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비기닝 (2021) 기대를 초월하는 수작

즈라더 2021. 8. 2. 08:00

 

 총 다섯 편. 그중의 네 편을 감상. 4편이었던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파이널에 절망감을 감출 수 없었던 터라 다섯 번째 작품인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비기닝에 대한 기대치는 이보다 더 아래로 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떨어져 있었다. 그냥 보지 말까 하는 생각마저 했을 정도. 고민 끝에 결국 마지막 편까지 쭉 보기는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넷플릭스를 켜고 감상했는데, 재생하고 30분 만에 머릿속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떠올랐다.


 "잠깐만, 이건 예상 밖인데?"

 

전작들과 달리 영상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 작품이다.


 일본이 가장 잘하는 걸 가장 좋은 소재를 가져다가 만든 결과가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비기닝이다. 전국시대나 막부말을 배경으로 만든 시대극은 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일본의 대표적인 콘텐츠였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약 50년에 걸쳐서 거장 감독부터 V시네마 전성기의 B급 감독들까지 모두 참여해, 곤란할 정도로 많은 경험이 쌓인 장르다. 그런 '시대극' 형식으로 '추억 편'을 만들었으니 결과가 어떻겠는가.


 물론, 좋은 소재가 있어도, 지금 일본 영화계의 한심한 현실을 고려할 때 그럴싸한 각본이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다행히도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비기닝은 '바람의 검심 추억편'이라는 걸작 애니메이션이 선례로 존재한다. (제작사를 설득할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이 시리즈가 4편까지도 취할 수 없었던 시대극이란 장르를 5편에 도달해서야 취하는데 굉장히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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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잘라 이 영화의 스토리텔링 성향은 기존 바람의 검심 영화판 시리즈보다는 2003년에 나온 걸작 시대극 '바람의 검 신선조'에 가깝다. 피가 난무하는 액션씬의 성향은 (비록 견자단 스타일의 액션이지만) 미이케 타카시의 찬바라 3부작과 흡사하다. 영화의 결말은 1편으로 즉시 이어지므로 시리즈 영화가 갖춰야 할 미덕도 갖췄다. 만화의 과장된 묘사나 소년 만화 특유의 억지스러운 전개가 모두 삭제되어 자연스러운 흐름이 생겨났다. 어떻게든 원작의 이런저런 요소를 욱여넣느라 혼란만 가득하던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파이널과는 차원이 다른 퀄리티다.


 캐스팅도 완벽하다. 사토 타케루는 그저 잘생긴 배우1에 불과했던 1~3편 시절과 달리 확실하게 연기의 감을 잡은 듯하고, 가츠라 코고로우를 늦깎이 연기파 배우 타카하시 잇세이가 맡아서 존재감을 발휘한다. 메인 빌런은 키타무라 카즈키가 무리수 없이 해냈다. 가장 중요한 유키시로 토모에 역할에는 아리무라 카스미가 출연했는데, 외견적으로 썩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잊게 할 만큼 극의 중심축에서 조절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시리즈 내내 미스 캐스팅이 여럿 존재했던 것과 완벽하게 차별화된 작품인 셈이다.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작품이다. 만화를 원작으로 해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있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만화 원작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감독이 코스프레를 버리고 작품을 마음껏 요리할 수 있느냐 없느냐라는 의미다.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비기닝은 분명히 만화 원작의 성공 사례로 당당하게 꺼낼 수 있는 영화이며, 졸작이었던 더 파이널을 완벽히 잊게 해 줄 정도의 매혹적인 시대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