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역시 경이로운 폭력의 미학, 영화 도화선

즈라더 2020. 6. 27. 18:00

 매번 <도화선>을 볼 때마다 언급했던 거지만, 참 야만적으로 잘 만든 영화다. 필요한 것들만 딱 갖춰놓고 무자비한 폭력을 쏟아놓는다. 생각해보면 맨 처음 <도화선>을 리뷰했던 글의 제목을 참 잘 지었던 것 같다. 


 '경이로운 폭력의 예술'




 꼭 필요한 것들을 제외하면 전부 가지치기. 예를 들어 베트남 삼인방이 삼합회 보스들을 처리할 때 응당 있어야 하는 과정이 모조리 생략되고 삼합회 보스들은 얼빵하게도 혼자서 느긋하게 다니다가 하나씩 제거된다. 마형사가 현장에 복귀하는 과정 역시 깔끔하게 생략되었고, 용의자를 죽인 마형사를 방치할 수밖에 없는 무언가 역시 생략되었다. 아예 배제한 게 아니라 '아마도'라는 첨언이 필요할 단서 정도는 남겨두어서 극이 지나치게 앙상하게 되는 걸 막긴 했지만, <도화선>의 이러한 전개 방식은 분명히 과감한 가지치기다.


 그렇게 과감한 과정을 거쳐서 드러낸 줄기는 당연히 액션이다. <도화선>의 액션은 당시는 물론 지금 기준으로 봐도 센세이셔널한데, 미치지 않고서야 만들 수 없는 클라스기 때문이다. MMA 기술들을 총망라한 영화의 액션은 헐리우드뿐 아니라 다른 중국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클라스를 자랑한다. 오로지 견자단의 영화에서만 그것도 딱 세 작품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액션이다. (그 세 작품은 <도화선>, <빅 브라더>, <특수경찰: 스페셜 ID>다.)





 <도화선>의 액션을 '무술 안무'라기보다 '폭력'으로 규정지은 것엔 다 이유가 있다. 일평생 무술을 수련한 데다 액션영화에 대한 경험이라면 이연걸, 성룡과 같은 동료들 외엔 견줄 사람이 없을 견자단과 예성부터 소림사 무승 즉, 현역 무도인이었던 석행우까지. 철저하게 합을 맞추면 웬만해선 다칠 일이 없을 이 세 배우는 영화를 찍으면서 코가 부서지고 살이 찢겨나갔으며, 팔과 다리가 박살나고 한쪽 시력과 청력이 일시적으로 상실되는 등의 엄청난 부상에 시달리며 영화를 찍어야 했다. 약 20분 동안 진행되는 클라이막스 액션 시퀀스는 부상 탓에 3개월에 걸쳐 나눠서 찍었고, 견자단과 예성의 대결 장면은 1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거의 몸을 갈아서 만들어낸 액션인 셈이다. 


 그나저나 이 무시무시한 영화를 25G 싱글레이어 블루레이로 봐야 한다는 게 참 안타깝다. 안 그래도 제작에 사용된 마스터의 화질이 많이 좋지 않은 마당에 25G에 우겨넣다보니 정보량이 많은 장면에서 블록노이즈가 작렬한다. 이런 대접을 받을 영화는 분명히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