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영화 블랙 위도우 (2021) 액션에 대한 성의가 없다

즈라더 2021. 8. 5. 08:00

둘의 케미도 꽤 아리송해서 쿠키 영상이 무리수처럼 느껴졌다

 

 블랙 위도우는 딱히 할 말이 많지 않은 영화다.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는 이야기인 데다 뛰어난 배우를 잔뜩 데려와선 최악의 방식으로 소모하는 주제에 액션은 기가 찰 정도로 형편없다. 액션의 질이 낮은 대신 액션의 양이 많기에 캡틴 마블처럼 엉망진창인 영화가 되진 않았지만, 어쨌든 가볍게 즐길 거리 이상을 해주지 못한다. 


 블랙 위도우엔 스탠드 얼론 시리즈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을 무언가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본 시리즈,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007 시리즈를 짜깁기한 전개 방식에 고민 따윈 어디에도 없는 코미디가 집중력을 저해시킨다. 영화의 결정적 반전은 사전 작업이 극단적일 만큼 빈약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게다가 영화 속 가족 놀음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스티브 로저스가 호숫가에서 던진 슬픈 대사를 코미디로 바꿔버리는 치명적인 실수다. (캡틴 마블도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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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턴트 코디네이터의 영혼을 갈아서 넣은 듯한 액션이 펼쳐짐에도, 액션 연출 감각이라곤 어디에도 없는 감독의 실력에 상쇄되어 빈약한 액션으로 귀결된다. 이해할 수 없는 타이밍에 펼쳐지는 슬로우 모션은 안 그래도 한 방이 부족했던 액션에서 힘을 빼앗아갔다. 특히 클라이막스 액션은 통째로 다시 찍어야 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밋밋한데, 이는 쾌감을 느끼게 할 포인트를 흐름과 타격에 두지 않고 아크로바틱한 체이싱에 뒀기 때문이다. 액션은 끈질기고 치열해야 한다. 그러나 블랙 위도우의 클라이막스는 액션씬 전체가 '겨우 이런 식으로 해결된다고?' 혹은 '이게 끝이야?'라는 생각이 들 만큼 허무하다.


 엄밀히 말해 이 영화가 가볍게 즐길 거리로나마 남을 수 있었던 건 제작비 덕분이다. 날고 기는 연기파 배우들을 스칼렛 요한슨과 플로렌스 퓨의 곁다리로 캐스팅할 수 있게 한 제작비. 아쉬운 액션의 질을 양으로 덮을 수 있게 해준 제작비. 가벼운 즐길 거리라는 평가는 엉뚱하게도 디즈니가 내어놓은 막대한 금액의 '돈'으로 성립할 수 있었다. 특히, (빈약한 서사를 연기력으로 커버해보려고 했는지 뭔지 모르겠으나) 이 영화의 배우 낭비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 히든 캐스팅이 오프닝 크레딧에 뜰 때 놀라는 사람이 조금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배우가 연기를 보여줄 기회조차 잡을 수 없었던 것엔 경악할 것이다.


 마블이 새로운 걸 창조해내지 못한 채 과거의 유산만 빼먹으며 스테디 셀러로만 남을 것인가, 아니면 어벤져스 시리즈에 이은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어 베스트 셀러 자리를 지킬 것인가 궁금해지게 하는 영화다. 일단 캡틴 마블과 블랙 위도우의 사례를 보아 전자에 가까워지는 것 같은데, 부디 후자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두 작품은 과도기에 등장한 실수 정도로 생각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