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메가로돈, 남에게 추천할 자신이 없다

즈라더 2019. 2. 13. 18:00

 <메가로돈>엔 마음에 드는 구석이 거의 없다. 심연의 신비함을 건드리는 해양 판타지가 되어주길 바랐는데, (당연히) 영화의 컨셉이 그걸 허용하지 않았고, 심연에 묻혀 있던 괴수의 코스믹 호러가 되어줄 수 있나 싶었는데, 그냥 쬐끔 더 큰 상어가 튀어나와서 분탕질하는 수준에 그친다. 이렇게 된 바에야 차라리 <피라냐 3D>의 카피가 되어주길 바라던 순간엔 중국의 눈치라도 봤는지 해수욕장 홍보만 실컷하다가 개운하게 선회. 인간의 신체 능력을 뛰어넘은 제이슨 스타뎀 형님의 현란한 묘기만 '살짝' 보여주는 클라이막스에선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역할 분담이 황당할 정도로 작위적인데, 그 억지로 가져다 붙인 역할마저도 클라이막스에 가선 소멸한다. 히어로 주사를 맞았는지 마약을 들이키셨는지 모르겠지만, 여자 아이까지 배에 태워서 멋지게 달려들던 주인공 팀원 모두가 그저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다가 엔딩을 맞이한다는 괴상한 상황을 연출하고 앉아 있다. 이렇게 엉뚱한 영화는 살다살다 처음 본다.



 멜로를 위해 1분 컷으로 만들어낸 갈등과 화해는 리빙빙의 처참한 연기력 만큼이나 우스꽝스럽다. 중국영화에선 연기를 썩 괜찮게 하는 배우인 터라 <메가로돈> 속 연기를 보고 몹시 경악했다. 익숙치 않은 언어를 한다고 이렇게까지 퇴보하나? 사실, 악평이 난무하는 영화란 걸 뻔히 알면서도 감상한 이유가 리빙빙 때문이었는데, 그 매혹적이던 주름이 거슬리기라도 했는지 얼굴에 CG로 화장을 하고 나오셨더라. 대역 배우가 얼굴만 리빙빙으로 바꾸고 연기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막대한 VFX 분량을 자랑한다.


 애초에 태국에 가 있는 주인공을 억지로 끌고 오는 전개부터가 얼척없었다. 시작부터 완전히 어긋난 영화였던 셈. 이렇게 칭찬할 거리가 없는 영화는 오랜만이라 머리가 다 아프다. <메가로돈>을 남에게 추천하는 건 내 양심에 어긋나는 행위 같다. 그 정도로 취향에 안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