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류를 뿌리치고 넷플릭스 <마리아>를 본 이유는 '필리핀' 영화기 때문이다. <메란타우>, <레이드>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던 인도네시아의 사례를 따라 '우리도 해보자'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인 듯하니, 적어도 칼리 아르니스를 활용한 액션은 건지지 않겠나하는 기대. 또한, <마리아>가 최근 헬게이트에 근접하고 있는 필리핀의 현실을 반영한 영화라면 그것도 꽤 기대해볼 법했다.
그러나 <마리아>는 그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모자란 구석이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는 영화다. 조직의 킬러가 조직을 배반하는 계기를 너무 고민없이 연출해놓은 것에서 이미 기초 공사 실패다. 이후 이어지는 전개는 모든 측면에서 '목적'과 '전략'이 없이 보여주기에 급급하고, <아저씨>와 <잭 리처> 등을 쫓은 주요 액션 장면은 매끄러운 인과를 거쳐 도달한 게 아닌 터라 감흥을 불러오지 못 한다. 액션의 베이스가 되는 칼리 아르니스는 전세계 영화계에서 90년대부터 써먹은 무술이라 신선함이 부족한 데다 주짓수와 유도 기술을 지나치게 섞었다. 누가 <레이드>에 자극 받아 만든 영화 아니랄까봐, 실랏 기술도 엄청 보인다.
<마리아>에선 돈 냄새도 안 난다. 합판으로 만든 VFX와 스티커를 붙여 만든 VFX가 나온다고 하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을 터.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은 건 배우들의 연기에서도 보인다. 철저한 연기 연구를 거치지 않은 티가 역력한 발연기의 향연이 펼쳐지는데, 액션 연기에서도 격투 훈련의 강도가 부족하단 걸 손쉽게 눈치챌 수 있다.
칭찬할 부분을 찾기가 어려운 영화다. 영화에 관심이 많다던 필리핀의 대중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할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