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우는 남자> 이젠 단점들도 희미해지고

즈라더 2019. 4. 9. 18:00

 오랜만에 <우는 남자> 감상. 일본판 블루레이라 일본어 자막 띄워놓고 감상하는데, 자막 읽다가 화면을 다 놓쳐서 그냥 포기했다. 일본어 더빙 트랙은 성우의 연기가 김민희의 연기를 따라잡질 못 해서 꺼려진다. 딱히 성우의 연기가 나빴던 건 아니다. <화차>부터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까지의 김민희가 거의 연기의 신이었을 뿐.


 그건 그렇고.


 이젠 이 영화의 단점이 희미해지고, 좋은 점만 잔뜩 보인다. <우는 남자> 만큼 좋아하는 영화가 몇 없지 않나 싶을 지경.



 <우는 남자>엔 다양한 입장의 인물이 서로 뒤섞여서 아비규환이 되는 광경이 담겼는데, 사건의 단초가 된 '계집아이'를 제외하면 마냥 착한 역할이 하나도 없다. 피해자로 설정된 여자 주인공 최모경 역시 서민들 피를 쫙쫙 빨아드시는 투자 업체의 선봉장(정작 본인은 그렇게 인식하지 않는 모양이지만)이니 말 다했다. 애초에 해피 엔딩이 쉽지 않은 이야기였고, 이 쉽지 않은 걸 해내기 위해서 남자 주인공 곤이 발악하는 과정이 영화에 쾌감을 불어넣는 것. 전작인 <아저씨>에선 후반부에 서스펜스가 싹 사라져버렸다면, <우는 남자>는 극을 매듭짓는 방법까지 서스펜스 한가득이다.


 <우는 남자>엔 우리나라 영화계에선 전무후무할 총격씬도 나온다. 장난감 총으로 아기자기하게 탕탕 거리던 한국영화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방팔방 다 부수고 다니는 <우는 남자>의 총격씬은 총기 파열음, 궤적음, 잔향, 탄착음을 모조리 담았고, 관통이나 엄폐도 상당히 사실적으로 접근했다. 규모가 작다는 점이 아쉽지만, 이 정도의 총격씬은 헐리우드 영화에서도 찾기 어렵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면 <우는 남자>가 왜 실패했는지도 알 만하다. <아저씨>는 여성도 좋아할 만한 것들이 한가득 들어있지만, <우는 남자>는 그런 게 없다. 장동건은 의도적으로 꽃 같은 외모 일부러 망가트려서 정의의 사도가 아닌 킬러를 연기했다. <아저씨> 당시에도 리얼한 범죄 묘사와 잔혹한 액션은 여성들 사이에서 크게 혹평을 받았는데, 그게 <우는 남자>에선 더 업그레이드되어 담겨 있으니 지지를 얻을 수 있을 리가. 남성들 역시 한 번에 따라잡기 쉽지 않은 시나리오 탓에 영화에 바로 몰입하기 어려워했고, 경찰의 존재를 아예 무시해버린 비현실적 설정도 혹평을 얻었다. 이런 것들이 흥행 실패의 요인이 아니었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