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넷플릭스 프로젝트 파워, 갈팡질팡 배우 낭비

몰루이지 2020. 10. 22. 00:00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들도 제작비에 따른 '체급'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6 언더그라운드>나 <아이리시 맨>과 같이 정말 스트리밍 서비스의 그것이 맞나 싶을 정도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가 있고, <익스트랙션>, <올드 가드>처럼 1억 불 이하의 제작비로 만든 오락 영화가 있다. 최근 넷플릭스가 주력으로 하는 쪽은 5천만 불 이상, 1억 불 이하의 액션 영화인 모양이고, <프로젝트 파워>가 이 체급의 영화다. 


 약을 먹을 경우 딱 5분 동안만 초능력이 생긴다는 설정의 <프로젝트 파워>는 그 약으로 희생되고 있는 일반인들과 약의 원천이 되는 소녀를 구출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으로 조셉 고든 레빗과 제이미 폭스를 캐스팅해서 <올드 가드>의 샤를리즈 테론, <익스트랙션>의 크리스 헴스워스처럼 구색을 갖췄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져봤을 때 이 영화는 도미닉 피시백 원탑의 영화로, 조셉 고든 레빗, 제이미 폭스는 그녀가 맡은 '로빈'의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조력자 포지션을 취한다. 따라서 제이미 폭스와 조셉 고든 레빗의 맹활약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 <프로젝트 파워>는 그리 훌륭한 결과물이 아닐 수 있다.

 

나이들 수록 히스 레저와 닮아가는 조토끼


 <프로젝트 파워>는 제작비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넷플릭스가 창작의 자유를 존중해준다고 해서 제작비의 자유까지 줄 순 없는 법. 초능력을 다루는 영화가 9천만 달러를 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말도 안 되는 일이고, 그런 탓에 영화의 초능력 액션은 그야말로 5분 짜리다. VFX 퀄리티를 상당히 포기한다면 초능력 액션을 더 다룰 수 있었겠지만, 감독은 오히려 액션의 분량을 줄이고 VFX를 강화하는 쪽을 택했다. 단순히 초능력 묘사의 퀄리티만 봤을 때 <프로젝트 파워>는 여타 사이킥 영화를 멀찍이 따돌릴 정도의 수준이다. 


 그렇게 초능력 대결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면, 다른 측면에서 스릴을 가져다 줘야 한다. 그러나 초능력자가 돌아다니는 세상을 만들어놨으면서 보안이고 뭐고 다 때려친 빌런의 행태로 스릴을 저세상에 떠나보냈다. 빌런으로 스릴을 부여할 수 없다면 초능력이 유지되는 시간인 5분을 타임 리미트 식으로 연출하는 방법이라도 써야 했지만, 이 또한 은행 강도를 잡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활용하질 않는다. 이럴 바엔 '짧은 시간'이라고 모호하게 처리하면 될 것을 굳이 5분이라 정해놓은 이유를 모르겠다. 제이미 폭스의 멋드러진 격투씬을 제외하면 이 영화에서 치열함을 느끼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영화는 두 차례 갈등 해소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을 디테일하게 묘사하지 못 한 것도 문제다. 그저 제이미 폭스가 맡은 아트의 현란한 말빨이 몰아치고 듣는 역할들은 끄덕거릴 뿐이다. 영리함이라곤 어디에도 없다. 배대슈의 마사 드립은 오프닝부터 '마사', '오늘 밤의 죽음' 등 꾸준히 각종 떡밥을 던져놓기라도 했지, <프로젝트 파워>는 그런 것조차 없이 휙휙 넘어간다. 내러티브에 구멍이 송송 나있다.


 비교적 예산이 적게 투입된 영화라면 나름대로의 무기를 갖춰서 1억불이 넘는 블록버스터와 싸워야 한다. <익스트랙션>은 치열한 롱테이크 체이싱 장면을 무기로 삼았고, <올드 가드>는 불멸자들의 트라우마를 무기로 삼았다. 그러나 <프로젝트 파워>엔 그 무기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납치당한 딸을 찾는 아버지의 투쟁이란 동서고금 오조오억번 반복된 이야기의 변주에 지나지 않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