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검심: 전설의 최후편> 말인데, 정말 형편없는 영화다. 훌륭했던 전편과 비교하는 탓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이 영화는 전편과 분리해서 볼 수 없는 영화이므로 잘라 말해 시리즈의 2, 3편이 통째로 몰락한 것과 같다.
<바람의 검심: 교토 대화재편>의 결말은 각 인물들을 흩어놓는 거였다. 그럼 속편인 <바람의 검심: 전설의 최후편>은 그 인물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떻게 움직여서 결론에 치닫느냐가 관건일 텐데, 이 영화의 등장인물 중 제대로 된 과정을 거쳐서 움직이는 인물은 히무라 켄신 단 한 사람이고, 나머지는 얼기설기 짜맞추기에 희생당해 허무하게 목적의 의미를 잃어버린다.
그나마 주인공 답게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히무라 켄신도 우스꽝스러운 억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시시오 마코토는 양동 작전을 써가면서 출정을 감추고 도쿄만에 기습을 가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여기서 끝이다. 설마 딸랑 군함 한 대로 일본 전체의 군사력과 싸울 생각은 아닐 테고, 기습적으로 도쿄에 나타났으면 여세를 몰아서 메이지 정부를 뒤엎어야 할 텐데, 그런 모양새는 없고 그저 바다에 떠다니며 이토 히로부미를 압박할 뿐이다.
이토 히로부미는 더 가관이다. 그렇게 멍청한 시시오 마코토를 상대하면서 굳이 직접 얼굴 맞대고 협상하다가 수하를 잃었고, 포신 몇대를 산기슭에 설치하는 것조차 수일이 소요되는 등 괴상망측한 전력을 자랑했다. 그런 가운데에 히무라 켄신을 던져놓고 '어쩔 수 없어. 연극 좀 하자.'라는 식의 억지를 늘어놓는데 어떻게 공감이 가겠는가. 종래엔 그 억지가 히무라 켄신의 '고뇌'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는 게 드러나는 바람에 한숨이 절로 쉬어졌다. 최소한의 현실성도, 스릴도 없는 작전이 펼쳐지는 걸 보며 극한의 지루함을 느끼는 마당에 공감할 타이밍을 놓친 고뇌라니.
그래도 꼭 <바람의 검심: 전설의 최후편>이 남긴 걸 말해보라면, 시시오 마코토와의 최후 결전 장면 정도다. 다소 지저분한 안무와 그걸 제대로 살려볼 생각도 안 한 감독의 안이함이 피곤하지만, 그 우당탕탕 난장판이 혈투에 가까웠기에 매혹적이다. 그리고 "칼잡이의 시대는 끝났어"라는 원작 속 대사를 육성으로 들으니 훨씬 강렬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이 대사 하나를 위해서 트릴로지를 달려온 것과 마찬가지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