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영화 블리치, 고민 따윈 다 던져버렸다

즈라더 2019. 3. 2. 12:00

세상에서 교복이 제일 잘 어울리는 유부녀...


 영화판 <블리치>는 편해도 너무 편하다. 급해도 너무 급하다. 내내 지겨울 정도로 설명하더니 감정과잉으로 일관, 여기에 지저분한 OST까지 더해져 피곤함이 상상을 초월한다. 심지어 타격감이라곤 1도 없는 액션에 기겁을 했다. 입이 하나도 안 맞는 후시 녹음을 보아 하니 얼마나 졸속으로 만들어진 영화인지 알 법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감상하고 나서 이것저것 쓸 거리를 떠올리게 마련인데, <블리치>는 떠올랐던 그 적은 쓸 거리들조차 엔딩을 보고 다 잊어버렸다.


 흥행에 실패하긴 했어도 나름 괜찮은 영화화란 얘기를 믿고 감상했는데, 개인적으로 영화화라는 표현이 과분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말 그대로의 '실사화'다. 유명 배우, 대자본을 들여서 초대형 코스프레를 한 것에 불과하다. 난 졸작이 되더라도 '창작'을 보고 싶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수십 수백번 고친 각본에 스텝들, 배우들 정신력 갉아먹어가며 촬영해서 편집한 고통의 결과물을 보고 싶단 얘기다. 요새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마구 만들어대는 일본의 만화 실사화를 창작이라고 한다면 그건 양심이 없는 거다.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만들어진 졸작은 욕하는 재미라도 있지, <블리치> 같은 졸작은 힘이 빠져버린다. 이제 그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