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검심: 교토 대화재편>은 준수한 결과물이다. 원작에서 필요한 것만 정확하게 넣었고, 악조건 속에서 내러티브도 꽤 집중해서 실었다. 중간에 끊기는 영화라곤해도 클라이막스는 존재해야 했기에 억지로 이어붙인 면이 없진 않지만, 이 영화 자체로만 보면 극적인 허용으로 이해해줄 수 있다. (물론, 3편인 <바람의 검심: 전설의 최후편>을 보고 나면 '대체 뭘 위한 클라이막스였나'란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감정과잉으로 일관된 코믹스 원작 일본영화의 연기 스타일이나,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은 코스프레 등 여러 단점을 잊게 해줄 <바람의 검심: 교토 대화재편>의 또다른 장점은 VFX 퀄리티다. 일단 세트장부터 상당한 공을 들였고, CG 캐릭터보다 엑스트라를 더 고용함으로써 어색함을 줄였다. 여타 코믹스 원작의 일본영화는 스케일이 커질 수록 실사영화의 VFX라기보다 3D 애니메이션으로 봐야 할 정도로 퀄리티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영화는 '영화 다운 VFX'를 뽐낸다.
한편, 영화와 코믹스가 같을 순 없다는 보편적 상식을 망각의 영역 안에 넣고 묻어버린 이들에게 서비스라도 하듯 끼워넣은 시노모리 아오시는 역할을 맡은 이세야 유스케의 떡진 머리 만큼이나 엉망진창이지만, 타나카 민의 담백한 연기와 나이를 잊게 하는 묵직한 몸놀림이 시노모리 아오시까지 살려냈다.
이토록 볼 만한 구석이 참 많은 준물 <바람의 검심: 교토 대화재편>. 이 기세 그대로 <바람의 검심: 전설의 최후편>이 마무리했더라면, 전대미문의 코믹스 원작 시리즈물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슬프게도 <바람의 검심: 전설의 최후편>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영화가 되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조만간 다시 보고 이야기를 꺼내겠지만, 후쿠야마 마사하루라는 거물 배우를 캐스팅한 게 오히려 독이 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