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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4: 엔드게임 (2019) 아이맥스 4K HDR 리뷰

즈라더 2022. 11. 1. 14:00

어벤져스 4: 엔드게임 포스터

 

 <어벤져스 4: 엔드게임>은 그런 영화다. 어린 시절 왜인지 모르지만 아빠가 집에 돌아오실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서 발라당 뒤집어질 때 같은 영화. 이뤄지지 않은 첫사랑 상대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던 당시의 감각을 맛보게 하는 영화. 분명히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되지만 볼 때마다 설레게 되는 영화.


 <어벤져스 4: 엔드게임>은 팬서비스로 가득 찬 영화다. 놀라웠던 초반을 딛고 일어선 어벤져스가 '타임 하이스트'로 해냈던 건 시작부터 끝까지 팬서비스뿐이었으며, 이는 이 영화를 비판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된다. 이런 반쪽짜리 영화를 두고 보통 '썩었다'라고 평하며 다시 거들떠도 안 보는 게 나란 인간이지만, <어벤져스 4: 엔드게임>은 차마 그럴 수가 없다. 클라이맥스 액션씬부터 에필로그에 걸쳐서 이어지는 액션과 드라마의 훌륭함 때문이다. 


 에필로그까지 전부 보고 나면 장대한 TV 시리즈를 끝마친 느낌이라서 후유증이 장난 아니다. 루소 형제의 생각인지 아니면 케빈 파이기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어벤져스 4: 엔드게임>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마지막 편인 것처럼 꾸며졌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은 닫힌 결말, 나머지 히어로들은 열린 결말. 아마 그래서 <어벤져스 4: 엔드게임>이 더욱 매력적으로, 이후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들이 사족처럼 느껴지는 게 아닐까.

 

아이맥스와 2.39:1 비교


 디즈니 플러스는 <어벤져스 4: 엔드게임>을 아이맥스 4K HDR로 서비스하고 있다. 간략하게 정리해본다.


 아이맥스 화면비야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극적이다. 예를 들어 에필로그 중 토니의 유언을 듣는 장면에서 뒤에 서 있던 두 명의 건장한 남성의 정체를 아이맥스 화면비에서만 알 수 있다. 캡틴 아메리카와 토르. 2.39:1의 시네마스코프에선 크롭 되어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 얼마나 어이없었는지 모른다. 애초에 아이맥스와 계약하고 디지털 아이맥스로 촬영된 영화다. 2.39:1을 고려해서 촬영하긴 했지만, 1.9:1의 아이맥스 화면비 아래에서 가장 그럴싸하게 그림이 드러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보통 크롭 형식으로 촬영된 시네마스코프 영화는 잘려나간 부분을 복원해도 별 것 없을 때가 잦다. 애초에 감독이 2.39:1에 맞춰서 소품을 배치하고 배우를 비추며 화면 구도를 잡기 때문이다. 2.39:1로 찍은 영화의 잘려나간 부분을 복원해서 나온 영상이 가끔 세상에 공개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적벽대전> 대만판 블루레이) 영상을 구해서 보면 위아래로 허전함이 장난 아니다. 그러나 <어벤져스 4: 엔드게임>은 다르다. 이 작품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처럼 아이맥스로 봐야 맞는 경우라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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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한편, <어벤져스 4: 엔드게임>은 HDR에 대해서도 특기할 만한 부분이 있다. 대부분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들이 일괄적인 경향의 HDR을 담고 있는 반면 <어벤져스 4: 엔드게임>은 (누구인진 몰라도) 누군가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결과물이다.


 이 영화의 HDR은 액션씬 중심으로 극대화되어 있으며, 다른 장면에선 대체로 차분한 경향을 보인다. 아이언맨의 슈트의 빛만 하더라도 액션씬과 액션이 없는 씬의 차이가 막대하다. 액션씬에선 슈트의 출력을 최대로 가동한다는 걸 표현하고자 한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성향은 토르의 번개에서도 감지된다. 적당히 교전할 때 토르의 번개와 전력을 다할 때의 번개는 다른 빛으로 표현된다. 전력을 다할 때 토르의 번개는 그야말로 눈이 부셔서 화면을 쳐다보기 버거울 정도. 즉, 상당히 공을 들여서 차별화를 준 HDR 그레이딩이란 얘기다.


 토니 스타크의 유언을 듣는 장면도 비슷하다. 아이언맨 헬멧의 한쪽 눈만 사용해서 홀로그램을 뿌리고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인지 홀로그램이 나오는 눈과 그렇지 않은 눈의 빛의 차이가 상당히 크다. 이런 차별화는 영화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며, 공을 들인 HDR 그레이딩이 뭔지 제대로 보여준다. 

 

(<어벤져스 4: 엔드게임>과 <어벤져스 3: 인피니티 워>는 함께 제작되었고 HDR 그레이딩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을 것임에도 두 작품의 HDR 그레이딩에 차이가 생긴 이유는 액션씬의 분량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영화 전체가 액션씬으로 도배된 <어벤져스 3: 인피니티 워>와 다르게 <어벤져스 4: 엔드게임>은 액션씬의 분량이 상당히 적다.)


 참 잘 만들어진 영상이다. 기계적으로, 일괄적으로 그레이딩된 HDR만 보다가 이렇게 장면의 상황에 따라서 천차만별인 HDR을 보니 공을 들인 느낌 때문인지 묘한 애정도 생긴다. 왠지 가끔씩 클라이맥스 장면만이라도 돌려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