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캐시트럭 (2021) 가이 리치는 언제나 익숙한 방식으로

몰루이지 2021. 7. 2. 00:00

이 영화의 주된 무기는 몸이 아니라 총이다

 

 회색을 검은색으로 바꿔놓고 배트윙이라 칭한 것처럼, 영화 캐시트럭은 가이 리치가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한 채 겉옷만 바꾼 영화다. 시간대를 오가는 연출 방식이나 하이스트에 범죄 느와르를 결합한 장르적 구성 등 이야기 자체는 가이 리치가 항상 해오던 것 그대로. 그의 팬이라면 익숙한 감각이다. 다만 바꿔놓은 색깔이 아주 짙어서 깜짝 놀랐다.


 캐시트럭은 가이 리치 특유의 익살스러운 개그, 현실을 초월한 것 같은 캐릭터 등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흔적조차 보이질 않는다. 영화는 시종일관 무겁게 흘러가고, 영화의 액션은 현실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맨몸 액션으로 일약 스타가 된 제이슨 스타뎀을 썼음에도 이 영화에 격투씬은 거의 없다. 대신 들어간 것은 FBI 상부 요원과 비밀리에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범죄 조직의 보스가 벌인 심플한 살육이다.


 제이슨 스타뎀이 조직의 돌격 대장이나 격투를 벌이는 스파이처럼 일상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조직의 보스로 나온 것부터가 파격이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부하들이 처리하는 걸 기다리거나 모아온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다. 여기서부터 이미 영화의 색채가 드러나는 느낌. 사실, 따지고 본다면 캐시트럭이라는 원제를 버리고 '남자의 분노'라는 느와르적 색채가 짙은 제목으로 바꾼 것부터 영화의 의도를 알게 한다.


 그저 파트 구분, 심플한 액션, 많지 않은 대사, 어떤 캐릭터든 매우 냉정하게 죽어나가는 전개 등으로 색깔만 바꿨을 뿐인데, 기존 가이 리치의 영화와 다른 섬뜩함이 묻어나온다. 그의 영화 중에선 짜임새가 다소 떨어지는 편에 속한다고 생각하지만, 마치 기존 자신의 비현실적인 영화들을 디스라도 하듯 묵직하게 만들어진 이 캐시트럭은 이질적인 만큼이나 가이 리치의 팬들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영상이 아주 어둡다. 영상까지 영화의 분위기에 맞춘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