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아이 로봇, 확고한 개성 만큼 편협하다

즈라더 2019. 2. 23. 12:00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은 영화에 특정한 개성을 부여하는 데 실패한 적이 없다. 심지어 평가가 안 좋은 영화들도 놀라운 임팩트를 남겨왔는데, <노잉>의 재난씬들이 그 예다. <아이 로봇>에선 <다크 시티>에서 다뤘던 '자유 의지'를 로봇 버전으로 소모했고, 당시엔 이런 변종(?)이 드물었기 때문에 꽤나 획기적인 개성이었다. 게다가 최신 영화를 기준으로 봐도 칭찬할 수 있는 프로덕션 디자인과 촬영 기술로 무장했으니 볼거리 하난 기가 막힌다. 


 그러나 극을 이끌어가는 방식이 지나칠 정도로 편협하고 단순하다는 점은 지금이 아니라 당시를 기준으로 해도 단점이다. 통찰력 대신 생존력을 부여받은 주인공은 그저 영화의 주제와 수미상관의 쾌감을 위해 희생된 데다 남을 설득하는 능력을 완벽하게 상실한 반쪽 짜리로 설정되어 억지 갈등을 만들어낸다. 또한, 주변 인물들은 남을 설득하는 능력이 없는 주인공 만큼이나 꽉 막혀서 일말의 의심조차 안 하는 탓에 <아이 로봇>의 전개는 아주 단순하고 피곤하다.



 이건 사족인데, <아이 로봇> 이후 14년이 지난 지금, 의문이 하나 생겨났다. <크로우>, <다크 시티>, <아이 로봇>까지 흥미로운 영화들을 연달아 찍던 알렉스 프로야스는 <노잉>이 개봉하기까지 5년이란 공백기를 가졌다. 휴식과 다큐멘터리 촬영, <노잉>의 프리 프로덕션 기간을 고려하더라도 그는 2~3년 정도를 영화판에서 떠나 있던 것이다. 그렇게 공백기를 가진 뒤 만든 <노잉> 이후에도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서 엎어진 영화만 3개. 결국 7년의 공백기가 생긴 뒤에야 <갓 오브 이집트>를 내놓을 수 있었다. 희망 가득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던 이 감독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