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깔끔한 영화 <기생수 파트2>. 좋은 의미의 깔끔함이 아니다. <기생수 파트1>에서 담지 못 했던 것들을 억지로 우겨넣느라고 평행편집을 이용해 단순히 나열했다. 원작의 에피소드들을 축약한 거라 다행히 산발적이진 않으나, 굳이 좋게 봐줄 이유도 없다.
<기생수 파트2>는 그저 나열하다가 중요한 부분을 건너뛴다. 예를 들어 시청이 기생수들에게 잠식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나 신이치가 숨어있는 장소에 사토미가 나타나야 하는 이유 등에서 치명적인 공백이 있다. 시청의 기생수들이야 원작을 읽은 사람들은 적당히 디테일을 채워넣을 수 있다고 치지만, 히토미가 굳이 그 위험한 곳까지 가서 신이치와 정사를 나누는 건 황당한 억지다.
비주얼에선 절반은 긍정, 절반은 부정이다. 일단 전편부터 그렇지만, 원작에 비해서 액션의 비중이 끔찍할 정도로 적다. 기생 생물의 VFX 퀄리티가 좋다면 모를까 누가 봐도 '나 CG입니다'하는 수준인데 분량조차 얼마 안 되니 볼 만한 구석을 찾기가 쉽지 않다. 타미야 료코가 아기를 지킬 때 기생수의 세포가 아닌 새까만 머리카락을 칭칭 감는 장면에선 실소가 나왔다.
이런 부정적 측면에 대응하는 긍정적인 측면은 클라이막스의 변주다. 원작과 달리 쓰레기 소각장을 배경으로 바꿨는데, 활활 타오르는 배경으로 펼쳐지는 비주얼이 정말 인상적이다. 또한, 쓰레기 소각장에 있는 철근에서 치명적인 방사능이 검출되었다는 설정으로 분명하게 시대상을 반영해 공감대를 형성한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반반이다. 타미야 료코 역할을 맡은 후카츠 에리는 전편에 있었던 약간의 아쉬움을 깔끔하게 날릴 법한 연기를 보여준다. 비로소 극의 전면에 나서는 키타무라 카즈키나 아사노 타다노부는 기대했던 것 이상의 연기력으로 감탄사를 내뱉게 한다. 그러나 아쿠마...가 아닌 쿠니무라 준은 평이하게 '착한 형사'를 연기하다가 엉뚱한 방식으로 마무리. 주인공인 소메타니 쇼타는 언제나처럼 안정적으로 연기를 못했고, 하시모토 아이는 감독의 캐릭터 전개를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그러니까 원작의 핵심을 따오고 나머지는 버려야 했다. 버리지 않고 다 가져오려고 하니까 '영화화'가 아닌 '실사화'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기왕 이렇게 만들 거면 액션이라도 많이 넣어서 <바람의 검심>이 액션 분량으로 성공한 사례를 본받는 센스라도 갖춰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