우 딱 5분 동안만 초능력이 생긴다는 설정의 는 그 약으로 희생되고 있는 일반인들과 약의 원천이 되는 소녀를 구출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으로 조셉 고든 레빗과 제이미 폭스를 캐스팅해서 의 샤를리즈 테론, 의 크리스 헴스워스처럼 구색을 갖췄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져봤을 때 이 영화는 도미닉 피시백 원탑의 영화로, 조셉 고든 레빗, 제이미 폭스는 그녀..

영화/리뷰 2020.10.22

기생수 파트2, 영화화가 아닌 그저 실사화

아주 깔끔한 영화 . 좋은 의미의 깔끔함이 아니다. 에서 담지 못 했던 것들을 억지로 우겨넣느라고 평행편집을 이용해 단순히 나열했다. 원작의 에피소드들을 축약한 거라 다행히 산발적이진 않으나, 굳이 좋게 봐줄 이유도 없다. 는 그저 나열하다가 중요한 부분을 건너뛴다. 예를 들어 시청이 기생수들에게 잠식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나 신이치가 숨어있는 장소에 사토미가 나타나야 하는 이유 등에서 치명적인 공백이 있다. 시청의 기생수들이야 원작을 읽은 사람들은 적당히 디테일을 채워넣을 수 있다고 치지만, 히토미가 굳이 그 위험한 곳까지 가서 신이치와 정사를 나누는 건 황당한 억지다. 비주얼에선 절반은 긍정, 절반은 부정이다. 일단 전편부터 그렇지만, 원작에 비해서 액션의 비중이 끔찍할 정도로 적다. 기생 생..

영화/리뷰 2020.10.07

기생수 파트1, 원작에게 잔혹한 압축 파라노마

을 보고 처음 리뷰를 남긴 게 일본판 블루레이를 본 뒤였고, 일본판 블루레이를 구매했던 게 2015년이었나 2016년이었나. 그로부터 겨우 5년. 그럼에도 내 머리에 남아 있는 것이라곤 후카츠 에리의 나이를 거스르는 미모 하나뿐이었으니 사실상, 작품 내적으론 인상에 남는 게 하나도 없었던 셈이다. 영화 자체는 꽤 재미있게 봤다는 느낌이 드는 데도 남은 게 없다는 건 역시 전형적인 일본의 망가 실사화였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한국판 블루레이를 구매한 김에 다시 보니 이 가능성이 현실로 돌변해 한 발 다가왔다. '변화'와 '살아간다'는 주제를 가지고 격렬하게 풀어헤친 원작 망가 는 마스터피스다. 아니메가 그런 것처럼 망가 역시 70~90년대의 작품이 가장 격렬했는데, 이후 이나 , 등으로 대변되는 소년 만화의..

영화/리뷰 2020.10.01

넷플릭스 올드 가드, 액받이 무녀가 되는 게 두려운 불멸자들

시대착오적인 불멸자들과 문명인들의 적절한 조화가 돋보이는 영화 . 샤를리즈 테론이 그녀 영화 중에서 가장 멋진 비주얼로 나오는 영화기도 하다. 사방팔방에 카메라가 있는 정보화 시대인 데다 과거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규모의 대학살이 일상다반사처럼 일어나는 현대에 기껏 몇명 되지도 않는 불멸자들이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심지어 신체적 불멸이 아니라 '재생'하는 자들이다. 는 이 불멸자들을 대하는 문명인들의 올바른(!) 자세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문명인. 공동체를 이용해 편리를 추구하고 발전을 도모한다. 그러나 문명이 유지되기 위해선 반드시 누군가는 희생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그 희생양이 왕이었다. 가뭄이 들고, 전쟁에서 패하고, 문명을 효율적으로 이끄는데 실패하면 왕은 희생양이 되어 반란을 맞이하거나..

