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필 받아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블루레이를 봤다. 새로 구매한 타이틀이 잔뜩 밀려있는데, 이미 몇번이고 감상한 타이틀을 또 보고 앉아 있다니 나란 놈은.
경쾌한 영화다. 손익분기를 넘겼으니 만주 웨스턴의 부활이 되지 않을까했지만, 역시나 작은 시장에서 장르 편식도 심한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애초에 만주 웨스턴이란 장르 자체가 헐리우드 서부극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거니 굳이 부활시킬 필요가 없다 여겼는지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칸 영화제에서 상영되었을 당시 만주 벌판을 질주하는 하이라이트에 대해 외국인들이 하나 같이 했던 말이 있다. 겨우 200억 밖에 안 되는 제작비로 어떻게 저런 멋진 장면을 찍었느냐는 것. 충분히 이해가 간다. 편집의 힘을 빌려 억지로 이어붙인 컷이나 건너 뛰는 컷이 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놀라울 퀄리티의 시원한 질주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런 퀄리티의 웨스턴 체이싱은 헐리우드에서도 거의 만들지 못 하는 게 현실이다. (비법은 스탭, 조연들의 몸과 마음 되시겠다. 지금 이 영화를 찍으려고 한다면 500억 정도는 들여야 할 거라 본다. 표준계약서가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두 가지 판본이 있는데, 국내 개봉판과 외국 개봉판이다. 디비디엔 두 가지 판본이 모두 실렸지만, 블루레이에는 외국 개봉판만이 실렸다. 두 판본의 내용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음에도 양쪽 모두 결말까지 가는 과정에 구멍이 많은 편이다. 게다가 둘 다 온전한 판본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김지운 감독은 훨씬 긴 버전(3시간이 넘었던 거로 기억한다)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블루레이로 내고 싶단 얘길 한 적이 있다. 아마 여러 뒷사정 때문에 의도대로 영화를 내진 못 한 것 같다.
그나저나 <인랑> 블루레이는 언제 나오는 거지. SM이 출시 예정이라고 밝힌 지 5개월이 지나버렸다. 안 나오면 피눈물인데. 비슷하게 <엽문>도 7월 프리오더 예정이었음에도 아직 소식이 없다.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이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