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요원해보이는 중동의 평화, 영화 킹덤 리뷰

즈라더 2020. 6. 2. 00:00

 백만년 만에 <킹덤> 블루레이를 감상했다. 매혹적인 영화다. 사우디 아라비아로 건너가는 과정이 억지스럽지만, 본격적으로 사우디 경찰과 함께 수사를 시작하면 그 억지를 잊게 될 것이다. 영화의 촬영도 흥미로운데, 마이클 만 영화 특유의 질감에 마이클 베이 영화 특유의 워킹을 더한 방식으로 제작 당시만 해도 굉장히 신선했었다. 


 본래 <킹덤>과 <핸콕>은 마이클 만의 프로젝트였다가 애제자(?)인 피터 버그에게 넘어간 경우다. 마이클 만 감독은 두 영화의 제작자로 나서서 피터 버그를 지원해줬는데, 덕분에 두 영화의 총격씬은 초보 감독에게 어울리지 않다 싶을 만큼 훌륭하다. 특히 <킹덤>의 총격씬은 중동을 배경으로 하는 밀리터리 영화를 통틀어도 손에 꼽힐 만큼 뛰어나므로 시가전을 좋아함에도 아직 <킹덤>을 보지 않았다면, 일단 만세를 먼저 외치고 영화를 찾아보자.


 마이클 만 감독의 원조는 <핸콕>으로 끝이 났지만, 그의 노하우를 전수받은 피터 버그는 <론 서바이버>라는 총격씬의 마스터피스를 만들어냈다. 청출어람까진 아니어도 그 스승에 그 제자란 말이 나올 법은 한 영화다. [각주:1]




 

2008년, <킹덤>을 처음 봤을 때 이렇게 느꼈다.


 "중동의 현실은 참담하구나."


 <킹덤>을 두 번째 봤을 때 이렇게 느꼈다.


 "여전히 변함이 없구나."


 <킹덤>을 N번째 봤을 때 이렇게 느꼈다.


 "변할 생각이 없구나."


 오늘 <킹덤>을 보고 이렇게 느꼈다.


 "당시보다 더 심각해졌구나."


 세계에서 안 좋은 쪽으로만 격변하는 건 중동뿐인 것 같다. 석유와 종교가 사라져야 중동이 좀 관대해지려나.


  1. 피터 버그는 <마일 22>부터 총격씬의 리얼리즘을 내던지고 과감하게 평범해졌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