영화/리뷰 2020.09.2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언젠가 완전한 버전을 볼 수 있을까

갑자기 필 받아서 블루레이를 봤다. 새로 구매한 타이틀이 잔뜩 밀려있는데, 이미 몇번이고 감상한 타이틀을 또 보고 앉아 있다니 나란 놈은. 경쾌한 영화다. 손익분기를 넘겼으니 만주 웨스턴의 부활이 되지 않을까했지만, 역시나 작은 시장에서 장르 편식도 심한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애초에 만주 웨스턴이란 장르 자체가 헐리우드 서부극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거니 굳이 부활시킬 필요가 없다 여겼는지도. 이 칸 영화제에서 상영되었을 당시 만주 벌판을 질주하는 하이라이트에 대해 외국인들이 하나 같이 했던 말이 있다. 겨우 200억 밖에 안 되는 제작비로 어떻게 저런 멋진 장면을 찍었느냐는 것. 충분히 이해가 간다. 편집의 힘을 빌려 억지로 이어붙인 컷이나 건너 뛰는 컷이 있지만, 그걸 감안..

영화/리뷰 2020.08.31

나쁜 녀석들2, 아직 마이클 베이에게 질리지 않던 시절

를 보려다가 내용이 온전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본지 그리 오래된 것 같지 않은데 대체 왜일까 싶어서 꺼내 들었다. 디비디 시절부터 수도 없이 했던 재탕을 또 한 것이다. 는 마이클 베이 특유의 나쁜 버릇이 나오기 시작한 영화다. 화장실 유머를 곁들여서 넣을 수 있는 모든 에피소드를 쑤셔 넣는 버릇. 이 버릇 덕분에 마이클 베이의 이후 작품들은 상당한 널뛰기가 진행되었다. 쑤셔 넣은 것들이 잘 맞아떨어지면 수작, 그렇지 않으면 졸작. 상당히 극단적이다. 는 잘 맞아떨어진 수작에 해당한다. 성공했으니까 버릇이 된 거라고 보면 적절할 것 같다. 그런 덕에 영화의 액션은 버디무비가 보여줄 수 있는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다. 네 차례의 총격씬은 다른 영화였으면 하이라이트로 치부했을 수준인 데다 클라이..

영화/리뷰 2020.08.27

혼돈의 도시, 영화 베를린

꽤 꼼꼼하게 기억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본 은 내 기억과 달랐다. 사람의 기억력이라는 게 그런 모양이다. 영화의 편린만을 기억하고, 그 편린조차 시간이 흐르면서 잊히는. 그런 주제에 영화를 다 기억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분명히 을 재미있게 봤고, 극장과 블루레이에 걸쳐 반복 감상을 거듭했음에도 오늘 보면서 '이런 내용이었나..'라고 중얼거렸다. 은 북한의 정권 교체 과정에 벌어진 정쟁이 (전 세계의 첩보 집단이 모조리 존재한다는) 베를린에서 카오스를 일으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류승완 감독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치열하게 대립한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는 베를린에 직접 가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베를린에서 류승완 감독이 느낀 혼란이 영화 전반에 걸쳐서 담겨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는 영화의 ..

영화/리뷰 2020.08.19

정말 형편없는 바람의 검심: 전설의 최후편

말인데, 정말 형편없는 영화다. 훌륭했던 전편과 비교하는 탓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이 영화는 전편과 분리해서 볼 수 없는 영화이므로 잘라 말해 시리즈의 2, 3편이 통째로 몰락한 것과 같다. 의 결말은 각 인물들을 흩어놓는 거였다. 그럼 속편인 은 그 인물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떻게 움직여서 결론에 치닫느냐가 관건일 텐데, 이 영화의 등장인물 중 제대로 된 과정을 거쳐서 움직이는 인물은 히무라 켄신 단 한 사람이고, 나머지는 얼기설기 짜맞추기에 희생당해 허무하게 목적의 의미를 잃어버린다. 그나마 주인공 답게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히무라 켄신도 우스꽝스러운 억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시시오 마코토는 양동 작전을 써가면서 출정을 감추고 도쿄만에 기습을 가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여기서 끝이..

