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파라독스 '살파랑: 탐랑' 끝내 도달하지 못 한 클라스

즈라더 2019. 3. 11. 18:00

 <파라독스>라는 이름으로 국내 개봉(?)한 <살파랑: 탐랑>. <살파랑>을 연출했던 엽위신 감독의 영화로, <엽문> 이후 그가 연출한 영화 중에서 가장 괜찮게 빠졌다. 이야기의 얼개가 상당히 좋은데, 사건의 흐름이 다소 널뛰기하는 경향은 있어도 등장인물들의 행동 경위엔 의문이 없다. 결말 역시 이런 유형의 '딸 찾아 삼만리' 스타일 복수극이 보여줄 수 있는 베스트에 도달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파라독스>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두 주인공 중 한 사람은 일상 연기를 못 하고 한 사람은 액션 연기를 못 한다는 치명적 단점에, 관계성 연출을 아주 못 하는 엽위신 감독의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일상 연기를 못 하는 쪽은 오월. 행동 하나하나가 다 어색하고 후시 녹음마저 입을 못 맞춰서 입과 대사가 따로 논다. <파라독스>는 <살파랑> 시리즈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굉장히 쎈 내용을 담고 있는 탓에 배우의 연기력이 굉장히 중요한데, 오월의 연기는 기준치에 지나치게 미달한다.


 액션 연기를 못 하는 쪽은 고천락. 이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고천락이니 만큼 모자람이 없는 훌륭한 감정 연기로 영화에 처절함을 부여했지만, 몸치가 댄스를 배우는 것 같은 액션의 향연을 펼친다. 이건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게 아니라 원래 그랬다. 무협 드라마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몸 놀림엔 소질이 없는 게 고천락이다. 이번 영화에 무에타이와 영춘권 기술이 많이 들어가는 바람에 어색함이 더 눈에 띄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고천락의 액션 장면에선 팔과 다리를 컷하고 대역을 적극 활용하는 트릭을 유독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유치한 관계성 연출은 <파라독스>가 걸작 소리 듣는 걸 방해하는 결정적 요소다. 엽위신 감독의 영화를 전부 감상한 사람이라면 대부분 동의할 텐데, 그에겐 애정을 연출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누군가의 따뜻한 사랑을 스크린에 능숙하게 뿌려내지 못한다. 이에 관해서 <용호문>으로 바닥을 찍고 있는 대로 욕을 먹은 뒤, 멜로를 베이스로 깐 <천녀유혼>마저 말아먹고 필모그래피가 망가졌음에도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마치 "아, 이거 오글거리는데 대충 빨리 찍고 넘어가면 안 될까?"라는 스탠스처럼 보일 때마저 있으니 말 다했다.


 지금까지 혹평만 잔뜩했는데, 꽤 재미있게 봤고, 그럭저럭 잘 빠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엽위신 감독이 애정 연출을 못 한다고 해서 다른 부분도 못 하는 건 아니니까. 엽위신 감독은 슬프고 처절하며 살벌한 감정에 강하다. 액션도 그냥 액션이 아니라 '아픈 액션'에 능숙하다. 딱 <파라독스>에 필요한 것들이다. 게다가 이 영화엔 고천락만 있는 게 아니라 임가동도 있어서 오월의 어설픈 연기를 두 사람이 깔끔하게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