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늑대의 어둠 Hold the Dark, 모호함의 부적합 사례

몰루이지 2019. 4. 13. 18:00

 우리나라에 '모호'를 지극히 아끼는 감독이 있긴 하지만, 그 감독도 최소한의 단서는 배치해둔다. 직접 일러주지 않을 뿐, 영화를 잘 살펴보면 대체로 완벽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모호'라는 건 설명할 수 있는 현상에 한해서 적용해야 한다는 건데, <늑대의 어둠>은 이야기의 흐름을 지배한 주제를 아예 설명하지 않았을 만큼 극단적으로 모호한 스탠스를 취했다. 살인, 분노, 복수 등 그럴싸한 단계를 밟아가던 영화는 마무리에 이르러 갑자기 고개를 홱 돌리고 말한다.


 '이제부터 이 인물들의 행동 동기를 모호한 방식으로 이야기할 거야. 그런데 네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당연히 이해 못 하겠다. 그저 늑대의 습성이나 알래스카 원주민의 전설 같은 것에서 비롯된 무언가가 있구나하고 추정을 해볼 뿐. 보통 모호함의 목적은 감상자로 하여금 영화 내내 깔아둔 단서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할 수 있게 유도하는 건데, <늑대의 어둠>은 그런 재구성을 할 수 없다. 기본이 될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결말 만큼은 모호하게 처리해선 안 되는 영화였다.



 어쩌면 일종의 백일몽처럼 느껴질 소설이 되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늑대의 어둠>을 서술하는 화자는 분명히 '작가'란 직업을 지녔고,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내서 성공한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신비롭고 공포스러웠던 입체적 경험을 선물함으로써 '이런 일이 있었지'라는 글을 쓰도록 하는게 영화의 선택이었을 수 있다. 주인공의 "내가 이야기해주마"라는 대사는 분명히 '진술' 혹은 '회상'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이야기'로 만들어 전해주겠다는 걸로 들린다. '세상엔 늑대와 같은 습성의 사람이 있을 수 있다.'로 시작하는 글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걸 보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어쨌든 간에 <늑대의 어둠>은 '모호'를 구성 요소로 이용하는데 실패했고, 그렇게 실패한 결말이 1시간 40분에 걸쳐 이어지던 놀라운 스릴감과 살벌했던 총격씬까지 모두 잊게 했다. 솔직히 이 영화를 어떻게 접근해서 해설을 해야 하는지 감이 잘 안 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