영화/리뷰 2020.07.25

바람의 검심: 교토 대화재편 기대 이상의 준수함

은 준수한 결과물이다. 원작에서 필요한 것만 정확하게 넣었고, 악조건 속에서 내러티브도 꽤 집중해서 실었다. 중간에 끊기는 영화라곤해도 클라이막스는 존재해야 했기에 억지로 이어붙인 면이 없진 않지만, 이 영화 자체로만 보면 극적인 허용으로 이해해줄 수 있다. (물론, 3편인 을 보고 나면 '대체 뭘 위한 클라이막스였나'란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감정과잉으로 일관된 코믹스 원작 일본영화의 연기 스타일이나,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은 코스프레 등 여러 단점을 잊게 해줄 의 또다른 장점은 VFX 퀄리티다. 일단 세트장부터 상당한 공을 들였고, CG 캐릭터보다 엑스트라를 더 고용함으로써 어색함을 줄였다. 여타 코믹스 원작의 일본영화는 스케일이 커질 수록 실사영화의 VFX라기보다 3D 애니메이션으로 ..

영화/리뷰 2020.07.20

영화 바람의 검심을 지금 와서 보자면

추억편과 인벌편이 영화화되었고 코로나19 탓에 개봉만 못 하고 있다는 소식에 괜히 필받아서 또(!) 블루레이를 감상했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은 영화다. 속편인 이 대단히 뛰어난 작품인 걸 생각하면 여러모로 아쉽다. 은 유치한 대사나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 등 코믹스 원작의 일본영화에서 볼 수 있는 실수는 죄다 저지르고 있다. 등장인물의 몹시 코믹스스러운 헤어나 의상 상태까지 포함해서, 엄밀히 말해 은 대체로 다른 코믹스 원작의 일본영화보다 나은 게 없다. 무엇보다 '잘생김' 말곤 연기하지 않은 사토 타케루가 문제다. 당시 그에겐 잘생긴 얼굴로 찌릿하게 째려봐주는 것 말고는 잘하는 연기가 없었다. 심지어 액션을 소화할 때 몸의 움직임도 이상해서 동작이 대단히 난잡해보인다. 이렇게 은..

영화/리뷰 2020.07.17

영화 루시, 차원의 끝을 보고자 한 뤽 베송

영화 는 차원에 대한 이야기다. '새로운 차원을 만들어냈다'와 같은 기괴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학자들이 연구하고 또 연구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해 뤽 베송 나름대로의 이미지를 펼쳐내는 영화란 의미다. 우리의 존재가 시간에서 비롯되었고, 시간은 연속적이지 않다는 개념. 즉, 가 펼쳐내는 이야기는 철학, 물리학, 수학 측면에서 수도 없이 연구된 만큼, 닳고 닳은 소재다. 과거와 미래는 이미 정해져있다. 시공간을 초월한 상위 차원에선 모든 게 고정된 것처럼 보이게 되며,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당연히 이에 대해 부정과 긍정을 반복하는 연구가 이어졌고, '수학적으로 완벽한 사이비 종교' 소리마저 듣는 초끈이론은 시공간 개념에 대해 궁금해하는 감독들의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갈겼다. 그래서 뤽 베송이 를 만든..

영화/리뷰 2020.07.15

영화 엽문 외전, 장진에 꽂힌 견자단

90년대에 라는 영화가 있었다. 원제는 . 시리즈가 메가히트를 기록하면서 프리퀄 형식으로 만들었는데, 이후 '소년 황비홍'을 빼버리고 가 아예 시리즈화될 정도로 인기를 누린 작품이다. 갑자기 왜 이야기를 하느냐면 이 와 비슷한 성향의 영화기 때문이다. 비슷하다고 해서 이 만큼 괜찮은 영화란 건 아니다. 그냥 비슷하다는 얘기. 가 황비홍의 후광으로 나온 것처럼 은 시리즈의 성공으로 나온 스핀오프다. 여성 우슈 대회 우승자인 증사민에 꽂힌 홍콩이 급하게 기획한 처럼 를 통해 장진에게 꽂힌 견자단이 급하게 기획한 영화가 이다. 의 무술감독이었던 원화평이 를 감독한 것처럼 의 무술감독인 원화평이 의 감독을 맡은 점도 닮은 점. 다른 점이 있다면 나름 인물 구조와 스토리라인에 신경을 썼고, 캐스팅도 화려하다는 점..

