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양과 늑대의 사랑과 살인] 재해석의 영역마저 유치하게

즈라더 2021. 2. 16. 00:00

 

 살인마를 사랑해버린 히키코모리 남성의 이야기를 다뤘다길래 흥미를 뒀었던 양과 늑대의 사랑과 살인. 예고편의 톤만 봐도 절대 내가 기대했던 그런 그림은 나오지 않을 거란 걸 알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착하고 저렴하다. 'SP 드라마로 만들기엔 수위가 높아서 어쩔 수 없이 영화로 만들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전형적인 만화 원작의 일본 영화라 보면 되겠다. 


 애초에 첫 살인 장면부터가 한 편의 무용을 하듯 현란한 몸동작을 뽐내니 이건 대놓고 '나 만화에요'라고 말하는 꼴이라 혹시나하는 마음까지 접어뒀다. 너무 착하고 심심해서 (솟구치는 핏물마저 CG다) 잠이 스르륵 온다. 그런데 어차피 후쿠하라 하루카가 그 귀여운 비주얼과 성우 목소리로 살인마를 연기한다길래 궁금해서 본 거라 부담 없어서 되려 좋은 점도 있었다. 마지막에 칼에 찔리면서 '하악 너무 좋아'를 외치는 저 M기질 가득한 남자 주인공에 날 대입하고 있었기도 하니 영화가 무겁기라도 했다면 내 상상력에 현실감을 더하는 꼴이라 내적 타격이 상당했을 거다. 그렇지. 후쿠하라 하루카가 칼로 찌르면 업계 포상이지.


 살인마든 뭐든 간에 상대방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라는 원론적인 주제는 양과 늑대의 사랑과 살인에선 그저 무의미하고 희미한 존재일 뿐이다. 샤방샤방한 영상에 현대무용을 보는 듯한 클라이막스 액션씬(!)은 일본 여성의 평균에 미치지 못 하는 후쿠하라 하루카의 작은 몸집만 도드라진다. 억지스럽고 천진난만한 결과물이란 얘기인데, 앞서 말한 것처럼 어차피 기대하지도 않았다. 살인 현장을 인멸하면서 문단속조차 안 하는 뒷처리반(?)처럼 '좋은 게 좋은 거지 뭐'라고 말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