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론 서바이버, 총격씬은 분명히 이래야 옳다

즈라더 2019. 2. 16. 06:00

 심플한 이야기다. <론 서바이버>의 성격은 심플함을 감추려는 노력에서 온다. 네이비씰의 훈련 장면을 구성한 뒤 플래쉬백으로 영화를 시작한 것도 심플한 이야기에 개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이라 봐야 한다. 


 벤 포스터가 캐스팅된 걸 보고 <론 서바이버>가 ‘투쟁’의 영화가 아닐까 하고 예측하는 분도 있을 텐데, 놀랍게도 그 예측 그대로다. 첫 전투부터 네이비씰 대원들은 ‘좀비’로 변신한다. 보통 비슷한 상황을 다룬 다른 영화들은 탈레반의 처참한 사격 능력으로 밸런스를 맞추지만, <론 서바이버>의 탈레반은 사격 능력이 좋은 편은 아니어도 다른 영화들처럼 기본 훈련조차 받지 못한 수준은 아니다. 덕분에 첫 번째 전투에서 네이비씰 대원 전원이 죽어버리는 파격적 영화가 등장하지 않을까하는 황당한 생각도 해봤는데, 피터 버그 감독은 네이비씰의 강력한 정신력과 상황대처 능력을 도구 삼아 그들을 ‘좀비’로 변신시켜 밸런스를 맞췄다. 주요 급소에 총을 맞고 온몸의 뼈가 부러진 상황에서도 전투력을 유지하며 활로를 찾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좀비’라는 표현 말곤 떠오르지 않는다.



 <론 서바이버>의 총격씬 디자인은 대단히 놀랍다. 마이클 만과 <킹덤>, <핸콕>을 함께한 경험 덕분인지 피터 버그는 극사실주의에 입각한 총격씬을 만들어냈으며, 블루레이의 음향까지 체험할 수 있는 분에겐 이 영화의 총격씬에 영화 역사상 최고의 현실주의란 칭호를 붙일 권리가 주어진다. 귀가 시린 쇳소리와 사방을 휘감는 탄환 궤적, 묵직한 잔향 등을 듣다 보면, 오프닝의 난잡함으로 잃었던 집중력이 자연스레 되살아날 것이다.


 그러나 총격씬에 놀라는 것도 ‘초면’일 때 이야기다. 주인공 파티가 무모한 방식으로 활로를 찾아가기 시작하면서 영화에 신선함이 사라진다. 무모한 방식을 쓰는 건 좋은데, 그 이후의 처리 방식은 동어반복, 기시감 등의 단어가 떠오르는 수준. 심플한 이야기를 서스펜스로 극복한 영화기에 이 단점은 아주 치명적이다. 심지어 일부 컷은 편집의 앞뒤가 바뀌기까지 했다. 결국, 중반부터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영화를 가까스로 구원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참고로, <론 서바이버>에서 애국주의와 같은 일종의 이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미군과 탈레반의 전투를 그린 영화라며 혹시 이념 문제가 등장하진 않을까 하는 분도 있을 텐데,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그런 걱정보단 자신의 AV 시스템이 이 영화 블루레이의 음향을 효과적으로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게 더 쓸모있는 걱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