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2015) 오랜만에 보고 끄적끄적

즈라더 2021. 11. 14. 16:00

호흡이 착착 맞는 콤비
호흡이 착착 맞는 콤비

 

 오랜만에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를 감상.


1. 사소한 헛점 같은 건 보이지도 않게 하는 필사적 질주. 볼 때마다 놀라곤 하는데, 필요한 것들만 몰아넣고 쉬어가는 타임조차 주지 않는 기가 막힌 편집 덕이다. 아날로그 기법을 많이 사용해 찍은 영화라, 다양한 종류의 카메라를 사방에 배치해두고 찍어야 했을 터. 이야기가 이어지도록 완성시키는 편집 과정은 미칠듯한 노가다의 향연이었을 것이다. 정말 놀라운 영화다.


2. 영화의 평가라는 건 잠깐 쉬어가는 타임이 꾸준히 있어야 조금이나마 정리가 되는 법이다. 그러나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엔 쉬어가는 타임이 아예 없고, 눈을 떼서는 안 되는 장면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평론가들은 꽤나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보통 평론가들은 메모장과 팬을 앞에 두고 영화를 보는 중간 중간 글을 적기 때문에 영화가 끝나는 시점이 되면 적절한 수준의 리뷰 하나가 완성되곤 한다. 만약, 어느 평론가가 이 방법을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를 보면서 써먹었다면, 그 평론은 정상적인 평론일 수 없다. 잠깐 시선을 떼고 글을 쓴 것만으로도 아주 많은 걸 놓치게 되니까. 사실, 애초에 그런 식으로 시선을 떼는 것 자체가 영화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기도 하다. 글을 쓰는 머리와 영화를 보고 느끼는 머리가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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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후속작뿐 아니라 스핀오프가 기획되어 있는데, 주인공으로 샤를리즈 테론이 아닌 안야 테일러조이를 생각하고 있다던가. 샤를리즈 테론은 오히려 시퀄에 맥스의 동료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개인적으론 스핀오프가 시퀄을 잡아먹는 일이 없길 바라고 있다. 작품을 처음 봤을 땐 퓨리오사가 맥스 만큼이나 매력적인 캐릭터라 생각했지만, 반복해서 감상할 수록 결국, 맥스의 시선을 따라가게 되더라. 역시 주인공은 맥스.


4.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를 연출한 조지 밀러 감독은 본래 2000년대에 기획되었던 <저스티스 리그>를 맡으려고 했다. 비록 캔슬되었지만,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를 보고 나면 그가 만든 <저스티스 리그>가 얼마나 멋졌을지 상상하게 된다.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힙을 합쳐서 싸우는 장면이 늘어나고, 마치 텔레파시라도 통하는 것처럼 호흡이 좋기 때문이다. 특히 맥스와 퓨리오사의 호흡은 보는 내내 티키타카를 보는 듯한 쾌감을 느끼게 한다. 아마 <매드 맥스> 시리즈의 팬들은 시리즈에서 이런 호흡을 보게 될 줄은 몰랐을 거다. 전작들엔 맥스와 막상막하의 실력으로 '함께' 싸우는 유형의 동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5. 톰 하디는 이미 베놈이 되어서 엄청 바빠졌다. 히어로 프랜차이즈의 히어로를 연기하기 시작하면 다른 작품을 할 시간이 거의 안 날 정도로 바빠진다. 그리고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헐리우드판 <황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촬영 기간이 길고 힘들었다고 한다. 즉, 톰 하디를 데려다 <매드 맥스> 5편을 찍으려고 한다면 소니 유니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빨리 찍어야 한다. 자칫하면 톰 하디의 스케줄을 기다리다가 조지 밀러 영감님 은퇴하실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