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돈이 너무 없다보니까 극장 나가는 게 갈수록 두려워진다. 그래도 가볍게 즐길 거리는 되겠다 싶었던 <캡틴 마블>을 보고 디즈니에 테러를 해야 하나 싶은 감정에 사로잡힌 뒤 무슨 영화든 의심부터 하고 보는 중이다. 극이 그렇게 잘 짜이지도 않았는데, 액션마저 90년대 헐리우드 수준이라니. 열심히 단련한 브리 라슨의 근육이 아까웠다. <토르: 라그나로크>나 <블랙 팬서>는 영화가 엉망진창이었어도 이따금씩 가볍게 꺼내볼 법한 만화책 역할을 하는덴 성공했었다. 그러나 <캡틴 마블>은 도무지 두 번 볼 생각이 안 들더라. 어쩌면 마블 시리즈 중 처음으로 블루레이로 구매하지 않는 영화가 될 지도.
의외로 브리 라슨은 잘 어울렸다. 전사의 강렬함을 조금도 보여주지 못 하는, 예상 그대로의 이미지였지만, 인물의 성격 만큼은 확실하게 소화해내고 있더라. 이게 나름 연기파 소리 듣는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였을 터. 제 몫을 해줬다고 본다. 물론, 전사를 연기하는데 전사 느낌을 못 낸 것까지 커버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뱀다리) <캡틴 마블>이 한참 개봉 중일 때 작성한 글입니다. 올리는 걸 까먹고 있다가 이제야 올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