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사부: 영춘권 마스터, 예상 밖의 블랙코미디

즈라더 2019. 4. 16. 06:00


 엽문의 사부인 진화순을 가공한 영화인 듯한 <사부: 영춘권 마스터>. 그간 쏟아져나왔던 영춘권 영화와 달리 몹시 정적이고 코믹하다. 단순한 액션영화라 보긴 어렵고, 오히려 액션을 보조제로 삼은 일종의 블랙코미디 쪽 스탠스를 취한다. 무협 영화를 이렇게 연출하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토록 끝까지 일관된 자세로 밀고 나가는 경우는 드물다. 덕분에 <사부: 영춘권 마스터>는 시작부터 끝까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 몹시 흥미롭다.


 개인적으론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로 엄청나게 뇌쇄적인 마력을 뽐냈던 송가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적벽대전>에선 소교와 닮은 꼴이란 이유로 조조의 부름을 받은 여성 역할을 맡았었는데, 그 당시 얼굴과 <사부: 영춘권 마스터>의 얼굴과 똑같아서 깜짝. 이 누님은 늙는다는 게 뭔지 까먹은 게 분명하다. 외모는 늙질 않는데 연기력은 일취월장해서 영화제가 주목하는 걸 보고 있노라니 왠지 억울하단 생각마저 든다. 음, 그러고보니 주인공인 리아오판 역시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에 나왔다.


 어쨌든 간에. 영화가 재미없더라도 송가의 마력만으로 돈이 아깝지 않거늘 영화까지 괜찮으니 왠지 이득 본 기분. 심지어 1200원에 팔리고 있다. 다만, 싼 게 비지떡(디지털 파일인데?)이라도 되는 것마냥 음질이 엉망진창이다.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노이즈에 귀가 탈진하는 줄 알았다.


 참고로 이 영화 넷플릭스에도 등록되어 있다. 중국어를 아주 잘 하는 분은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