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마일 22, 적어도 영화는 끝내야 하지 않을까

즈라더 2019. 2. 12. 00:00

 피터 버그의 <마일 22>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보만 담고, 마무리 없이 중간에 끊어버리는 괴상한 첩보물이다. 앙상한 정도가 아니라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전달해야 했던 감정마저 단 4초 정도의 클로즈업으로 끝내버렸다. 과도하게 컷한 편집은 그저 산만할 뿐이고, 실바의 정신병적 편력을 드러내기 위한 대사는 그저 사족처럼 느껴질 만큼 기능성이 떨어진다. 앙상한 시나리오도 연출에 따라서 머리에 쑤셔넣기 어려울 수 있다는 증거물이다. 따라서 <마일 22>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꽤 멋진 총격씬이 있긴 하지만, 뭐가 그렇게 급한지 중요한 동선을 모조리 생략하는 바람에 긴장감이 느껴지질 않는다. <킹덤>이나 <론 서바이버>로 보여줬던 총격씬의 리얼리즘 역시 대폭 너프되었다. 이코 우웨이스를 데려다가 만든 격투씬마저도 쓸데없는 핸드헬드와 합을 끊어먹는 편집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래서 <마일 22>는 액션 측면에서도 비합격이다.


 <마일 22>가 지닌 최악의 단점은 영화를 끝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속편을 예정한 정도를 한참 넘어서 <매트릭스: 리로디드>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처럼 중간에 뚝 끊어버린다. 가장 비슷한 예로는 <어쌔신 크리드>가 있다. '자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그런데 속편이 나올진 나도 모르겠어.'라는 이 영화의 스탠스는 <어쌔신 크리드>와 꼭 닮았다. 물론, 난 피터 버그가 자신의 장기조차 발휘하지 못 한 영화의 속편을 기다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