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범시민 감독판 블루레이를 다시 꺼내봤다.
아, 답답하다.
패기 넘치고 스릴 넘치게 구성된 전반부와 엉성하고 힘이 빠지는 후반부. 모범시민의 영화적 완성도는 극과 극을 달린다. 스파이들조차 존경하는 컨설턴트가 짜 놓았다는 트랩의 수준이 참담한 수준이라는 게 제일 문제. 10년 동안 법률 공부도 상당히 했다는 설정도 전개에 그다지 써먹질 않은 탓에 머리를 굴려볼 구석조차 별로 없다. 심지어는 메인 빌런이 정의롭기라도 한 것처럼 엔딩의 한 축을 장식하고 있으니 기가 찰 따름.
사실, 이건 이미 모범시민을 여러 차례 감상한 뒤라 명백하게 기억하고 있는 바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계속 보게 되는 이유는 압도적인 전반부 때문. 자비 따윈 어디에도 없는 다크 히어로 그 자체의 주인공이 특정 조건을 걸어두고, 이를 어길 시 처참하게 죽여버리는 광경. 전율이 흐른다.
바닷물 같은 영화다. 다크 히어로에 대한 갈증이 생겨서 마시게 되고, 마신 순간에는 갈증이 해소되지만 조금 있으면 더욱 심한 갈증에 시달리게 된다. 왜 이렇게 만들어야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