영화/리뷰 2020.07.08

이젠 다큐멘터리가 되어버린 영화 피라냐 3D

오랜만에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의 를 봤다. 영화 참 깔끔하고 재미있게 잘 만들었다. 섹슈얼리즘이나 고어의 수위가 상상 이상이라서 이게 정상적으로 한국에 개봉했다는 점이 좀 신기하기도 하다. 블루레이로 보면 사지가 찢겨진 수십 구의 시체가 핏물에서 뒹굴고, 남녀의 성기가 수차례 드러난다. 가 공개되던 당시 한국엔 가 공개된지 얼마 안 된 탓인지 제임스 카메론을 신처럼 떠받드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고, 를 두고 제임스 카메론의 에 누를 끼치는 리메이크라는 엉뚱한 평가도 볼 수 있었다. 기괴한 일이다. 제임스 카메론 본인에게 악몽 같았을 는 '괴작'으로 인정받아 컬트가 되었을지언정 '잘 만든 영화'와는 어마어마하게 거리가 먼 얼빵한 작품이었으니까. 단순히 영화적 만듦새로 보면 가 보다 수십배는 나은 결과물이..

영화/리뷰 2020.06.30

역시 경이로운 폭력의 미학, 영화 도화선

매번 을 볼 때마다 언급했던 거지만, 참 야만적으로 잘 만든 영화다. 필요한 것들만 딱 갖춰놓고 무자비한 폭력을 쏟아놓는다. 생각해보면 맨 처음 을 리뷰했던 글의 제목을 참 잘 지었던 것 같다. '경이로운 폭력의 예술' 꼭 필요한 것들을 제외하면 전부 가지치기. 예를 들어 베트남 삼인방이 삼합회 보스들을 처리할 때 응당 있어야 하는 과정이 모조리 생략되고 삼합회 보스들은 얼빵하게도 혼자서 느긋하게 다니다가 하나씩 제거된다. 마형사가 현장에 복귀하는 과정 역시 깔끔하게 생략되었고, 용의자를 죽인 마형사를 방치할 수밖에 없는 무언가 역시 생략되었다. 아예 배제한 게 아니라 '아마도'라는 첨언이 필요할 단서 정도는 남겨두어서 극이 지나치게 앙상하게 되는 걸 막긴 했지만, 의 이러한 전개 방식은 분명히 과감한 ..

영화/리뷰 2020.06.27

그저 빈 디젤 스타일, 트리플 엑스 리턴즈

딱 1년 만에 를 봤다. 참 엉뚱한 영화다. 처음부터 끝까지 쇼를 위한 억지를 늘어놓는다. 그래놓고 그 수많은 억지를 용서하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볼 거리 많으니까 그럼 된 거 아니냐면서. 는 와 궤를 같이 한다. 시리즈에서 '가족'을 '트리플 엑스'로 바꾸면 딱 맞아떨어진다. 질펀한 여자 문제만 적당히 정리하면 스핀오프라고 해도 믿겠다 싶을 정도다. 극의 분위기 측면에선 분명히 보다 가 란 이름에 더 어울린다. 볼거리는 기가 막히게 많다. 바다 체이싱 장면부터 견자단의 원맨쇼, 짜릿한 마지막 탈출씬으로 액션을 수놓고 디피카 파두콘과 니나 도브레브란 핫한 여배우로 눈을 호강케한다. 꽤나 억지스럽게 크리스 우를 출연시킨 덕에 여성의 눈을 즐겁게 해줄 배우도 존재한다고 할 법하다. 유치찬란하고 황당하긴해도 ..

