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드> 제작진이 다시 뭉쳐서 만든 <헤드샷>에 대한 기대는 솜사탕에 가까웠다. 인도네시아 영화계는 전성기 시절 홍콩의 그것과 비슷한 양상을 띠는 모양이고, 이는 곧 <헤드샷>이 <레이드>의 열풍을 타고 만들어진 실랏 영화일 가능성을 의미한다. 입 안에 넣는 순간 한줌이 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헤드샷>은 역시 그런 가능성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80~90년대 홍콩영화와 그 홍콩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헐리우드 영화의 여러 요소를 짜깁기해놓았다. 게다가 연결에 공을 들이지 않아서 생략, 작위의 향연이 펼쳐진다. 보여주고 싶은 장면의 이미지와 설정을 먼저 만들어두고 이에 맞춰서 억지로 전개하는 듯한 설거움. 이런 작위적이고 비현실적인 요소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느냐가 <헤드샷>에 대한 감상을 결정할 것이다.
한편, <헤드샷>의 액션은 <레이드>의 그것과 조금 다르다. <레이드>가 굉장히 화려하게 구성된 것과 달리 <헤드샷>은 둔탁하다. 어느 쪽에 매력을 느끼는지는 취향이 결정할 문제지만, 잘 살펴보면 <헤드샷>의 둔탁함은 의도적인 게 아니라 단순히 무술 안무가 그다지 훌륭하지 못 한 결과물인 걸 알 수 있다. 시간이 없었거나, 공을 들이지 않았거나, 스턴트 코디네이터의 실력이 어설프거나. 이 셋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격투 장면이 지나치게 길었던 <레이드>와 달리 <헤드샷>은 딱 적당한 길이라는 것 정도.
가볍게 즐길 거리론 충분하지만, <레이드>와 <레이드2>로 잔뜩 올라간 기대치를 충족시키긴 어려운 영화다.
뱀다리) 이 영화 조금 잔인하다. <악마가 오기 전에>도 굉장히 잔인하다는데, 인도네시아 영화계의 특수효과 기술은 이쪽 전문인 모양이다. 헐리우드 못지 않은 리얼리티(...)를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