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나이트메어 2010, 영혼 없는 악플 같은 영화

즈라더 2020. 12. 24. 18:00

 루니 마라가 데이빗 핀처와 만나기 전에 찍은 호러 영화 <나이트메어 2010>은 정말 속이 편안한 리메이크다. 꿈을 소재로 기괴한 상상력을 펼쳐냈던 원작과 달리 개성이 함몰된 채, 빈약한 등장인물 구성과 대놓고 설명을 해대는 스토리텔링까지 더해져 특별할 게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일취월장한 21세기의 기술로 신비롭고 괴랄한 꿈의 공포를 그려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먹힐 텐데, 감독의 연출엔 그럴 여력이 없어보인다. 긴 상영시간을 요구하는 내용을 (크레딧 제외하고) 1시간 25분 가량에 우겨넣는데 역량을 너무 소모했다. 극과 아무런 관계 없는 오마쥬가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 역시 바쁘게 달려야 할 영화에 악영향을 끼쳤다.

 

 

솔직히 낸시 역할도 루니 마라보다 오리지널의 헤더 랜겐캠프가 더 좋았다.


 접고 접어 짓이겨서 1시간 25분에 우겨넣은 이야기는 딱히 '흠'이라고 할 부분은 없지만, 극으로서 작용하는 것도 아니다. <나이트메어 2010>의 결정적인 문제는 여기서 비롯된다. 아동 성범죄라는 상당히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데다 반전 요소도 마련해놓는 등 자극적인 것들이 있음에도 극에 몰입하기 버거운 건 이야기의 구성요소를 유기적으로 묶은 게 아니라 '나열'한 것에서 그쳤기 때문이다. 애초에 등장인물 수가 극단적으로 적어서 버라이어티하게 엮어놓기도 어려웠겠지만, 편집에서도 고민한 흔적이 별로 안 보이는 걸 보아 '포기'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참신하게 엮어넣을 생각을 포기한 느낌.


 영화의 마무리는 더 심각하다. 프레디 크루거 공략은 원작 시리즈의 설정을 약간 빌려와서 익숙한 데다, 짧은 클라이막스는 겨우 이 정도를 위해서 1시간 넘게 달려온 건가 싶어 허탈하다. '끝난 줄 알았지이?'(대충 소련여자 짤방)하는 마지막 장면은 고개를 푹 숙이게 한다.


 <나이트메어 2010>의 프레디 크루거는 유쾌함을 잊었다. 그리고 사라진 유쾌함 만큼 작품성도 사라졌다. 남는 건 그저 신인 시절 루니 마라의 사랑스런 모습 정도려나. 그러고 보니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3D>와 매우 흡사한 결과물이다. 남는 게 여자 주인공 하나라는 점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