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영상에 수록된 색색한 모호함, 영화 달콤한 인생

즈라더 2020. 5. 1. 08:30

 지금은 걸작 느와르로 평가받는 <달콤한 인생>이지만, 개봉 당시 혹은 직후엔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 했다.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주인공을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그 순간'이 영상 내러티브로 담겼기 때문이다.


 묘하게도 대중은 '영상 내러티브'를 후대에 가서야 고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들이 특히 그랬고, 현역 중에는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들이 그렇다. 마이클 만의 <마이애미 바이스>는 도입부부터 통째로 영상 내러티브를 활용하면서 끔찍할 정도로 안 좋은 평가를 얻은 바 있다. 토니 길로이 감독이나 잭 스나이더 감독과 같은 이들도 영상 내러티브로 매번 욕을 얻어먹는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덩케르크>라는 2010년대의 마스터피스를 완성시키고도 그가 지루한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달콤한 인생>에서 '왜 그랬나?'라는 질문엔 항상 답변이 없다. 있을 수가 없다. 영상이 이미 설명을 해버린 것을. 그 우스꽝스러운 질문은 이미 답이 나와있는 상황이기에 의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어차피 너나 나나 그 빌어먹을 자존심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니까 우스꽝스럽지만 끝은 봐야 하지 않겠나'라는 사내들의 헛된 똥폼이 만들어낸 비극인 것이다. 다른 방식이긴해도 한창 때 홍콩 느와르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저 과정을 전부 영상 내러티브로 그려내니 꽤나 멋지지 않은가. 그래서 감독들이 영상 내러티브를 그토록 추구하나보다.


 김지운 감독은 <달콤한 인생>의 마무리를 기대한 것 이상의 총격씬으로 장식했다. 특히 총격씬의 사운드가 출중하다. 이 실력은 어디로 안 가고 <놈놈놈>, <라스트 스탠드>, <인랑>으로 이어졌는데, 지금 시점에서 김지운 감독 만큼 총격씬을 잘 찍는 한국 감독이 없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영상 내러티브를 혐오하고 적응하는 걸 거부하는 사람에게도 <달콤한 인생>에서 얻을 게 있다는 의미. 또한, 시네마스코프 화면비를 기가 막히게 잘 살린 촬영도 즐길 거리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