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 개헌하면 일본은 이렇게 쎄다고

즈라더 2020. 11. 3. 06:00

 소년 망가 원작의 액션 영화가 모조리 엉망은 아니다. '코스프레'에 주력할 필요가 없는 유형의 영화는 뜻밖의 퀄리티를 보일 때가 있는데, 비주얼 측면에서 원작이 얽매이지 않는 만큼 연출 전반에 걸쳐서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제작자의 심리가 작용한 듯도 하다. <아이 엠 어 히어로>가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과거 <아이 엠 어 히어로> 블루레이를 보고 적었던 리뷰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문구가 들어있었다.


 일본도 하면 되잖아.


 이번에 또 감상하고 나서도 같은 생각이다. 재능이나 기술이 없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걸 할 수 없도록 하는 어떠한 제한이 지금의 일본 영화 업계를 만들어냈다. <아이 엠 어 히어로>는 좀비 영화가 가져야 할 모든 것을 가지고 있고, 인상 깊은 순간을 여럿 만들어낸다. 영화의 괴이한 좀비 VFX는 유럽조차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할 만큼 잔혹하므로 고어씬을 기대하는 사람마저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기생수>나 <바람의 검심>을 한참 상회하는 뛰어난 영화다. 

 

이 영화도 벌써 5년 가까이 됐다. 아직 앳됨이 남아있던 아리무라 카스미의 귀여움을 보시라.


 그러나 영화 전반에 걸쳐서 드러내는 메시지는 매우 살벌하다. <아이 엠 어 히어로>가 기획되던 당시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인에게 트라우마가 생겨난 직후, 아베 정권이 아베노믹스와 개헌을 밀어붙이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시기다. 그런 사회상을 반영한 건지 <아이 엠 어 히어로>는 전쟁을 '산탄총'에 빗대고, 헌법을 '총기 허가증'에 빗댄 뒤 허가증이 유명무실해진 세상에서 비로소 방아쇠를 당기게 된 주인공을 '일본'에 빗댄다. 즉, 이 영화는 꽤나 적극적으로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만드는데 찬성하고 있다. 그리고 허가증(헌법)에 얽매이지 않고 총을 쏘기 시작한 주인공(일본)은 혼자서 좀비들을 몰살시킨다. 이른바 '힘순찐'. 이러한 메시지는 숨길 생각도 없이 대놓고 드러내는 편이라 어지간히 둔감하지 않으면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 외에 <아이 엠 어 히어로>에 대해 할 이야기는 이전 리뷰에서 전부 다 한 듯하니 패스. 이참에 한국판 블루레이를 구매해둘까 싶다. 분명히 몇년 뒤에 또 보고 싶어질 터라. 


 솔직히 아리무라 카스미와 나가사와 마사미만으로도 돈값 하고도 남는 영화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