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더 크리미널 마인드: 공공의 적, 대체 언제적 영화냐

즈라더 2019. 3. 5. 12:00

 일단, <더 크리미널 마인드: 공공의 적>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이것 만큼은 확실히 해두고 간다. 이제부터는 좋은 이야기를 할 여유가 없을 것 같아서.


 이 영화는 마치 이야기에 적당히 플롯만 배치하고 성의 없이 살을 붙여서 '연결'한 것 같은 스크립트를 자랑한다. 6시간 짜리 영화를 2시간으로 축약했다고 말해도 믿을 것 같은 파편화. 이런 식의 연결은 <출발 비디오 여행> 같은 방송에서나 할 법하며, 배우들의 열연마저 어색한 코미디처럼 보일 정도로 피곤하다.


 멜로디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스타카토 마냥 밀고 당기기가 부족한 편집이 영화를 무색무취하게 만드는 동안 연출은 아무 의미없이 류시시가 맡은 여형사의 이야기를 비추는데, 놀라우리 만큼 본편과 따로 노는 바람에 어색하기 그지 없다. 류시시의 역할은 중간에 맥거핀으로 써먹은 것 외엔 극에 영향을 전혀 끼치지 않는 데다 가장 중요한 클라이막스에서 거짓말처럼 사라진 뒤 엔딩에 가서야 등장한다. <더 크리미널 마인드: 공공의 적>은 이런 식의 역할 분배 실패를 시작부터 끝까지 보여주며 관객을 따분함의 세계로 안내한다.



 '사실은 이랬지롱~'하는 식의 엔딩은 마치 추리 만화의 주인공이 트릭을 설명하는 것과 흡사하다. 심지어는 감상자를 벙찌게 한 뒤 되지도 않는 멜로 라인까지 끼워넣어서 억지로 감상자의 입에 밀어넣고 소화하라며 윽박지른다. 그러나 지금은 같은 비디오를 수십번 돌려봐야 했을 만큼 열악했던 80년대가 아니다. 년당 적어도 수십 편의 영화를 본다는 지금의 대중은 이런 어설픈 트릭에 멜로를 기워붙여놓은 걸 보면 콧웃음을 친다. 나 역시 콧물이 나올 정도의 콧웃음을 쳐버렸다.


 참고로 이 영화에 '수사'는 없다. 그저 주인공의 일방통행 '정보 전달'만 있을 뿐이다. 무언가를 밝혀낼 때의 쾌감이 거의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쪽에 기대를 걸지 않는 게 좋다.


뱀다리) 이런 영화가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류시시의 출연작이라는 게 너무 가슴 아프다. 류시시의 영화 쪽 필모그래피가 제대로 꼬여버렸다는 걸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특별출연이긴 해도 나름 중요한 역할이었던 <수춘도>가 차라리 낫다. <더 크리미널 마인드: 공공의 적>에서 맡은 역할의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길래 머리까지 싹뚝 자르며 의지를 불태운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