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사이드 이펙트> 루니 마라의 신들린 핸들링

즈라더 2019. 9. 24. 00:00

 경쾌하게 달려가는 스릴러를 만드는 감독 중엔 스티븐 소더버그가 최고고, 그는 밀고 당기기에 능숙하다 . 가끔 그 템포를 위해서 많은 걸 포기하기도 하는데, 그걸 단점으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듯하다. <사이드 이펙트> 역시 그런 전형적인 소더버그의 영화다.


 <체>, <컨테이젼>으로 확립된 소더버그의 심플한 연출 철학은 지루하거나 밋밋해질 위험성이 있다. 이를 커버하는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는데, <사이드 이펙트>의 경우는 루니 마나의 연기를 써먹었다. 정말 우울증에 시달려 죽어가는 사람처럼 연기하는 그녀의 핸들링에 따라 영화는 훌륭하게 춤춘다. 영화의 중간부터 루니 마라라는 이름을 잊어버렸다. 그녀는 분명히 에밀리였으니까.



 루니 마라가 쥐고 있던 바톤이 주드 로에게 넘겨지면서 <사이드 이펙트>는 젠틀한 정신과 의사가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필요한 만큼 전개한다. 이 과정에 등장하는 여러 무리수나 전반을 아우르던 음울함이 통째로 사라진 것 등 여러 실수가 등장하지만, 날벼락을 맞고 망가지는 역할에 (연기와 별개로) 주드 로처럼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우가 또 없어서 볼 만하다. [각주:1] 이는 케이퍼 무비로 변신하는 영화의 말미를 위한 일종의 장치기도 하다.


 엄밀히 말해 <사이드 이펙트>의 마무리는 맹물이다. 그래도 영화 내내 루니 마라에게 압도당하던 주드 로의 약진과 <컨테이젼>의 역할에 대해서 미안하기라도 한 듯, '멋짐'을 주드 로에게 잔뜩 씌워준 스티븐 소더버그의 신랄한 연출 만큼은 즐거웠다.


 블루레이 스크린샷을 첨부하려다가 제조사에 의문이 많은 타이틀이라 관두기로 했다.


  1. 주드 로의 필모그래피는 좌절하는 역할로 점철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가끔 그의 얼굴만 봐도 안쓰럽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