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녀석들: 포에버>를 보려다가 <나쁜 녀석들2> 내용이 온전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본지 그리 오래된 것 같지 않은데 대체 왜일까 싶어서 꺼내 들었다. 디비디 시절부터 수도 없이 했던 재탕을 또 한 것이다.
<나쁜 녀석들2>는 마이클 베이 특유의 나쁜 버릇이 나오기 시작한 영화다. 화장실 유머를 곁들여서 넣을 수 있는 모든 에피소드를 쑤셔 넣는 버릇. 이 버릇 덕분에 마이클 베이의 이후 작품들은 상당한 널뛰기가 진행되었다. 쑤셔 넣은 것들이 잘 맞아떨어지면 수작, 그렇지 않으면 졸작. 상당히 극단적이다. <나쁜 녀석들2>는 잘 맞아떨어진 수작에 해당한다. 성공했으니까 버릇이 된 거라고 보면 적절할 것 같다.
그런 덕에 영화의 액션은 버디무비가 보여줄 수 있는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다. 네 차례의 총격씬은 다른 영화였으면 하이라이트로 치부했을 수준인 데다 클라이막스에선 아예 밀리터리 시가전(혹시나 오해할까 봐 말해두는데, <나쁜 녀석들2>는 경찰 영화다.)을 펼쳐낸다. 그러니까 마이클 베이 본인이 푹 빠져있던 것들을 전부 쑤셔 넣은 것이다. 따라서 오락성 하나만큼은 최상급. 지금에 와선 이런 사이즈의 영화를 능숙하게 다루는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 제임스 카메론, 잭 스나이더, 론 하워드, 크리스토퍼 놀란 말고는 떠오르지 않는다.
<나쁜 녀석들2>는 개인적으로 <13시간>이 나오기 전까지 마이클 베이 감독 영화 중에서 가장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던 영화다. 당시만 해도 마이클 베이를 두고 흥행만 성공하는 텅 빈 감독이란 평가가 거의 없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나쁜 녀석들2>부터 그런 평가가 시작되었다.)
<나쁜 녀석들2> 블루레이는 리마스터링을 거쳐서 나온 덕에 17년 전 영화임에도 블루레이 화질이 정말 좋다. <트랜스포머> 블루레이보다도 좋은데, <트랜스포머> 블루레이가 출시되던 당시 레퍼런스급으로 불리던 걸 생각하면 얼마나 좋은지 감이 잡힐 것이다. 마이클 베이 스타일의 거친 필름 질감과 높은 대비값의 화려한 색감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극상의 화질이다.
뱀다리) 난 <나쁜 녀석들2>를 굉장히 이색적인 곳에서 본 적이 있다. 바로 도서관. 대체 도서관에서 왜 <나쁜 녀석들2> 디비디를 틀어주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토막난 시체가 나오고 살점이 사방팔방으로 튀어다니는 성인용 영화를 학생들도 함께 보고 있는 광경에 질겁했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