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넷플릭스 [모술] 이라크에 던져진 듯한 현장감

즈라더 2021. 4. 27. 18:00

 영화 속 세계로 보는 이를 휙 던져버리는 연출 방식은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데, 이는 영상으로 나열된 내러티브를 읽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한 번 감상으로 모든 걸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단연컨데 없다고 장담할 수 있고, 이런 유형의 연출을 주로 하고 있는 마이클 만은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부당한 악평과 함께 대중으로부터 멀어졌다. 다만, 이러한 연출 기법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면 어떨까? 그것도 세상에 널리 알려진 지옥의 중동이 배경인 실화라면. 모술이 바로 그런 영화다.


 사실, 모술의 연출 방식이 마이클 만의 그것처럼 무작정 던져놓는 식은 아니다. 그저 최후의 반전을 위해서 말을 아낀다 쪽에 가깝고, 주인공의 위치 자체가 감상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한 측면도 있다. 다만 이를 전달해줄 배우들의 연기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데다 (모술의 배우는 모두 중동 출신이라고 한다) 중반부 주인공의 심경 변화도 지나치리 만큼 억지스러워서 공감하기 어렵다는 게 영화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게 한다. 결정적으로 넷플릭스는 모술이 한국에서 성공할 거란 생각 자체를 안 했는지 번역을 엉망진창으로 해놨다. 아예 번역을 하지 않은 대사도 잔뜩 있다. 무언가 대화를 열심히 나누고 있음에도 자막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박지훈도 울고 갈 수준의 조잡함을 자랑한다.

 

주인공의 전투력이 괜찮음에도 많이 불쌍해지는 영화다


 한편, 모술의 총격씬은 미군이 나오는 영화보다 조금 더 현실감이 있는 편이다. 이곳저곳에서 끌어모은 다양한 총기를 사용하는 덕에 총격씬 사운드도 대단히 다채롭다. 아군의 총에 맞아 죽거나 구조물에 맞고 튀어나와 아군에게 피해를 입히는 수류탄 등 웬만해선 보기 어려운 장면이 한가득하다. 다만, 게릴라 vs 게릴라라는 독특한 구조를 살려서 적아가 구분되지 않는 총격씬을 다뤄줬다면 더 좋지 않았나하는 아쉬움도 있다.


 모술은 엔딩에 이르러 뜻밖의 반전을 준비해뒀다. 그러나 사전 작업이 지나치게 무거운 데다 단서도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감동 대신 당혹감만이 남는다. 특히 주인공의 입장에서 그 상황을 살펴보면 '나의 싸움'일 줄 알았는데 '남의 싸움'이었다는 내용이 되므로 사실상 사기나 다름이 없다. 문득 이 영화에 엄청난 호평을 내린 미국 평론가들의 속내가 아주 많이 궁금해진다. 자막 문제로 놓친 게 있다고 하더라도 이 영화가 받은 호평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허술한 구석이 많은 영화다.