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영화 업그레이드, 선배 SF영화들 사이의 어느 지점

즈라더 2019. 2. 28. 12:00


 자칫 '아내를 잃은 기계 혐오자가 기계의 도움을 빌려 복수하는 아이러니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는 <업그레이드>. 전개 자체는 그런 이야기의 영화와 흡사한데, 집중하는 주제가 다르다. <인셉션>과 <리포맨>, <브라질>의 어느 중간 즈음에 위치한 채 'AI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씨름하는 영화다. 오프닝부터 꾸준히 던져진 떡밥은 반전으로 완벽하게 회수하고, 흩어져있던 퍼즐은 짜릿하게 하나로 맞춰져 정체성을 상실한다. 약 100분 동안 <업그레이드>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모든 측면에서 필요한 만큼 해낸다는 기적의 모먼트를 연달아 만들어냈다.


 또한, <프로메테우스>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음에도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연출과 각본의 무능함 탓에 쓸모없이 소비된 로건 마샬 그린의 연기력은 <업그레이드>에서 물 만난 물고기처럼 영화 속을 마음껏 헤엄쳐다닌다. 이 영화는 그의 연기에 아주 많이 기대고 있으며, 그의 팬에게 <업그레이드>는 반드시 봐야 한다고 단언할 수 있다. 배우의 연기가 이렇게 주제를 잘 살려내기도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