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영화 노바디 (2021) 누구도 아닌 사람들에게 바치는 액션

즈라더 2021. 6. 14. 18:00

 올해 개봉한 헐리우드 액션 영화 중에서 그나마 좀 괜찮다는 평을 얻은 영화를 고르라면 노바디가 먼저 떠오른다. 액션이 조금 아쉬웠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래도 노익장을 과시하는 밥 오덴커크의 연기나 다른 참신한 요소로 덮어둘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유형(?)의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엄밀히 말해 노바디에 참신함은 아예 없다. 완벽한 잡탕찌개기 때문이다. 레드로 시작해서 더 이퀄라이저를 거치더니 존 윅이 되었다가 잭 리처를 거쳐 더 이퀄라이저로 마무리되는 영화다. 너무 익숙하고 또 익숙해서 헛웃음이 나오는 재미의 영화라고 해야 맞다. 이 영화의 설정이나 액션이 참신하다고 말하는 평론가는 정말 아주 많이 반성해야 한다. 클라이막스에 사용된 무기(?) 중 하나는 유튜브에 유압 프레스로 검색하면 바로 최상단에 뜨는 영상을 따라했고, 계단의 쓰리 관통샷은 게임에서 따온 게 지나칠 정도로 티가 나는 '준비된 장면'이다. 오리지널리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영화다.

 

정말 아프게 치고 받는다


 그렇다고 노바디가 재미없다는 건 아니다. 이런 영화를 굳이 참신한가 아닌가를 따져가면서 보진 않으니까. 영화의 구성이나 연기, 분위기 등 따져야 할 것들은 참으로 많은 법이므로 그곳에서 매력을 찾아볼 수도 있는 일이고, 분명히 노바디는 레퍼런스로 삼은 여러 영화와 다르게 구성되어있기도 하다. 


 제목부터가 노바디. 깊게 눌러 앉은 밥 오덴커크의 어깨 만큼에서 느껴지는 무거운 가장의 무게와 사회의 압박감에 위축되어 어느 새인가 '나'는 존재하지 않게 되는 서글픈 현실을 깔끔히 그려냈다. 이 시대의 가장이라면 누구나 느껴볼 법한, 아니 굳이 가장이 아니더라도 사회 생활을 길게 하면 할수록 느껴질 고독감과 무력감이 별다른 장면 없이 그저 밥 오덴커크의 연기 하나로 진하게 묻어나오는 영화다. 사회를 넘어, 법의 굴레까지 벗어내고 화끈하게 폭주하고 싶어지는 충동은 사회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즉, 노바디는 제목 그대로 '그 누구도 아닌 사람'으로써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에게 바치는 선물 같은 영화다. 


 물론, 조금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은 있다. 예를 들어 음악의 배치가 그다지 좋지 않았고, 선곡도 썩 어울리지 않는다. 감독의 전작인 하드코어 헨리에나 어울릴 법한 선곡이었다. 16mm 필름 질감을 흉내낸 영상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진짜로 16mm 필름으로 찍었어야 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