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팅션: 종의 구원자>를 두고 '여러 SF 영화들을 괜찮게 짜깁기한 결과물' 정도로 언급하려고 했는데, 조금 생각해보니 자아 반전을 핵심으로 삼은 SF에서 새로운 컨셉을 파생해내기 어려운 시대다. 외계인, AI 등 인간을 상회하는 지능의 존재에 대한 사회적 반응이 생겨난 시점부터 헐리우드는 장대한 시간 동안 창의력을 한계를 드러내게 할 만큼 많은 작품을 쏟아냈다.
그러므로 <익스팅션: 종의 구원자>를 '짜깁기'라고 평가한다면 억울할 듯하다. 게다가 꼭 짜깁기라고 욕하더라도 이 영화는 꽤 괜찮은 모조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넷플릭스에서 괜찮은 SF 스릴러물을 찾는 이의 대부분을 만족하게 할 작품이다. 저예산으로 인한 규모나 반전으로 세계관을 확장하는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후속작으로 잘 연결만 된다면 열심히 기다려볼 생각이 있다.
한정된 공간의 체이싱에서 비롯된 서스펜스나 기억의 조각을 짜맞춰 반전에 도달하는 재미는 저예산 SF 영화가 취할 수 있는 최고의 방식이고, <익스팅션: 종의 구원자>는 그 방식을 깔끔하게 잘 취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드라마 구성에 더 신경을 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 작가주의 성향을 보이는 작품들에 쏟아지는 가열찬 비난을 보아 이게 정답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