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에서 가장 안 좋은 소릴 듣고 있어도 <에이리언4>는 시리즈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일 거다.
90년대 후반은 CG 기술의 진보가 가속 패달을 밟던 시기로, 덕분에 시리즈에서 크리쳐를 가장 많이, 제대로 보여줄 수 있었던 게 <에이리언4>다. 당시 유행의 막바지였던 우주 재난, 모험 영화의 일종이기도 했는데, 그나마 그 가운데선 최상급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에이리언의 탈출(?) 과정이 지나치게 날림이라는 치명적 단점을 베이스에 깔고 간 데다 깊이에선 <에이리언3>보다 못 하고 액션에선 <에이리언2>보다 못 하다는 미묘한 구석에 틀어박힌 바람에 '잘 만든 영화'라 말하긴 어렵지만, 뜻밖에도 <에이리언4>는 시리즈에서 가장 많이 오마쥬되는 영화기도 하다. 영화 속 유전자 실험의 그로테스크한 결과물이 (물론, <에이리언4>의 그것들 역시 70~90년대 코스믹 호러 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후배 영화들에게 미친 영향은 압도적이며, 우주 밖으로 빨려 나가는 에이리언의 모습은 여러 영화에 다양한 방식으로 오마쥬되어 등장했다. 체스트 버스터를 유행(!)시킨 <에이리언>을 제외하면 <에이리언4>가 시리즈에서 임팩트 있는 장면이 가장 많이 나왔다고해도 틀리지 않다.
한 때, 우리나라에선 <에이리언4>가 시리즈의 대표작이나 다름없었다. 영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에이리언에 대해서 물어보면 대체로 <에이리언4>에 나오는 내용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이야기한다. 아마 주말의 명화와 같은 인기 방송의 영향이 클 것이다. 다 잘려나간 반쪽 짜리 영화로 방송했음에도 <에이리언> 시리즈 중 <에이리언4>의 시청률이 가장 높았던 덕에 아주 자주 방송해줬다고 한다.
<에이리언4>를 보면 자길 위협할 생각조차 없는 에이리언을 잔혹하게 죽인 리플리를 보며 분노하는, 기괴한 체험도 할 수 있다. 그 귀여운 에이리언이 엄마라고 울부짖는 걸 보며 눈물이 핑. 세상에 저렇게 비정한 엄마가 또 있을까. 총은 어디다 두고 그런 잔혹한 방법으로 자기 아이를 죽인단 말인가. 태어나자마자 시리즈의 메인 빌런을 단 번에 끔살시키고, 악당들만 골라 죽이며 사이다를 주던 '아기 에이리언'에겐 너무 가혹한 결과물이다. 리플리 이 나쁜 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