영화/리뷰 2020.06.12

요원해보이는 중동의 평화, 영화 킹덤 리뷰

백만년 만에 블루레이를 감상했다. 매혹적인 영화다. 사우디 아라비아로 건너가는 과정이 억지스럽지만, 본격적으로 사우디 경찰과 함께 수사를 시작하면 그 억지를 잊게 될 것이다. 영화의 촬영도 흥미로운데, 마이클 만 영화 특유의 질감에 마이클 베이 영화 특유의 워킹을 더한 방식으로 제작 당시만 해도 굉장히 신선했었다. 본래 과 은 마이클 만의 프로젝트였다가 애제자(?)인 피터 버그에게 넘어간 경우다. 마이클 만 감독은 두 영화의 제작자로 나서서 피터 버그를 지원해줬는데, 덕분에 두 영화의 총격씬은 초보 감독에게 어울리지 않다 싶을 만큼 훌륭하다. 특히 의 총격씬은 중동을 배경으로 하는 밀리터리 영화를 통틀어도 손에 꼽힐 만큼 뛰어나므로 시가전을 좋아함에도 아직 을 보지 않았다면, 일단 만세를 먼저 외치고 영..

영화/리뷰 2020.06.02

누가 뭐라고 해도 멕시코 배경, 넷플릭스 익스트랙션

넷플릭스가 크리스 헴스워스를 데려다 야심차게 만든 영화 . 마이클 베이 감독, 라이언 레이놀즈의 와 함께 상반기 넷플릭스의 주력 상품이었다고 한다. 영화 자체는 대단히 심플한 편이다. 무언가를 잃고 상실삼에 사로잡혀 자살미션을 거듭하던 용병이 '마약왕의 아들'이란 모호한 포지션에 있는 인물을 구출한다는 익숙한 이야기를 그렸다. 분위기는 이 익숙한 설정에 걸맞도록 묵직하게 꾸며놨으나 정작 그 우여곡절과 아이러닉함에 깊게 파고 들지 않아서 가벼운 오락영화 이상이 되긴 어려울 듯하다. 결국, 에 기대할 수 있는 건 얼마나 멋진 액션을 담고 있느냐가 될 터.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락적 요소는 합격이다. 미어터지는 방글라데시의 시가지에서 좁고 좁은 공간을 헤집고 다니며 벌이는 격투, 총격씬은 상당히 놀랍다. 특히..

영화/리뷰 2020.05.25

격투 액션을 원한다면, 영화 히트맨: 에이전트47

동명의 유명 게임을 원작 삼은 은 티모시 올리펀트 버전의 보다 오락적인 완성도, 플롯이 뛰어나다. 전작이 쓸데없는 장면에 시간을 낭비하는 바람에 정작 히트맨 본연의 임무에 소홀했다면, 은 적어도 쓸데없는 장면은 없다. 특히 격투씬의 디자인이 상당히 좋은데, 스턴트 코디네이터는 예산 안에서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최대치를 해냈다고 생각한다. 다소 산만한 구도와 편집 속에서도 묵묵하게 빛을 확실하게 발하고 있다. 티모시 올리펀트의 이 눅눅하고 핏물 가득한 100% R등급 영화였다면, 은 다소 가벼운 대신 화려한 액션을 추구한다. 그래서 가볍게 즐길 영화를 찾는 사람에게 은 합격점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영화의 플롯을 칭찬할 수는 없다. 티모시 올리펀트의 보단 낫다는 거지, 잘 만들어졌다는 얘기가 아니다...

