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스파이더맨: 홈커밍, 액션이랄 게 별로 없다

즈라더 2019. 2. 26. 00:00

 기존 스파이더맨과의 차별화가 <스파이더맨: 홈커밍>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건 대체로 동의할 것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듀올로지가 기존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의 '매우 닮은' 평행 세계관에 가까웠던 탓에 식상했기 때문. 그러나 이 영화가 '스파이더맨은 중2병 가득한 꼬마'란 설정으로 차별화하는 바람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아이가 어른으로 '아주 조금' 성장하는 과정을 평면적으로 서술한다. 피터 파커 주변 관계가 평범과 한참 동떨어진 덕에 그 관계를 읽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한 데다 액션 배치도 효율적이라 '믿고 보는 마블'의 공식에 걸맞은 결과물이 되었다. 영화에 상주하는 (좋은 의미의) 키치함엔 중2병 설정이 나름 도움을 준 건지도 모르겠다. 위태위태한 중2병의 무개념 정권 지르기에 한숨과 불안이 가득하지만, 그걸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재미 중 하나라 생각한다면 분명히 장점이다.


 즉, 중2병 설정이 <스파이더맨 홈커밍>에 독이 되는 부분은 서사에 있지 않다. 마블판 피터 파커의 데뷔였던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가 너무 강렬했기에 생긴 부작용 같은 건데, 이미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서 지구를 들었다 놨다 하는 엄청난 히어로들과 난전을 벌였던 피터 파커가 이 영화에선 외계 무기로 살짝 무장한 갱들에게 죽기 직전까지 간다. 캡틴 아메리카가 뜨면 5분 컷으로 전원 체포 단계가 될 '생계형 갱스터'가, 맨손으로 윈터 솔저의 팔을 꺾는 괴력의 스파이더맨과 싸우는 상황에서 되려 스파이더맨이 탈탈 털린다는 게 이상하달까.



 물론, 이는 제작진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선 이런 꼴이 된 이유를 간단하게 정리한다.


 토니 스타크: 캡틴이 진심으로 싸우면 넌 상대도 안 돼.


 <시빌워>에선 토니 스타크의 전략과 케어가 있었기에 능력을 제대로 써먹었던 거지, 실제 피터 파커는 자신의 능력이 어느 수준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의미. 엄청난 신체 능력을 지녔음에도 그걸 쓸 줄 모르고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는 중2병 피터 파커가 '그나마 좀 쓸만한 놈'으로 변해가는 게 <스파이더맨 홈커밍>인 셈이다. 그래서 이 영화엔 액션이랄 게 거의 없다. 자기 힘을 제대로 쓸 줄 모르는데 어떻게 그럴싸한 액션이 나오겠는가. 그렇다고 강력한 악당들과 단독으로 맞선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닌 터라 무릎을 탁 치게 할 전략조차 세울 수 없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처럼 스파이더 액션의 역동성과 아크로바틱함을 잘 살린 액션도 나오지 않고, 마크 웹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듀올로지처럼 '거미'의 특성을 그대로 살린 액션이 나오지도 않는다. 그저 '정직한 마음' 하나만 가지고 무대포 돌진을 하다 얻어걸리는 식의 성공이 남았을 뿐이다. 부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많이 나아졌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