영화/리뷰 2020.05.04

영상에 수록된 색색한 모호함, 영화 달콤한 인생

지금은 걸작 느와르로 평가받는 이지만, 개봉 당시 혹은 직후엔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 했다.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주인공을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그 순간'이 영상 내러티브로 담겼기 때문이다. 묘하게도 대중은 '영상 내러티브'를 후대에 가서야 고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들이 특히 그랬고, 현역 중에는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들이 그렇다. 마이클 만의 는 도입부부터 통째로 영상 내러티브를 활용하면서 끔찍할 정도로 안 좋은 평가를 얻은 바 있다. 토니 길로이 감독이나 잭 스나이더 감독과 같은 이들도 영상 내러티브로 매번 욕을 얻어먹는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라는 2010년대의 마스터피스를 완성시키고도 그가 지루한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에서 '왜 그랬나?'라는 질..

영화/리뷰 2020.05.01

성공적인 짜깁기, 넷플릭스 익스팅션: 종의 구원자

를 두고 '여러 SF 영화들을 괜찮게 짜깁기한 결과물' 정도로 언급하려고 했는데, 조금 생각해보니 자아 반전을 핵심으로 삼은 SF에서 새로운 컨셉을 파생해내기 어려운 시대다. 외계인, AI 등 인간을 상회하는 지능의 존재에 대한 사회적 반응이 생겨난 시점부터 헐리우드는 장대한 시간 동안 창의력을 한계를 드러내게 할 만큼 많은 작품을 쏟아냈다. 그러므로 를 '짜깁기'라고 평가한다면 억울할 듯하다. 게다가 꼭 짜깁기라고 욕하더라도 이 영화는 꽤 괜찮은 모조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넷플릭스에서 괜찮은 SF 스릴러물을 찾는 이의 대부분을 만족하게 할 작품이다. 저예산으로 인한 규모나 반전으로 세계관을 확장하는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후속작으로 잘 연결만 된다면 열심히 기다려볼 생각이 있다. 한정된 공..

영화/리뷰 2020.04.29

영화 <저지 드레드> 리미트 없는 R등급 액션

의 원작 만화를 안 본 입장에선 영화를 볼 때마다 을 떠올리게 된다. 세계관과 도입부를 제외하면 와 은 플롯뿐 아니라 공간까지도 닮아 있고, 그래서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이 훨씬 나은 영화라 생각한다. 를 처음 보고 단평을 남겼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 더 낫다는 이야기를 하면 어김없이 의 팬이 들어와서 '그다지 닮지 않았다' 혹은 '촬영은 2012년에 했어도 프리프로덕션 기간이 훨씬 길었기 때문에 이 표절한 것이다'와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곤 한다. 그러나 디테일한 우여곡절을 알 도리가 없는 일반인들끼리 뇌피셜로 어느 게 더 먼저인지 따지는 건 우스운 일. 결과론일 지라도 어쨌든 어느 영화가 더 낫나야 비중을 둬야 하는 일 아니겠는가. 또한, 내가 을 더 재미있게 봤다고 해서 를 재..

영화/리뷰 2020.04.25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 이병헌 헐리우드 도전의 시작

이병헌의 헐리우드 데뷔작인 . 그다지 큰 역할은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까 엄청 큰 역할이라 깜짝 놀란 기억이 난다. 심지어 속편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역할 중 하나다. 이병헌은 이후 헐리우드를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그다지 인상적인 역할을 맡지 못 하고 까지 캔슬되면서 한국에 완전히 복귀했다. 은 휘몰아치는 영화다. 올드한 감성 탓에 유치찬란함 한가득에 VFX 퀄리티가 처참해서 마치 저예산 3D 애니메이션처럼 보일 때도 많지만, 이 정도로 휘몰아치는데 크게 어긋나는 것 없이 깔끔히 마무리되는 영화는 드물다. 아쉬운 점이라면 중반부 파리 시퀀스가 워낙 훌륭해서 클라이막스를 묻어버린다는 것 정도. 잘 만들었다고 말하긴 어려워도 가볍게 즐길 킬링타임 영화론 나름대로 해내는 영화다. 팀의 홍일점을 맡..

영화/리뷰 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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